습관으로 인해 무너진 사람들을 위해
습관으로 인해 무너진 사람들을 위해
넘치다 못해 쏟아지는 재미와 먹거리는 사람들을 즐거움의 홍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나날이 편리해지는 삶 속에서 많은 요소들이 나의 뇌를 흥분하고 자극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쾌락에 흠뻑 젖게 만들어주는 것에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도파민에 중독되었다는 말은 학술적으로 검증된 용어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도파민 과잉 분비로 인해 오는 여러 가지 자극들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줄이면 '도파민 중독'이 아닐까 합니다. 중독에 헤어 나오지 못한 시간이 수년입니다. 수년 동안 마치 키즈 카페에 있는 foam pit에서 허우적거렸던 것 같습니다.
foam pit은 스펀지 풀이라고도 해요. 넓고 깊은 수영장 안에 물이 아닌 사각형의 스펀지들을 많이 넣어놓고 아이들이 높은 곳에 안전하게 점프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스펀지 풀은 푹신하고 말랑거리는 스펀지들로 아이들이 높은 곳에 뛰어내려도 충격을 흡수해 다치지 않게 해 줘요. 그 덕분에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짜릿한 쾌감을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죠. 스릴은 쾌감을 주지만 반복적으로 뛰어내리고 풀에서 빠져나오고를 반복하다 보면 지쳐 온몸에 힘이 빠지게 됩니다. 분명 많은 스펀지들이 겹쳐 지지대 역할을 해주지만 밖으로 나가기 힘듭니다. 나오려는 무거운 몸을 스펀지의 마찰력이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 같기 때문이었죠. 뛰어내릴 땐 좋았으나 여러 번 들어가면 점점 빠져나오기 힘들었죠. 저는 아마 이 상황에 무뎌지고 무기력해져 수년동안 스펀지에 파묻혀 코만 내민 채 숨만 쉬었던 것 같습니다.
한때 자기 계발 열풍이 불었던 시기를 기억나시나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모닝루틴을 정의하고 실행할 때 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오후 2시에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새벽 5시까지 안 자고 뭐 했냐고 물으신다면 동이 트기 전까지 미래를 점치는 별자리 운세를 수 없이 읽으며 오늘의 나는 잊고 미래의 희망찬 나를 기대했습니다. 가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운세의 글을 보면 기분이 들떠 그런 희망적인 글을 더 찾기 위해 밤새 검색하여 강박적으로 읽기도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를 보며 처참한 내 인생을 잠시 덮어두고 외면할 수 있는 자극제를 찾기도 했고요. 그렇게 해가 중천에서 서쪽으로 절반은 넘어갈 때까지 어두운 곳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밤이 있으면 낮이 있듯 영원한 어둠은 없었어요. 빛 한 줌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을까요? 어느 순간 제 모습이 안타깝기 시작합니다. 또래들이 서서히 바라던 삶에 정착하는 것을 보니 젊음을 우울한 감정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내 자신이 처량해 보이기 그지 없습니다. 찬란한 꿈과 희망을 가졌던 미래엔 여전히 우울의 늪에 허우적거려 남탓, 핑계 가득한 어둠의 자식이 될거란 생각이 지배했습니다. 나만 이렇게 비참하게 사나 자책하면서도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 어떻게 살아온 나날인데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꿈많던 어린 나를 위해서라도 찬란해져야겠다는 야망이 빛을 발합니다.
정신을 차릴 즈음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독을 하시는 분들에겐 귀여운 숫자이지만 자기 계발서 100권 정독했다는 것은 저에겐 기록을 경신하는 일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점차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 나갔고 그 와중에 ‘애나 렘키’ 작가의 도파미네이션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 책을 계기로 완벽한 계획을 기획해서 완벽한 순간에 실행하자 마음먹었습니다. 완벽한 순간이 오기만을 1년을 기다립니다. 불안했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고, 완벽한 순간은 없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완벽함의 부재를 깨달았을 즈음 새로운 삶에 대해 기획하기 시작합니다. 내 삶을 서서히 바꾸기로 말이죠.
이 이야기는 도파민 디톡스를 3개월 동안 진행한 일지 및 후기입니다. 단순 후기라기보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생긴 고찰과 감정적 결핍으로 인한 중독이 어떤 방식으로 서서히 삶을 망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기 계발서 100권을 읽었던 경험이 도파민 디톡스라는 여정에 부스터 역할을 했던 것이죠.
도파민 디톡스 여정은 단지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는 행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깨우치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짧은 여정 속에서 스쳐 지나간 생각과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 글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현재 자취방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사람들,
돈이 없으면서도 배달음식을 끊지 못하는 사람들,
어두운 삶으로부터 자신을 내려놓는 사람들,
오늘을 포기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들,
힘든 마음에 지쳐 1차적 욕구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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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 Oscar Ke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