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디톡스 10주 차

나를 완성시키는 것은

by 매너티연


나를 완성시키는 것은


드디어 10주 차가 되었습니다. 월초부터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몸이 무겁고 피곤한 달입니다. 몸이 힘드니 정신력도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치킨을 한번 시켜 먹게 되니 '치킨 먹지 않기'라는 습관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3일을 참으면 4일째 치킨이 유난히 당깁니다. 치킨을 시킨다는 건 동시에 배달음식을 시키는 습관을 어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달은 배달음식과 치킨 먹지 않기를 많이 어긴 달입니다. 사실 치킨을 시키지 않았다면 배달음식을 먹은 횟수는 1회밖에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치킨을 먹는 것이 문제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끊어야 할 나쁜 습관을 지속시킨 것뿐만 아니라 몸 컨디션도 좋지 않은 달입니다. 빵칼에 손가락이 베이고 입안이 헐거나 동시에 혓바늘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운동하기엔 몸 상태가 최악이었죠.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해졌습니다. 이제 루틴 정착에 성공하게 되는데 몸이 말이 듣질 않으니 다시 물거품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웠습니다. 다시 도파민 분비에 절여진 뇌로 생산적인 일은커녕 집안을 어질러 놓고 쾌락만 좇는 삶으로 되돌아가는 두려움이었죠.


이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전에 지키지 못할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먼저 왼손 쓰기, 일기 쓰기와 같이 머리를 쓰지 않고 단순히 앉아서 끄적이기만 하면 가능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 필기로 인해 뇌가 다시 활발히 활동하게 되어 '강의 들을까?'라는 도전적인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그다음은 쉽습니다. 영어 한 문장도 어렵지 않으므로 어느새 한 문장을 외우는 데 성공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목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목표가 없고 단순히 루틴과 나쁜 습관만 지켜야 한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재미가 없고 좋은 습관을 유지해야 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초에 년간 목표하나를 계획했었습니다. 목표는 언어 자격증 취득과 강의 완강과 동시에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와 같은 특정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년간 목표만으로 움직일 순 없습니다. 큰 목표를 세분화하지 않으면 모호해서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월간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주간 목표를 세우고, 세 번째는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할당하는 것입니다.


월간 목표
1. ex) 포토샵 기초 완강 ( o )
2. 책 3권 읽기 (정확히 읽을 책 3권을 쓰기) ( o )
3. 브런치 글 ( x )


주간 목표
1. ex) 포토샵 __기능 완강 ( o )
2. ex) 포토샵으로 사진 1개 합성 완성 ( o )
3. 경체 책 완독하기 (경제 관련 책을 선택) ( o )


오늘의 할 일
1. 빨래하기 ( o )
2. 건조하기 ( o )
3. 옷 정리하기 ( o )
3. 책 최소 30페이지 읽기 ( o )
4. 강의 1강 듣기 ( x )
5. 일반 쓰레기 버리기 ( o )
6.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 o )


하루의 계획은 아주 미세한 단위로 쪼개서 계획합니다. 작은 일이지만 하나하나 해내면 그만큼 많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일들을 꾸준히 쌓아가면 점점 큰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내 미래에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달과 한 주의 목표를 계획하면 하루하루 할 일이 생깁니다. 일이 없는 사람에게도 오늘의 할 일과 내일의 할 일이 미리 주어져 만약 오늘의 할 일을 완수하지 못해도 다시 내일의 일이 되기 때문에 숙제는 매일 주어집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특별히 바쁜 시간을 보내지 않는 사람에게도 일을 미루면 다음날 폭탄같이 쌓인 계획을 완수해야만 하는 바쁨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2월이 되자마자 디톡스 트래커에서 몇 부분들을 수정하였습니다. 저번달에 분석한 불면증 증상들을 완화하기 위해 하루에 한 개 정도의 과일을 무조건 챙겨 먹어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습니다. 또한 일기는 하나로 축소하였고, 운동이라는 모호한 부분을 좀 더 확고하게 하기 위해 스쾃 10개와 플랭크 30초를 추가하였습니다.

도파민 디톡스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습관들은 여전히 남겨두었습니다.


이 달은 루틴이 자연스럽게 내 삶의 자리 잡아감과 동시에 루틴을 어겼을 경우 일어나는 좌절감이나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월의 성과

1. 루틴이 성공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강박이 50% 사라졌다. 루틴을 지키지 않아도 내일은 꼭 완수할 것이라는 나 자신과의 신뢰가 형성되었다.

2. 중독적인 습관은 세균 소독하듯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분별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3.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무언가를 읽어야 할 것들이 생겨났다. 자기 계발서를 넘어 경제 서적에도 흥미가 생겼다.

4. 자기 계발에 열중하다 보니 진정으로 관심 있는 분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2월 디톡스 트래커


루틴은 항상 완벽하게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생리통이 너무 심해 건너뛸 때도 있었고, 빵칼에 손이 베여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못한 때도 있었죠. 2월은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불면증은 여전했고 그에 따라 입병도 몇 번 났습니다. 이상한 자세로 잠을 잔 탓에 골반 통증이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하는 것들에 죄책감과 미련을 두지 않고 확실하게 하지 못하는 날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죠. 대신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여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하니 나 자신과의 신뢰감이 쌓여가는 게 하루하루 느껴졌습니다.


지난 6주는 단순히 습관을 재고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가면서 마음의 근육을 다져가는 과정이었음을 느낍니다. 10주 동안 나쁜 습관은 마치 검은 물이라고 하면 완벽히 사라지지 않지만 좋은 습관이라는 아주 깨끗한 물을 조금씩 꾸준히 부어 쉽게 물이 혼탁해지지 않는 것을 유지해 준 것 같기도 합니다.



__매너티연


사진: Unsplash의 2H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