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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

by 책엄마의 생각부엌




나는 식물 쪽 취향이지만 딸아이는 동물 쪽 취향이었다.


시작은 우리 동네 길고양이다.


오며 가며 동네 사잇길에서 고양이를 유심히 관찰하던 딸아이.


고양이를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말을 거는 아이.


고양이의 작은 몸짓에도 어쩔 줄 몰라 좋아하는 아이.


그러다 동네 길고양이를 보살펴주는 또래친구들과 친해지면서 본격적인 고양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포착.


엄마는 딸아이가 매료되어 있는 대상을 포착했다.


이번엔 고양이로구나!


고양이가 들어있는 이야기책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의 책들을 검색하고 판매량을 확인하고 평점과 댓글도 파악한다.


그렇게 찾아 딸아이 스스로 신나게 읽어댔던 고양이 책들을 소개한다.


<강남사장님>: 인기 유튜버인 고양이사장님과 집사 아르바이트생이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감동 맛책(황금도깨비상 수상)


<고양이해결사 깜냥 시리즈>: 길고양이 깜냥이 아파트 경비실에서 있으며 이웃들과 벌어지는 재밌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맛책(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분 대상)


<유령고양이 후쿠코 시리즈>: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령이 된 고양이 후쿠코가 마을에 남아 여우 신령 달초리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흥미진진한 맛책(전청당 시리즈 히로시마 레이코의 판타지 동화)


<유령고양이 후코코 시리즈>를 시작으로 히로시마 레이코의 <전천당 시리즈>, <십 년 가게 시리즈>도 쭉 이어서 흡입하였다. 득탬!


초등 3-4학년 때가 딸아이 책 읽기의 절정기였다.


내 아이가 스스로 책을 좋아서 읽고 있다니!!

(활동적인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책에서 비문학 쪽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시리즈>: 12마리의 고양이가 중국사 속 각각의 인물을 연기하며 중국사를 재미있게 풀어낸 맛책


이 시리즈는 귀여운 고양이 그림체와 순정만화 사람 그림체가 단짝단짝 섞여있어 딸아이가 다음 편이 언제 나오냐며 졸라댔던, 반복 또 반복해 가며 읽었던 맛책이다.


추가로 읽었던 <DK고양이 백과사전>,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 책은 고양이에 대한 전문 지식이 담긴 맛책들이다.


이렇게 고양이 책들의 대장정이 마무리가 된다.


돌이켜보면 이때부터 딸아이와 나 사이의 취향의 균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균열은 후에 엄청난 파국을 맞게 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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