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마음속 거대한 해일이 되기 위해 던질 솔직함
책 한 권을 읽었다.
어릴 때는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책 좀 그만 읽고 자라”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었다. 양쪽 안경 도수가 모두 -7.5인 나에게 안과의사도 “밤에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눈이 나빠졌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분명 그랬었는데, 삶이 바빠서 책 들 시간이 없었고, 삶이 힘들어서 책 들 힘이 없었다. 쉼 없이 돌아가던 내 삶의 시계가 취업 후 잠시 멈추자, 책이 다시 내 시야에 들어왔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처음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누구나 아는 교훈을 SNS에 홍보하기 위해서 억지 감성을 빌려오는 글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는 달랐다. 일기처럼 솔직하게 자신과 대화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고요했던 내 인생의 호수에 공감이라는 돌을 던져 잔잔한 여운이 퍼져나갔다.
그녀는 이 책을 나에게 교훈을 주거나 인정받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치 작은 알약처럼 조용히 내 안으로 스며들어와 나도 모르게 상처받았던 감정들을 치유해 주었다.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는 모습에서 '나도 저런 감정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작은 위로를 받았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들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솔직함이 부족하다. 보여주기 위한 글은 남을 의식하고 쓰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심하게는 자신의 치부는 숨기고 좋은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주려 한다.
삶 또한 그렇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주변 시선에 의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같다. sns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올리는 포스팅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에 따라 자기 가치를 규정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진짜 자신만의 솔직함을 잃어버린다.
겉치레에만 신경 쓴다면 일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관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들은 또다시 다른 잘생기고 이쁜 것들을 찾아 떠날 것이고, 처음의 관심은 점차 흐려질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과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거칠지만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삶과, 그런 삶을 담아낸 글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세련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진심이 담긴 글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울림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솔직함을 무기로 삼아 진심을 담아내는 글을 쓰고 싶다. 아무 일 없는 듯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나중에 문득 한 번쯤 기억에 스치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호수에 자그마한 돌을 던지듯, 독자들의 마음속에 내 솔직한 글을 던져 작은 물결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물결은 일렁여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될 테니깐.
‘솔직함만큼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은 없다.’ -톨스토이-
지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