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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주는 관계 점수?

자기 신뢰, 가장 중요한 관계의 시작

by 푸른 소금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올해 초, 여느 해와 다르게 큰 맘먹고 계획을 촘촘하게 잡았다.

최소 자격증을 2개 정도는 따겠다고 맹세를 했다. 교재를 샀고, 세부 실천 계획표도 만들었다.

독서 100권 도전, SNS 활동, AI공부, 컨텐츠 확장, 동아리 모임 참석...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거창했던 마음과 다르게 행동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바쁘다, 피곤하다, 이런저런 감정의 핑곗거리가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가?라는 무력감이 밀려온다.

나는 나에게 한 공약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을까? 몇 점을 줘야 할까?

하지만, 아무리 후하게 채점을 해도 60점을 넘기기 어렵다.

과락은 간신히 면했지만, 나의 인생 공약 점수가 이 정도라니 자괴감이 든다.


모든 소통의 시작점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친구와의 약속이나 상사의 업무 지시는 기를 쓰고라도 기한 내에 마친다. 이처럼 타인과의 약속은 칼 같이

지키려고 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내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늘 관계는 어려운 문제다. ‘내 맘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만큼 더 꼬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늘 관계의 문제를 타인과의 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맘 같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처럼 그렇다면 ‘내가 나를 잘 알기는 하는 걸까?’

나 자신과의 소통은 잘 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던져 본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은? “내일부터...”, “이번 한 번만...”이라며 쉽게 자신과의 합의점을 찾고

결국 수많은 약속들이 책상 위에 덩그러니 쌓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소통=약속+의무

이 공식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 본다.

새해, 새 학기, 새로운 직장, 새로운 만남...

우리는 수많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다짐을 세운다. 이 다짐들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공약이다. 공약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공약이라 부르는 순간, 그것은 가벼운 희망 리스트가 아닌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임의 영역

으로 격상된다.


내면의 유권자, 나

나는 나 자신에게 또 다른 약속을 했다. ‘이번 주는 책 한 권을 읽자’라며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왔다.

금요일 되자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금요일이라니, 망했다.’ 급기야 일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허무하게 깨졌다.

이 공약이 바로 내면의 나와 외부의 나를 연결하는 첫 번째 관문인 소통이다. 내면의 나는 무엇을 갈망하고

외면의 나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선언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된다.

올해 몇 권의 책을 읽겠다는 선언은. 독서에 대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겠다는 자기 자신을 향한 투표이자 서명인 셈이다.

유권자는 나 자신이 된다.

정치판에서는 유권자를 속이는 행위는 비난을 받는다.

또,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정치인은 지역주민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다음 선거에 낙선을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이라는 유권자를 속일 경우에는, 비난하는 사람도 심판하는 사람도 없다.

오직, 나만이 그 배신을 알고 있다. 이것이 자기 소통이 무너지는 함정이다.


자기 신뢰라는 토대

외부와의 소통에서 신뢰가 깨지면 관계가 무너지듯, 자신과의 소통에서도 공약 이행 여부가 ‘자기 신뢰’를

결정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새로운 도전 앞에서 늘 주저하게 된다.

반대로 작은 공약을 하나씩 지킬 때마다, 내면의 나는 ‘나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이렇게 쌓인 자기 신뢰는 점점 더 큰 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추진력이 된다.


50세, 바디프로필의 약속

결국 나와의 공약은 가장 정직하고 꾸준한 방식으로 자존감을 키우는 행위이자, 내면의 나와 가장 활발히

소통하는 방식이다.

자신과의 관계가 불안정하거나 ‘자기 신뢰’가 부족한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거나,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다.

즉, 나다운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타인의 인정에 의존을 하게 되거나,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기반하여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내 인생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나이 50이 되면 ‘바디 프로필’ 찍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 나이에 왜”,“ 아직도 건강한데”“그거 힘든 건데”. 바쁜 업무로 PT를 받을 시간이 없었다. 점심시간 30분,

퇴근 후 30분... 자투리 시간을 모아 황금처럼 사용했다.

3개월쯤 되었을 후배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사세요? 그냥 편하게 사시지”.

그 말에는 걱정도 있었고 부러움도 섞여 있었다.

비 오는 날, 무더운 여름날,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그때마다 나는 내면의 나와 끈질기게 대화하고

협상을 했다.

그리고 9개월 만에‘바디 프로필’을 찍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다만, 나와의 소통을 했을 뿐이다.


자기 소통이 무너지는 5 다섯 가지 이유

1. 완벽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착각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다,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실패에도 ‘역시 난 안돼’라며 공약 전체를 포기해 버린다. 그 이면에는 ‘100% 아니면 0%’로 여기는 이분법적 사고가 숨 쉬고 있고, 자기 소통을 단절

시키는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목표를 낮추고 50% 달성한 것도 성공으로 인정하고, 매일 1%식 나아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완벽한 실행보다 지속적인 시도가 자기 신뢰를 쌓게 된다. 실패는 소통의 종료가 아니라 재조정의 신호다.


2. 타인의 시선과 비교

성공한 주변인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공약이 초라해 보이거나, 주변의 회의적인 반응에 동기가

꺾이기도 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는 타인의 기준을 준거의 틀로 삼는 경향이 높다. 일종의 따라쟁이 기질.

“이 정도 목표가 너무 작은 거 아냐?”, “혹은 네가 그걸 할 수 있겠어?”라는 외부 목소리가 내면의 목소리를 잠식한다.

후배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에 나의 감정을 맡겼더라면, 나는 버킷리스트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남들이 100을 하든 1,000을 하든 내가 1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교는 동기부여가 아니라

자기부정의 시작이다.


3. 감정의 롤러코스터

보통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충만한 날은 거창한 공약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 뒤 의욕은 롤러코스트처럼 떨어진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하며 자신의 다짐을 책망하거나 낯설게 바라본다. 나 역시 자투리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꼭 바프를 찍어야 하나?”, “오늘은 컨디션이 꽝이야”... 환경이 변할수록 감정의 기복은 커지고 공약이행에 많은 제약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럴 때는 감정을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기가 높을 때가 아니라 에너지가 낮을 때도 실행

가능한 최소 단위의 행동을 설계해야 한다.

팔 굽혀 펴기 매일 200회 대신, 하고 싶은 정도까지만 한다.라는 최소 단위까지만, 설정한다. 감정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루틴이 자기 신뢰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4. 과거라는 무거운 짐

“작년에도 다짐했는데 실패했어”,“나는 원래 끈기가 없어”라는 과거의 기억이 새로운 공약 앞에서 주저하게 만든다. 과거의 실패 경험이 자기 정의(Self definition)가 되어 시도 자체를 막는다.

과거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학습의 테이터를 재 해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견하기까지 수 천 번의 실패를 했다. 사람들이 “1,000번의 실패하고 성공했다.”라고 하자, 그는 말했다. “나는 실패한 게 아니라, 999번의 방법을 배웠을 뿐이다.”

이전에 실패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맥락을 파악하고 이번에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계획해야

과거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다.


5. 막연한 다짐의 함정

올해는 “더 멋진 사람이 되자”, “건강해지자”,“운동하자”...

이런 다짐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뿌듯해진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 불분명하고, 추상적이다. 그러다 보니

내면의 나와 외면의 나 사이에 명확한 합의점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언제 달성할 것인가를 알 수

없어 자기 소통이 애매해진다.

그래서 공약을 구체화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자’ 대신 ‘매주 아침 오전, 10페이지씩 읽기’처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3년 전 독서 100권 실천 루틴을 이렇게 정했다. 측정 가능하며 시간이 명시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내면의

‘나는 우리 약속을 지켰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의 소통이 만드는 변화

자기 소통의 장애는 대부분 우리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두려움, 습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 장애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체적인 전략으로 대응할 때, 나와의 공약은 단순한 희망이 아닌 진짜 삶의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자신과의 소통에 성공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이해능력 등 폭넓은 교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 따라 자신에게 신뢰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명확한 경계를 설정할 수 있다. 결국 나다운 가장 건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와의 소통은 모든 내·외부 소통의 질을 향상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나를 향한 공약은 우리 삶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내면의 자아와 나누는 가장 필수적인 소통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목표를 인도하는 나침판이자. 어떤 시련 앞에서도 나를 지지하는 가장 굳건한

내가 된다.

지금 나는 나에게 공약점수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그 점수는 결국 내가 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얼마나 진지하게 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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