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에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 발목 양말이 너무 짧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바빠서 너무 뛰어다녔나? 이유가 어찌 되었든, 죄 없는 발목이 다쳤다. 신경이 쓰였다. 아프고 쓰라리고, 걸을 때마다 거슬렸다. 작은 상처 하나에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조심스럽게 관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물고 흔적만 남는다.
그렇다면, 마음의 생채기는 어떨까? 신발과 살이 부대껴 난 몸의 생채기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난 마음의 생채기.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쩌면 더 위험하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조차 모른 채 버텨야 할 때도 많다. 누구나 외롭고,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4%에 해당하는 숫자다. 하지만 진단받은 사람만 이 정도라면, 진단받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요즘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흠이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숨긴 채 살아간다. “이 정도쯤이야.” “다들 힘든데 나만 유난인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다 보면, 어느새 상처는 더 깊어져 있다.
주변에도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며 치료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는 “힘내라”, “괜찮아질 거야” 같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들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우울증이라 들었다. 본인은 오죽할까. 자신의 의지만으로 어떻게든 해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단순한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때로는 말보다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당연하다면,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일도 당연해야 한다. 마음이 아프면, 그 마음에도 밴드를 붙여야 한다.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 좋아하는 음악, 따뜻한 햇볕, 운동,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깊은 기도. 그 작은 노력들이 마음을 치료하는 밴드가 된다.
예전에 힘들어 울 때, 아이가 내 무릎 위에 작은 손을 올려놓더니 뽀로로 밴드를 꺼내 조심스럽게 붙여줬다. “엄마, 이제 안 아파.” 아이의 그 작은 손길과 눈망울이 이상하게 큰 위로가 되었다. 문득 웃음이 났고, 어느새 눈물도 그쳤다.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발목에 생긴 생채기에 작은 밴드를 붙이고 다시 뛰듯이, 마음에 난 생채기에도 밴드를 붙여보자. 괜찮아질 거라고, 곧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하면서. 그리고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그 말 대신 조용히 곁을 지켜주자. 때로는 그것이 가장 필요한 치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