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과의 비교, 그리고 해외 사례를 통해 본 가족농의 가치
우리는 마트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쉽게 접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농업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우리 삶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러한 현대 농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한 가족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가족농업과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농업이다.
가족농업은 가족 구성원이 직접 경영과 노동을 담당하며, 농장의 운영이 세대 간 계승되는 소규모 농업 형태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와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농업은 대규모 자본과 기계화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산업화된 농업 형태이며, 높은 생산성과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강점이지만,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
가족농업 vs. 기업농업 비교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차이점
가족농업은 산업화된 기업농업이 제공할 수 없는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유대를 강화하는 가치와 기능을 사례로 확인해 보자. 유럽연합(EU), 일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가족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가족농업은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순환 경제 모델을 형성하며,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권을 활성화한다.
유럽연합(EU): EU의 스마트 빌리지 정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농촌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가족농이 지역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지원. 가족농은 EU 전체 농장의 93%를 차지하며, 농산물 생산량의 약 56%를 담당한다.
가족농업은 환경 친화적인 농법을 실천하며,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일본 효고현 하시모토 가족농장은 1.2헥타르 규모에서 유기농 작물 재배와 닭 사육을 통해 지역 생태계를 보전하며 직접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출처. https://www.arc2020.eu/rural-japan-agroecology-diversification-and-digitalisation-on-h ashimoto-family-farm/
라틴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족농은 전체 농업 활동의 81%를 차지하며, 생태계 보전과 토착 품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소규모 가족농들이 ‘AMAP(Association pour le Maintien d'une Agriculture Paysanne)’라는 시스템을 운영하여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어 신뢰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공급받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주 1)
가족농업은 오랜 세월 동안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농업 기술과 전통을 전승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 기술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철학, 지역 특유의 작물 재배 방식, 전통적인 농기구 사용법, 계절에 따른 농사 의례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인 논농사는 단순한 벼농사 기술이 아니라, ‘모내기 철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노동을 돕는 품앗이 문화’까지 함께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노동 교환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서로 돕는 문화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의 전통 농가에서는 세대 간 기술 전승을 위해 가족이 함께 농업을 배우는 ‘후계자 교육’을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가족 내에서 농업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 정책을 통해 장애인 및 취약계층이 가족농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가족농이 농촌 사회의 중요한 기반이 되도록 돕고 있다. 이는 농업이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을 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전체 농장의 98.9%가 가족농으로 운영되며, 이들은 이탈리아 경작지의 89.4%를 차지한다. 자료출처 :https://www.fao.org/family-farming/countries/ita/en/
프랑스의 ‘AMAP(Association pour le Maintien d'une Agriculture Paysanne)라는 사례로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순환되도록 하는 구조로 가족농업이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통적인 농사법을 계승하여 현대적 농업 방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 이탈리아의 가족농들은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을 통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치즈, 와인, 올리브유 등을 생산하며,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 장류 발효법: 한국의 가족농업은 대규모 공장식 생산 방식과 달리, 가정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발효하며 지역 특유의 음식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가족농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세대 간의 지혜를 잇고, 마을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며,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은 산업화된 기업농업이 제공할 수 없는 가족농업만의 독창적인 가치다.
그러나 가족농의 소규모 운영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동반한다.
경제적 비효율성: 소규모 농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해 생산비가 높고 수익성이 낮음.
기술 도입의 어려움: 첨단 기술과 자동화를 도입하기 위한 초기 자본 투자 여력이 부족.
세대 간 승계 문제: 젊은 세대가 도시로 이탈하며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의 위협.
1877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 전문 매체 Farm Journal Media 설문 조사에 따르면, 농부의 80%가 10년 이내에 자신의 운영권을 다음 세대로 넘길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적절한 계획이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20%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농장 및 농업 사업 중 30%만이 1세대에서 2세대로 성공적으로 전환한다는 수치도 확인하였다.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농장 및 농업 사업 중 10%는 3세대로 전환하고, 남은 소수 농장 중에서도 4% 미만만이 4세대로 전환된다고 한다.
승계농은 기존 가족농이 세대 간 지식과 자산을 이전하면서도 현대적 경영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높다. 연구에 따르면, 승계 계획이 잘 이루어진 농장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은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주 2)
소규모 가족농만으로는 미래 농업이 직면한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승계농을 통한 가족농업의 대규모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족농업이 단순한 소규모 농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요소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기업농업이 빠른 성장과 높은 생산성을 강조하는 만큼, 가족농업은 우리 사회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농업의 미래는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농업을 지속할 것인가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다음 글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농업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창업농과
기존 가족농의 전통을 유지하며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제공하는 승계농의 구체적인 사례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균형 잡힌 접근에 대해 조사해 보겠습니다.
자료출처: (주 1) Collective farm shops and AMAP (French CSA) in southwest France. Commitment and delegation on the part of producers and consumers. Stéphane Girou Doctoral student in Sociology Dynamiques Rurales Research Unit, Toulouse University.
스테판 지루의 연구는 지역 식품 체계(CFS)와 AMAP가 단순히 식품 유통 시스템이 아니라, 공동체 형성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사회적 도구임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합니다.
AMAP는 지역사회 지원 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CSA) 모델로, 소비자 그룹과 지역 농부 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시스템입니다. 소비자는 농부의 생산물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며, 농부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프랑스의 지역발전 구역별 프로젝트를 비교하는 자료로 로컬푸드시스템과 짧은 유통망구축(직거래), 유기농업을 강조며, 지역식품 자급자족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 아래 설명문에 따르면:
Albigeois와 Bastides 지역은 "공정하고 짧은 공급망"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 진행.
Midi-Quercy 지역은 유기농업에 중점을 둔 "짧은 공급망과 유기농업" 프로젝트 진행.
Ariège-Pyrénées 지역은 "학교를 위한 지역 특산 식당(Terroir Canteens)"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
(주 2) Available online 15 December 2023 0264-8377/© 2023 The Author(s). Published by Elsevier Ltd.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under the CC BY license
"The Farm Succession Effect on Farmers’ Management Choices"
이 논문은 가족농업에서 후계자를 지정하는 것이 농장의 전략적 선택 및 관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유럽 9개국의 768개 농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계자 지정이 농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토하고, 후계자가 있는 농장이 채택하는 주요 전략을 식별하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