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마음에
구멍이 또 하나 뚫렸습니다
지난밤 꺼내 본 기억 하나가
재가 되어 흩어진 자리
낮에는 멀쩡한 척
불을 지피고 살았는데
밤이 오면 구멍마다
바람이 휘파람을 붑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구멍 뚫린 연탄이라야
불이 잘 탄다고
—그래서 더 뜨겁게 탈 수 있다고
하지만 압니다
구멍이 많을수록
재가 되는 것도 빠르다는 걸
식어가는 것도 빠르다는 걸
그래도 오늘 밤
또 한 번 불을 지핍니다
구멍 사이로 새어 나가는
작은 불빛이라도 남기려고
까만 연탄 하나
까만 밤 하나
까맣게 타들어 가며
나는 오늘도 나를 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