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1. 부의기하학: 서울방정식 (11.위기와 팽창)

4부: 확장하는 우주 / 11장: 위기와 팽창

by 사우스파크 Mar 19. 2025

4부: 확장하는 우주

11장: 위기와 팽창


"빅뱅 이후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우주는 결코 수축하지 않는다. 언제나 더 큰 공간으로, 더 많은 가능성으로 확장될 뿐이다. 


금융 세계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순간에 수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새로운 팽창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우주의 법칙을 이해하는 자만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한다."


— '우주론과 투자의 법칙', 이진명 저



위기의 신경과학

인간의 뇌는 위기 상황에서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    

편도체 활성화: 공포와 불안 증폭

전전두엽 기능 약화: 합리적 판단 능력 저하

뇌 혈류량 변화: 본능적 '도망 또는 싸움' 반응 준비


결과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예측한다 (부정적 미래 편향)

손실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손실 회피 편향)

집단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른다 (군집 행동)

단기적 안전을 위해 장기적 기회를 희생한다 (현상 유지 편향)


위대한 투자자들은 이러한 생물학적 편향을 인식하고 극복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이진명의 사무실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평소 차분했던 스터디 그룹 멤버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역력했다. 임지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상황을 관찰했다.

"여러분, 오늘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이진명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왔습니다."

스크린에는 뉴스 헤드라인이 띄워져 있었다.


'부동산 투기 근절 종합 대책 발표: 다주택자 세금 대폭 인상, LTV·DTI 규제 강화, 법인 부동산 거래 제한'

"그게 다가 아닙니다." 이진명이 계속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0.25%p의 두 배죠. 앞으로 추가 인상도 예고된 상태입니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남에 여러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한 회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러다 다 망하는 거 아닙니까? 세금만 수천만 원 오를 것 같아요. 이참에 정리하는 게 좋을까요?"


그의 말에 여러 회원들이 동조했다.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저는 이미 두 채를 급매물로 내놨습니다." 또 다른 회원이 말했다. "1억 정도 손해 보더라도 현금화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출 이자도 문제입니다." 40대 여성 회원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물건들은 이자 부담이 급증할 거예요. 한 달에 수백만 원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공포의 물결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지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민주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녀는 중요한 디자인 프로젝트로 오늘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임지수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갑자기 이진명이 물었다.

모든 시선이 지수에게 향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차분히 대답했다.

"저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누군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기회라고요? 어떤 기회요?"

지수는 자신감 있게 말을 이어갔다.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빅뱅 이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습니다. 결코 수축하지 않죠. 일시적으로 한 지역이 수축하는 것처럼 보여도, 우주 전체는 계속 팽창합니다."

"그게 부동산과 무슨 상관인가요?" 같은 회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일부 지역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흘러갑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죠."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로 걸어갔다. 이진명이 허락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 에너지의 전이법칙

모든 금융 시장에서 자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꾸거나 위치를 이동할 뿐이다.


 

역사적 검증:    

2017년 8.2 대책 이후: 지방 광역시 부동산 상승

2019년 12.16 대책 이후: 오피스텔, 상가 수요 증가

2020년 7.10 대책 이후: 중소도시, 토지 가격 상승


이론적 결론: 하나의 문이 닫힐 때, 반드시 다른 문이 열린다. 

실용적 결론: 닫힌 문을 바라보지 말고, 열린 문을 찾아라.



"예를 들어, 강남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면 그동안 강남에 쏠렸던 자금이 다른 지역, 다른 유형의 부동산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오피스텔, 상가, 지방 거점 도시의 부동산 등으로요. 에너지의 흐름을 읽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면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간단한 그래프를 그렸다. 시간에 따른 부동산 가격 변동 곡선이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 항상 상승해왔습니다. 단기적인 조정이 있더라도, 대세 상승 추세는 변하지 않았죠. 공급이 제한된 도심 부동산의 가치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진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지수 씨의 관점이 흥미롭네요. 더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요?"

지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계속했다. "첫째, 패닉 셀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급매로 내놓으면 손해는 확정됩니다. 둘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현금이 왕입니다. 셋째, 규제의 사각지대를 찾는 것이죠. 모든 규제에는 빈틈이 있습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공포는 여전했지만, 일부 회원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깃들었다.

"그러니까... 모든 물건을 다 팔지 말고, 일부는 보유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한 회원이 물었다.

"정확합니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처럼요.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일부 자금은 현금으로 유지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거죠."


이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수의 발표를 이어받았다. "임지수 씨의 분석이, 제가 오늘 전달하려던 메시지와 일치합니다. 공포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위기 속에는 항상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그는 프로젝터로 다른 자료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과거 여러 차례 부동산 규제가 있었을 때의 시장 반응과 그 이후의 움직임을 분석한 자료였다.


"2003년, 2008년, 2017년... 모두 강력한 규제가 있었지만, 결국 시장은 적응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습니다. 오히려 규제 이후 숨어있던 알짜 물건들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모임이 끝나갈 무렵, 회원들의 표정은 처음보다 나아져 있었다. 여전히 불안감은 있었지만, 완전한 절망보다는 신중한 관망의 태도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모임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각자 보유한 물건의 리스크 분석과 대응 전략을 준비해오시기 바랍니다." 이진명이 마무리 인사를 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지수와 이진명만 남았다.

"잘했습니다, 임지수 씨." 이진명이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자는 그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죠."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실 저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민주 씨와 함께 오피스텔 투자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이진명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이제 파동으로 사고하기 시작했군요. 개별 사건이 아닌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거죠."


그들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서울의 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용산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수가 물었다.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다. 오히려 이번 규제로 인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어요. 경쟁자들이 움츠러들면, 협상력이 높아지니까요."


지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모임 어땠어요? 나쁜 소식 들었어요. 다들 패닉 상태라면서요?"

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썼다. "걱정 마요. 위기는 곧 기회니까, 내일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해요."



성공적 투자자의 관점:    

시간 스케일 확장: 수개월이 아닌 수년, 수십년 단위로 사고

공간 스케일 확장: 개별 건물이 아닌 도시, 국가, 세계 단위로 사고

패턴 인식: 역사적 반복 주기와 흐름 파악

역발상: 대중의 두려움을 기회로 전환



이진명과 헤어진 후, 지수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역 앞 전광판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급감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수는 뉴스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말한 것처럼 정말 이것이 기회일까? 아니면 그저 자기 위안에 불과한 것일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했다. 현재 그가 보유한 것은 홍대입구역 인근의 오피스텔 한 채뿐이었다. 장위동의 빌라는 이미 매각한 상태였다.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 수익은 안정적이었고 세입자와의 관계도 좋았다. 금리 인상의 영향은 있겠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다음 투자를 위한 기회를 엿볼 때였다.


지수는 노트북을 열어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확인했다. 규제 발표 이후 매물이 급증한 지역들이 있었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중소형 아파트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몇 개의 매물을 관심 목록에 추가했다. 아직 구체적인 매입 계획은 없었지만,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 중요했다.


마포의 원룸에 도착한 지수는 창가에 서서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불빛이 마치 우주의 별들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불빛들 속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오늘 부동산 규제로 절망하고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을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는 방향으로만 간다.'


지수는 이진명에게서 배운 이 말을 되새겼다.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더라도, 결국 그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다른 장소로 흘러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읽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는 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주 씨, 내일 점심 어때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좋아요. 저도 당신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용산 프로젝트에 관한 거예요."


"그래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내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요. 오늘 이진명 선생님께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거든요."

통화를 마친 지수는 책상 위의 책을 집어 들었다. '우주론과 투자의 법칙'이라는 제목의 이진명의 저서였다. 그는 책을 펼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우주의 팽창은 필연적이다.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해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팽창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확장하는 우주의 법칙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우주 팽창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불균등성

모든 지역이 동일한 속도로 팽창하지 않는다

일부 지역은 빠르게, 일부는 느리게, 일부는 일시적으로 수축한다

부동산 시장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2. 가속화

우주 팽창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된다

부(富)의 축적도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복리의 원리)


3. 에너지 보존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형태만 바꾼다

투자 자본도 마찬가지다 -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


4. 어두운 에너지

우주 팽창의 원인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어두운 에너지'

부동산 시장의 팽창 역시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에 영향받는다


이 우주적 법칙을 이해하는 투자자는 시장의 표면적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패턴과 에너지 흐름을 따라간다.



지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컸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분명 위기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날 밤, 지수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그의 꿈속에서,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그는 새로운 별을 발견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지수는 출근길에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렀다.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평소에는 사람으로 붐비던 곳이 한산했고, 중개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 임 과장님. 요즘 같은 때에 부동산을 보러 오시다니 특이하네요." 중개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장 상황이 어떤가 해서요. 매물이 많이 나온다면서요?"

"네, 갑자기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특히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급매물을 내놓고 있죠.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모두 관망세니까요."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나온 매물 중에 괜찮은 것들 좀 보여주세요. 특히 용산 쪽으로요."

중개사의 눈이 반짝였다. "용산이요? 지금 용산은 재개발 기대감으로 매물이 적은 편인데... 혹시 특별한 정보라도 있으신가요?"


지수는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중개사는 컴퓨터를 열어 매물 목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회사에 도착한 지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했다. 그가 제안한 새 마케팅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고, 그의 위치는 더욱 안정적이 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투자를 통해 배운 시각이 그의 직장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점심시간, 지수는 약속대로 민주를 만났다. 그녀는 평소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지수 씨, 큰 소식이 있어요!" 민주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용산 프로젝트에 관한 건가요?"

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진명 선생님께서 저에게 프로젝트의 공간 설계를 맡아달라고 하셨어요.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 예정인데, 제 디자인 철학과 완벽하게 맞는 프로젝트예요!"

지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축하해요, 민주 씨! 정말 대단해요. 당신의 실력을 인정받은 거네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민주는 흥분된 목소리로 계속했다. "지수 씨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했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지수 씨는 마케팅과 운영 전략 부분을 맡아달라고 하셨어요."


지수는 놀랐다. "마케팅과 운영을요?"

"네! 우리의 시너지를 높이 평가하신 것 같아요. 제 공간 디자인 감각과 지수 씨의 분석적 사고가 완벽한 조합이라고 하셨어요."

지수의 마음은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이는 단순한 투자 참여를 넘어, 그의 경력에도 새로운 기회였다.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어제 모임에서 선생님께서 용산 프로젝트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제게 구체적인 제안을 하실 줄은 몰랐어요."


그들은 점심을 먹으며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용산의 노후 상가 건물을 매입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계획이었다. 1층은 카페와 갤러리, 2층은 공유 오피스, 3층은 이벤트 스페이스로 구성할 예정이었다.

"이번 부동산 규제로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됐어요." 민주가 설명했다. "건물 매입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거든요."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가 어제 말한 거예요. 위기는 곧 기회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우리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주는 팽창하는 방향으로만 간다... 맞죠?" 민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수는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이진명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지수 씨가 모임에서 훌륭한 통찰을 공유했다고요."

점심을 마치고, 그들은 잠시 한강공원을 산책했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지수 씨, 솔직히 말해서 저도 처음에는 이번 규제 소식에 당황했어요." 민주가 고백했다. "투자한 오피스텔의 가치가 떨어질까 봐 걱정됐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우리 같은 신규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기존의 큰 손들이 물러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이 생기니까요."

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게다가 우리는 단순히 수익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를 하고 있잖아요.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그녀의 말에 지수는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는 이제 부동산을 단순한 숫자의 게임이 아닌, 가치 창출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었다.


"용산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우리의 다음 목표는 뭘까요?" 지수가 물었다.

민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저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노인들을 위한 공유 주택이나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같은 것들이요."

지수는 그녀의 꿈에 감동받았다. 민주에게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었다.


"멋진 생각이에요. 저도 함께하고 싶네요."

민주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물론이죠. 우리는 좋은 팀이잖아요."

그들의 대화는 용산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졌다. 다음 주 월요일에 이진명과 함께 현장 답사를 할 예정이었고, 그 후 투자 제안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요?" 지수가 물었다.

"프로젝트 총액의 30%는 이진명 선생님과 기존 투자자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우리 같은 신규 투자자들이 분담할 예정이에요. 1인당 최소 5천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하셨어요."

지수는 빠르게 계산했다. 5천만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오피스텔 투자로 얻은 수익과 회사에서의 급여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도전해볼 만한 금액이네요. 용산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지역이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투자가 될 것 같아요."

민주는 밝게 웃었다. "맞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직접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로 돌아가는 길, 지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침에 느꼈던 시장의 불안감은 이제 새로운 기대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위기는 분명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태어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지수는 용산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용산은 서울의 중심부로서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복합 문화공간은 미래 지향적인 사업 모델로, 단순한 주거나 상업 공간보다 규제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창밖으로 서울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지수는 우주의 팽창을 상상했다.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계속해서 확장되는 우주처럼, 그의 인생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규제와 위기는 일시적인 장애물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큰 흐름을 읽고, 그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다.

'우주는 팽창하는 방향으로만 간다.'지수는 이 말을 되새기며, 내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위기 속에서도 계속 확장하는 우주처럼, 그의 부동산 여정도 계속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0. 부의기하학: 서울방정식 (10.파동과 입자)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