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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愼戰)주의자 손자의 『손자병법』

by 독자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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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孫子)는 춘추시대에 활동한 사람으로 본명은 손무(孫武)이다. 춘추오패(春秋五覇) 중 하나인 오(吳)나라의 왕 합려(闔閭)를 섬겨 그를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그러나 손자는 호전주의자는 아니었다. 그가 활동했던 시대는 안정적으로 중국을 통치하던 주(周)나라의 권위가 사실상 추락하여 기존 질서인 봉건제가 붕괴되어가던 시대였고, 중국사에서 정치·경제·문화·사회적 격변기였다. 정치적으로는 전통적 위계질서가 붕괴되어 하극상과 부국강병을 통해 치열한 겸병을 해나가는 제후국들이 늘어나고,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반복되고 맹약과 전쟁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폐쇄적으로 운영되었던 각 국가들은 강력한 국가를 중심으로 중앙집권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경제적으로는 생산력이 크게 발달하여 소농경영이 본격화되고, 계약관계가 널리 퍼졌으며, 토지 소유권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이에 따라 사람들의 세계관도 주술적·미신적 세계관에서 이성적으로 변모해갔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손자는 자신의 저서 『손자병법』을 통해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병법은 속이는 것이고, 전쟁은 모략으로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며, 수비 대형이 갖춰진 성을 정면 공격하는 공성전과 상대국의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이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자국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적국의 피해는 극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전쟁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경제력과 영토의 크기와 같은 전쟁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전쟁을 최대한 삼가며 백성들의 생활을 잘 돌보는 어진 정치를 통해 국력을 잘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의 저서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利)’라는 글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한비자』에서 대신들이 아닌 백성들의 창고를, 상공업자(오늘날의 대기업·부동산업 등)들이 아닌 병사와 농민들의 창고를, 이민자들이 아닌 자국민들의 창고를 가득 채워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즉 손자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정치와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전쟁을 잘 할 수 있고, 전쟁을 한다면 자국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적국의 경제적 손실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손자는 전쟁광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으며, 전쟁은 국력을 소모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최대한 피해야 하고 만일 전쟁을 한다면 가장 손실을 덜 보면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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