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을 넘어 인생의 지혜를 담은 책, 『손자병법』
해제 p.24~제1편. 계(計) 도입 p.34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는 전쟁을 국가의 중대사 중 하나로 규정했다. 이는 당대의 전쟁불가론이나 전쟁필요악론과는 다른, 중간자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여기서도 손자의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전쟁론을 엿볼 수 있다. 손자는 전쟁은 불가피하기에 이겨야 하지만, 군 통수권자는 전쟁을 좋아해서도, 사적인 이유에 의해서 전쟁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전쟁으로 인해 망한 나라는 다시 복구할 수 없고,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전쟁 피해는 비가역적이고 치명적이기 때문에 손자는 군 통수권자는 전쟁을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며 엄중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손자는 전쟁에 앞서 치밀한 사전 준비와 적과 아군의 객관적 비교를 통한 계산을 강조했는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道)’로 표현되는 내치(內治)와 ‘법(法)’으로 표현되는 제도와 질서(시스템)이다. 손자는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경제력·군사력과 같은 정량적 요소와 정치 제도와 법적·행정 시스템의 합리성이라는 정성적 요소도 모두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손자는 이러한 정량적·정성적 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으며, 따라서 국가는 평소에 이러한 요소들을 잘 정비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정량적 요소는 군대를 직접적으로 지원한다면, 합리적 제도와 어진 정치로 대표되는 정성적 요소들은 전쟁에 참여한 군대와 국민들의 동요를 방지하고 단결을 유도하여 전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쟁에서 정치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당대 전쟁론들과 손자의 전쟁론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했던 서양의 클라우제비츠보다도 손자의 전쟁론이 더 앞서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손자병법』에서 단순한 전쟁 이론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첫째, 튼튼한 내치와 합리적 제도를 통해 민심을 수습하고 민심과 일치단결하여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전쟁, 국가 경영과 같은 큰일을 위해서는 리더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큰일을 성공시키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고 나를 도와줄 만한 사람들을 모을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전쟁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강조한 것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평소에 에너지를 잘 비축하고 올바른 습관과 삶의 태도를 지니고 살아야 큰일이 닥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눈에 보이는 요소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상관없어 보이는 요소들까지 최대한 다각도로 생각하고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하기에 상상력과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무(文武)를 겸비한 왕이 성군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넷째, 도(道)와 법(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리더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와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