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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 결국 사람이 문제이다.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by 독자J

p.84~93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흔히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은 인생의 복잡다단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말할 때 쓰이는데, 딱 조괄(趙括)에게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의 조국 조나라가 진나라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유능한 대장군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장군이 된 그는 한 마디로 전쟁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그로 인해 45만 명의 병사들이 죽고 수도는 1년 동안 포위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명성만으로 사람을 기용한 무능한 조나라 효성왕(孝成王)과 전형적인 백면서생(白面書生)인 그의 성향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 조사(趙奢)는 자신의 아들이 병법에는 뛰어나지만 전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고 했고, 명신(名臣) 인상여(藺相如)는 아버지의 병법을 알기만 할 뿐이라며 장군감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자신의 아들이 대장군에 임명되자 아들의 평소 행실이 아버지와는 정반대여서 절대로 장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괄의 부모는 비록 부모지만 자식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았으며, 고위 공직이 어떤 자리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매우 현명한 부모이자 부부라고 하겠다. 각자가 현명한 부모이자 배우자인,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좋은 사례이다. 배우자의 조건 중 하나로 뜻이 잘 통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부부가 딱 그렇다.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배우자를 만난 조사는 운 좋은 남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기하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이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것이다. 한쪽에는 어리석고 단순한 효성왕과 조괄이, 반대쪽에는 현명한 조사 부부가 있다. 나는 이들처럼 내 자식을 대할 수 있을까? 내 자식이 역량이 안 되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조괄의 사례가 사람의 중요성과 백면서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주지만, 끊임없는 학습은 리더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괄은 아버지의 병서를 읽기만 했을 뿐 깊이 통찰하고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 탄금대 전투에서 배수진을 쳐서 자신을 포함한 부대를 전멸시킨, 진주성 전투의 영웅 신립(申砬)과 영화 〈한산〉에서 학익진을 해전에 전혀 적용하지 못하는 원균과 같은 장수들을 생각나게 한다. 원균 역시 이순신이 소중하게 일군 해군을 12척만 남기고 모두 수장시켰다. 이 세 명의 장수들과, 이들과 정반대의 이순신을 모두 고려하면, 나의 경험과 융합하여 실전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깊이 깨우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순신이 해전을 대하는 태도처럼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판단도 인생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첩보전, 정보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처럼 손자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책략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외교력과 압도적인 전쟁 억제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쟁은 이겨도 이기는 것이 아니기에 전쟁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을 읽고 외교도 안보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며 어쩌면 국방력 자체보다도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주의자들은 압도적인 힘을 통한 평화를 주로 말하지만, 전쟁 피해는 비가역적이며 전쟁의 승리는 승리가 아니라는 그의 중요한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외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쟁 억제력은 좋지만 많은 비용이 드는데 반해, 외교는 적은 비용으로 적국의 전쟁 의지 자체를 꺾는 [벌모(伐謀)]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또 누가 지도자이냐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전쟁과 정치도 모두 사람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서 『사기』 「이장군열전」에 나오는 이광의 이야기는 나에게 깨달음을 줬다. 그는 전쟁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활쏘기를 잘했고, 부하들에게도 관대하고 청빈한 장군이었으나, 전쟁의 아슬아슬함이 주는 스릴을 즐겼을 뿐 그 외의 것들은 보지 못해 결국 대장군이 되지 못했다. 본인이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돌격대장 이상의 그릇으로 자신을 키워내지는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일만 잘한다고 꼭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자신을 만개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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