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연륜, 카리스마, 준비, 책임감, 메타인지
p.103~116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가 제시한, 전쟁에서 이기는 5가지 원칙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첫째, 싸우고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때’를 감지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일컫는다.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타이밍을 결정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인생은 타이밍의 예술,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 공격적으로 전진할 때와 쉬면서 재충전할 때, 내 의견을 관철할 때와 남에게 양보할 때 등 인생의 모든 결정의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이다.
둘째, 병력의 수에 따른 싸움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다양한 상황에 따른 행동 방침 또는 대응 양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며 유연한 대처 능력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연륜은 이것들을 정교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물론 물리적 나이와는 무관하다. 많은 직·간접적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상하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리더는 조직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여기에 비견될 수 있다. 잘 나가는 팀은 감독이 팀을 완전히 장악하고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낸 팀이다. 그리하여 감독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 마음이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조직의 일심동체를 깨고 돌발 행동을 하거나 너무 본인의 생각이 강한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내치기도 한다. 그래서 『춘추좌씨전』의 장수 화원은 양지같이 상관의 생각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부하를 과감히 내쳤어야 하지 않았을까? 20년 동안 프리미어 리그의 왕으로 군림한 알렉스 퍼거슨 경처럼 말이다.
이는 동지(同志)의 중요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 특히 동지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생은 어쩌면 나만의 동지들을 모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루피가 딱 그렇다. 그는 해적왕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과 뜻을 함께할 동지들을 한 명씩 동료로 영입하여 사황(四皇)의 자리에 오른다. 인생의 큰 복은 어쩌면 이런 동지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도 중요할 것이다.
넷째,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인생은 언제나 실전이기에 매일,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되어 있어야 뜻하지 않은 순간에 대응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다섯째, 유능한 장수와 그를 믿고 존중하는 군주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리더는 실무자처럼 사소한 일에 관여하고 아랫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거나 복종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일을 맡긴 후 그에 따르는 책임을 온전히 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리더는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특히 책임이 중요하다. 책임질 줄 모르는 리더는 일을 그르칠 뿐 아니라 조직에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손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로 표현되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게 된다고 했는데, 이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대부분 상대방 또는 적은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지만, 자신에 대한 이해(메타인지)는 매우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손자는 자신을 잘 알면 50%의 승률(한 번 이기고 한 번 짐)을 얻을 수 있다고 했고, 자신과 적 모두를 모르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게 된다고 했는데, 나는 이것이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이해이다. 그러고 나서 나 이외의 다른 것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명확성을 높여 놓은 상태에서야 불태(不殆)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