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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形)과 세(勢)Ⅰ

인생은 운이고, 운은 사람이 결정한다.

by 독자J

p.117~125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는 전쟁은 형(形)과 세(勢)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형(形)은 전쟁의 물리적·실체적 측면으로서 병력의 배치와 운용 상태, 병력의 양과 질 등을 일컫는다. 한 마디로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며 계산 가능한 부분이며 전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세(勢)는 전쟁의 추상적·정신적 측면으로서 군대의 기세나 절도, 임전 태세, 전쟁의 주도권 등을 일컫는다. 한 마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으며 전쟁의 판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명량 해전을 예로 들며 이순신 장군이 명량 해전을 통해 조선군의 패형(敗形)을 승세(勝勢)로 바꿨다고 진단했다. 일본군의 입장에서는 승형(勝形)이 패세(敗勢)로 바뀐 것이다. 이후 노량 해전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명량 해전의 역할이 조선군에 미친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손자는 전쟁을 잘하는 것은 적의 승리 요건을 모두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형(形)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는 “승리란 (미리) 알 수는 있어도 만들 수는 없다”라고 했는데, 이는 전쟁을 맞아 자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적국의 승리 요건을 모두 제거하여 승리의 요건을 갖추는 것일 뿐이고, 노력으로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역자는 이를 ‘불패’의 군대를 갖출 수는 있지만, ‘필승’의 군대는 갖출 수 없다는 표현으로 정리했는데 매우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승리는 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못해줘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형’의 측면에서, 손자는 승자는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떠들썩하게 승리하지 않고, 도(道)와 법(法)을 잘 갖추어 쉽게 승리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인치(仁治)의 중요성과 명성보다는 승리할 줄 아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손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성공이 ‘운(運)’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운이 받쳐줘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왜냐하면 한 길 속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구성된 것이 세상이기에, 세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도, 승리도, 성공도, 실패도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통제할 수가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듯,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후에 때를 기다릴 뿐인 것이 삶이라는 교훈을 손자는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온 『사기』 「고조본기」 편에서 유방이 항우를 이긴 이유에 대해 말하는 대목은 나의 이런 생각을 지지한다. 그 대목은 다음과 같다.


군막 속에서 계책을 짜내어 천 리 바깥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일에 있어서는 내가 장량만 못하며,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위로하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 도로를 끊기지 않게 하는 일에 있어서는 내가 소하만 못하고, 또 백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움에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함에 반드시 점령하는 일에 있어서는 내가 한신만 못합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걸출한 인재로서 그들을 임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이며, 항우는 단지 범증 한 사람만이 있었으나 그마저 신용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항우가 나에게 포로로 잡힌 까닭이오. (p.122)


이와 같이 형편없는 능력을 가진 유방이 자신만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지겹지만 또 사람의 문제다. 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쓰는가에 따라 나의 운명과 나의 일의 성패가 좌우된다.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는 이유는 결국 타인과 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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