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유연하게, 대국적으로,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잃지마.
p.135~143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리더에게 유연함은 필수 덕목인 것 같다. 손자는 전쟁은 정공법으로 맞서고 기습법으로 승리하는 것이 기본이며, “기습을 잘하는 자는 끝이 없는 것이 하늘과 땅 같고 마르지 않는 것이 강과 바다 같다.”라고 했는데, 이는 유연한 전술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보인다. 『사기』「역생육고열전」에서 제나라 왕 전광(田廣)이 한(漢)에서 온 사신 역생(酈生)을 그대로 믿고 한나라와의 전쟁을 포기하게 맡든 후 한신이 기습 공격한 사례에서도 유연함과 기습법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 있다. 우리는 유난히 기습이나 권모술수 같은 전술을 싫어하며 원칙과 도덕만을 앞세우는 리더를 보곤 하는데, 그런 리더들이 과연 좋은 리더인지 의문이 든다. 전시에는 전시의 룰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심지어 존망이 달려있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만의 논리라는 것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 자신부터 반성해 본다. 나는 융통성과 유연함을 얼마나 가지고 있으며 임기응변에 얼마나 뛰어난가? 지나치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사실 그게 ‘일머리’라는 것 같은데 이렇게 보면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더 경험을 쌓고 성찰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한편, 앞서 ‘때’를 감별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듯, 전진할 때는 공격적으로 전진하지만, 맺고 끊을 때는 칼같이 맺고 끊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누구나 알지만 정말 어렵다. 나도 그렇다. 특히 이 맺고 끊는 능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열심히 나아가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그것을 끊임없이 부추기기에 뭐든지 공격적으로 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맺고 끊는 것은 정말 하기 어렵다. 인성(人性)과 품격은 여기에서 갈리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깃발이 바람에 어지럽게 휘날리고, 서로 뒤엉켜 싸우는 전투가 혼란스러워도 [적군과 아군이] 뒤섞여서는 안 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도 진용(陣容)을 둥글게 배치하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지 않는다. (p.138)
라는 부분은 내 마음속에 ‘명경지수(明鏡止水)’를 떠올리게 했다. 성공의 순간이든, 실패의 순간이든 냉정함과 침착함과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두려움과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즉 언제 어느 때나 명경지수(明鏡止水)할 수 있다면 삶이 매우 순탄해질 것이고 적어도 큰 굴곡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손웅정 감독이, 손흥민의 모든 개인 트로피를, 수상한 당일에 다 구석으로 치웠다는 이야기처럼. 하지만 우리는 성공의 순간에는 희열과 흥분에 매몰되어 오만과 나태함이라는 늪에 빠지고, 실패의 순간에는 좌절감과 절망감에 매몰되어 스스로 인생을 시궁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손자가 “어지러움은 다스려지는 데에서 생겨나고, 겁은 용기에서 생겨나고, 나약함은 강함에서 생겨난다.”라고 했듯,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매우 오묘한 문장이다. 또한 맺고 끊음이라는 것은 자기 관리에도 적용된다. 공자는 언제나 자신에게 엄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것이 인(仁)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대부분 반대로 산다. 그래서 대부분은 원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역시 나부터 반성한다. 자신에게 조금 더 엄해지고 철저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무릎을 쳤던 부분인데, 진정으로 이기고 싶다면 모든 것을 혼자 차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인생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혼자 다 먹으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적이 되고 세상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매일 펼쳐지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이 난이도를 높이는 바보 같은 선택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얻으려고 해야 한다. 작은 이익이 아니라 큰 그림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대국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뼈를 주고 살을 얻어야 한다. 즉, 거래를 하든, 사업을 하든, 협상을 하든 승자독식이 아니라 윈윈 전략이 최고다. 손자는
그러므로 적을 잘 움직이는 장수는 적에게 형세를 만들어내어 적이 반드시 그를 따르게 되고, 적에게 [좋은 점]을 주면 적이 그것을 반드시 취하게 된다. [작은] 이익으로써 적을 움직이고 병졸로써 적을 기다린다. (p.141)
라고 했는데, 여기서 ‘반드시’라는 말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승자는 적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미끼를 사용하여 적 스스로 자신의 승리를 위해 복무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오늘날의 인간관계와 비즈니스에 시사점을 준다. 그것은 ⓵ 언제나 대업의 성취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며, ⓶ 이를 위해서라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는 구미가 당길 만한 것들을 줄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⓷ 따라서 전부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부’를 취하라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사람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만 성공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보상하고 분배할 줄 안다. 영화 <서울의 봄>의 전두광이 ‘일만 잘 되면 그 아가리에 떡고물 처넣어 줄 테니까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 대목은, 그가 왜 쿠데타를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역사에서도 전두환은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고, 그에게 가담했던 수많은 정치군인들은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사업을 할 때 사소한 이익에 신경 쓰거나 비용에 집착하느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을 할 때 특히 이 원칙을 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장사꾼’과 ‘사업가’는 태도와 마인드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큰 것을 얻고자 한다면 ‘작은 것쯤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자기 관리에도 적용되는, 매우 심오한 메시지이다. 인생은 어찌 보면 거래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장사꾼으로 남을 것인가? 사업가가 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