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스템과 훌륭한 개인, 어느 쪽이 더 나을까?
p.144~153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는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기세(勢)에서 승리를 구하고 병사들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따라서 능히 사람을 버리고 기세에 [모든 것을] 맡긴다.”라고 했는데, 이는 병사 개인의 역량보다 기세를 타는 것, 즉 분위기,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승리를 가져오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편, 손자는 이러한 기세는 ‘둥근돌을 천 길 높이의 산에서 굴러 내려오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한 번에 큰 힘을 내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평소에 둥근돌이 높은 산에서 굴러내려 올 수 있도록 매일 돌을 둥글게 깎고 다듬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한 번에 큰 힘을 내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큰 힘을 내기 위해 평소에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해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또한 평소의 중요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편, 개인에게도 이러한 교훈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력이나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더 큰 차원의 습관, 환경, 루틴, 시스템 등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는 강한 의지와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받는 것보다 습관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즉, 의지력과 동기부여가 충만한 초반에는 그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차원에서의 ‘지속’이라는 방향성 혹은 ‘기세’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일단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여서 기세를 타고, 습관과 시스템을 형성하고 나면 이후에는 습관과 시스템으로 알아서 하게 되어 전반적인 방향성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훌륭한 리더는 개인을 탓하기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 분위기, 환경, 문화를 구축하는 것에 더 공을 들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인사고과와 복지와 안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리더는 좋은 리더이다. 손자의 말대로 뛰어난 직원 몇 명을 가진 조직을 ‘기세’를 탄(혹은 분위기 좋은) 조직이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잘 될만한 사람들을 쓰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시스템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특징 중 하나는 좋은 제도들로 인해 국민 개인이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좋은 조직은 얼마나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선진국인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개인은 정말 큰 일에 힘을 낼 수 있도록 평소에 꾸준히 준비하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며, 동기부여나 의지력이나 정신력보다는 습관과 루틴 형성에 더 공을 들인다면 인생을 좀 더 순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부, 운동, 건강관리와 같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을 평소에 하면서 좋은 습관을 더 많이 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