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찾을 것 없다. 이미 손자가 오래전에 말했다.
p.154~161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무릇 먼저 전쟁터에 도착하여 적을 기다리는 장수는 여유가 있고, [적보다] 늦게 전쟁터에 도착하여 전투에 달려 나가는 장수는 피로하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을 끌어들이지, 적에게 끌려가지는 않는다.(p.158)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민첩함, 적극성, 능동성을 강조한 것이고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상황을 주도하고 나에게 유리한 국면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라는 것이다.
먼저 가서 기다리라는 이러한 손자의 가르침은 시간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 약속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10분, 15분, 심지어 30분, 1시간 빨리 오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두 사람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 상대방과의 약속과 상대방의 시간에 대한 생각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더 사랑받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조성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손자는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고,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신뢰를 느낀다. 뭔가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편, 적을 기다려야지 적에게 끌려가지 말라는 것은 앞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해야지 닥쳐서 다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아울러 현명하게 사는 법은 시세나 현상에 끌려가고, 당장 주어진 일만 처리하듯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반적인 방향성과 인생의 원칙들을 설정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그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해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관계에서도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상대방이 나에게 끌려오게 해야지 상대방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의 모든 영역이 그렇지만 관계도 일종의 거래이기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어서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끌려오게 만들어야지 내가 텅 비어 있어서 상대방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판을 만들면 절대 안 된다. 소위 관계에서 ‘을’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손자는 또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올 수 있게 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올 수 없게 하는 것은 적을 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158)
라고 했는데, 이는 아군의 실제 상태를 적에게 들키지 말고 적이 쳐들어올 수 없도록 잘 포장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즉, 생각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나의 약점을 숨기고 강점을 어필하는 포장능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위선을 더 좋아하고, 포장된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을 손자가 이미 오래전에 지적한 것이다. 허허실실(虛虛實實)하다가 갑작스러운 순간에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것은 전쟁에서는 승리의 기술이지만 일상에서는 ‘반전매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반전에 끌린다. 또한 전쟁에서 아군의 약점을 숨기는 한편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야 승리할 수 있듯, 일상에서는 나의 약점은 숨기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