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맞이하며
5월은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밴드부 연습과 리허설로 분주했다. 짧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공과목 2차 중간고사가 있어서 또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시험이 끝나고 한동안은 밴드 공연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한숨 돌리니 기말고사가 코앞에 있었다. 밀도가 높았던 한 달이다. 그 사이 브런치 정기 연재를 시작하는 등 소소한 변화들이 있었다. 대체로 긍정적인 변화였다.
6월을 맞이하는 지금, 몸과 마음의 상태는 꽤 좋은 편이다. 몸이 힘든 날도, 공부하다 막막해서 운 적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롭고 즐거웠던 일상이었다. 이번 학기를 보내며 변화한 점들이 몇 가지 있는데, 글을 통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좋은 변화는 나에게 맞는 건강 습관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신경 쓸 게 많은 몸을 가진 나는 20 대 치고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나는 살이 빠지면 악화되는 병인 ’상장간막동맥증후군’이 있어서 체중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건강한 증량을 목적으로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다 내장 지방이 빠져 증상이 악화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스크림이든 과자든 살이 빨리 찔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먹으라고 하셨다. 근력 운동은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는 자제하라는 말과 함께. 그 뒤로 영양 음료를 신생아가 분유 마시듯 자주 먹고, 서울대 입구 아이스크림 가게를 매일같이 드나들었더니 배가 조금 통통해지면서 증상이 나아졌다. 보편적으로 권장되는 저속 노화 식단과 근력운동보다 중요한 것이 나에게는 ‘지방 늘리기‘였고, 보통은 건강에 해로운 아이스크림과 카페 음료가 나를 살렸다. 그 뒤로 ’최소한의 지방 확보 후 근육 증량‘이라는 지침을 세웠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에는 나에게 맞는 수면 시간, 나에게 맞는 스킨케어 제품 등을 찾는 성과를 이루었다. 건강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의학 정보를 따르는 것이 맞지만, 세부 사항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 끝에 1월보다 체중이 약 4kg 증가했는데, 여기에 더해 등하교를 하면서 많이 걷고 틈틈이 운동도 했더니 기초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물론 환자 수준에서 일반인에 가까워진 정도로 좋아진 것이지, 절대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두 번째로 내가 느낀 중요한 변화는 체력 증가에 따른 정신적 에너지 상승이다. 주어진 과제와 상황을 조금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당장의 고통과 괴로움은 언젠가 지나가고 좋은 날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차분하게 시험 기간을 보내게 되었다.
정신적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괴로움을 견디는 힘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양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태도 또한 생겨났다. 한창 체력도 없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했을 때는 딱히 나를 기쁘게 하거나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심리 상태가 조금 회복되었지만 체력이 아주 부족했을 때는 반복되는 일상만이 소중했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도 기대되지 않고 피로하게만 느껴졌다. 현재는 일상도 물론 소중하지만, 가끔 비일상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예를 들면 여행.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스스로에게 굉장히 놀랐다. 이것이 이번 학기에 겪은 세 번째로 중요한 변화이다. 루틴과 반복이 가장 중요한 자폐인인 내가, 반복되는 일상의 틀을 통째로 벗어던지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하다니! 집과 기숙사가 무조건 최고였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태도이다.
하지만 지금은 즐거운 여행 상상보다는 일주일 남은 기말고사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부담감은 들지만 점점 완성되어 가는 공부가 즐겁기도 하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재미있게 해야지! 시험이 끝나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당일치기 여행도 다녀올 생각이다. 아직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까운 경기도부터 갈 생각이다. 달콤한 해방을 꿈꾸며 오늘도 공책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