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살면서 위만 보면 안 되고 아래도 봐야 한다"
자기 보다 잘난 사람만 쳐다보고 비교하면 열등감만 드니까, 자기 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도 쳐다보면서 가끔씩 우월감도 느껴야 인생이 살만하다는 거죠. 흔히 학벌콤플렉스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하는 답변을 보면,
"너는 그래도 B대는 나오지 않았냐... C대나 D대 보다는 너가 낫지 않느냐..."
이런 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 말했던 "우월감 느끼기" 방식과 다를 바가 없는 논리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는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평소에 나보다 낮은 대학을 나온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면서 우월감을 느껴도 내 눈 앞에 명문대 출신이 나타나면 또 다시 열등감 버튼이 눌리기 때문입니다. 그건 건전한 해결방법도 아니고 근본적인 대책도 되지 못합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A대학이 B대학 보다 더 좋은 대학일 수 있습니다. 세계 랭킹이나, 입시결과나, 교수진 수준이나, 선배들의 사회 진출 현황 등이 그런 지표일 수 있는데, 따라서 내가 B대학을 다니고 있다면 나는 A대학 보다 못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부정하면 정신승리나 현실부적응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학벌콤플렉스에서의 쟁점은 "왜 A대학보다 못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스스로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껴야 하냐"는 것입니다. 내가 A대학보다 못한 B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건 이미 쏘아져 날아가고 있는 화살과 다름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화살이 잘 맞도록 과녁을 키워줄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B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이 나를 더 쉽게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학벌콤플렉스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고통은 남이 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 이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먼저 고통의 원인을 따져봅시다. 나는 왜 내가 B대학 출신인게 불만족스러울까요? 왜냐하면 나는 원래 A대학을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대학 출신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보면 고통은 A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욕심', 즉 A대학이라는 학벌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만든 셈입니다. 원인을 제거하면 결과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A대학에 가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면,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요? 욕심을 버릴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욕심의 대상이 더이상 나에게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학벌콤플렉스만으로 범위를 좁혀보자면, 욕심의 대상인 A대학이라는 학벌이 더이상 나에게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면 나는 '욕심'을 버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던 열등감으로부터도 탈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A대학 학벌 말고 다른 가치를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기면 되는데 그건 건강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좀 더 속물적으로는 사회적 명예나 돈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A대학이라는 학벌이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면 나는 그것을 얻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건강을 잃었을 때 고통스러울 것이고,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가족을 잃었을 때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만약 인생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리는 '욕심'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 그런 경지는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깨달을 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 세상은 아무런 목적이 없이 돌아갑니다. 이 광할한 우주에서 떠돌던 원자들이 어느 한 찰나의 순간에 태양계, 그 중에서도 지구, 그 중에서도 한반도에 아무런 이유도 까닭도 없이 머물러 내가 잠깐 만들어진 것입니다. 나를 구성한 원자들은 조만간 흩어져 또 억겁의 세월 동안 우주를 떠돌 것입니다. 그 잠깐 동안 빚어진 먼지에 불과한 우리가, 기나긴 우주의 시간 속에서 한 순간에 불과할 A대학 학벌 때문에 울고 웃는 것은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일인가요?
기왕 먼지가 되어 바람처럼 살다 갈 것이라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욕망하고 사랑하고 좌절하고 이별하며 번뇌에 가득찬 삶을 보내기 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로 어떤 것도 욕망하지 않으면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게 더 유쾌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지금 당장 산 속에 들어가 무소유의 청빈한 삶을 살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사람도 A대학에 들어가려 노력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살려고 할 수 있고, 부와 명예를 얻으려 성실하게 일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것은 마인드 세팅입니다.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사람은 A대학이나 가족, 건강, 부와 명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얻으면 좋지만, 잃어도 슬퍼하지 않는 것입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고 잃는 것이 두렵지도, 잃었을 때 슬프지도 않는 겁니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인생의 모든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