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문수 후보 선출 취소는 국민의힘 사망선고다

친윤계는 대선을 이미 포기했다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어제 김문수와 한덕수 간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후보교체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대선 후보를 다시 선출하기 위한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바로 오늘 '새벽'에 열렸습니다. 비대위는 우선 김문수 대선후보의 선출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직후에 한덕수의 입당과 대선후보 등록 의결 절차를 밟았습니다. 대선후보 후보 등록을 새벽 3시부터 4시까지만 받는 것도 코미디인데, 이때 요구하는 서류만 32가지였다고 합니다. 사전에 한덕수 캠프와 교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친윤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친윤계는 이미 대선은 포기했습니다. 상식이 있다면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태에서 후보를 교체해 놓고 이재명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다만 지금 이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차기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는 것뿐으로 보입니다. 만일 김문수가 대선후보로서 당무우선권을 행사한다면 당내 요직을 자기 사람으로 교체하며 현재 당권을 쥔 친윤계를 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한덕수가 차라리 나은 것입니다.


그럼 그놈의 지방선거 공천권이 대체 왜 중요할까요? 지방선거는 시장·도지사·군수·구청장, 시·도의회의원, 교육감을 선출합니다. 따라서 대선이 대한민국의 이권을 놓고 싸우는 싸움이라면, 지방선거는 각 시·군·구의 이권을 놓고 싸우는 싸움입니다. 대한민국을 놓고 한 판 해보겠다는 큰 배포가 없는 사람에게는 연간 수백억에서 수천억이 걸린 시·군·구의 예산과 이권 사업도 매력적인 먹잇감일 수 있습니다. 후자에 가까운 친윤계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자기 라인의 군수, 구청장 등을 꽂아 넣어 사실상 지방 토호처럼 군림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개돼지가 아니라면 이런 막장스러운 정당의 추잡하기 그지없는 계파가 추천한 후보를 오직 그 정당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뽑아줄까요? 당연히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딱 한 군데, 대구·경북(TK)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리고 이 친윤계 국회의원들의 기반이 바로 TK입니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중도층에게 버림받느니 수도권에서 멸망하느니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기가 영원히 TK 토호로 군림할 수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친윤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


사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정치가 잠깐 개판으로 돌아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민들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선거로 심판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지금 친윤계가 무려 당원들이 뽑은 후보를 자기들 마음대로 갈아치우면서까지 무리하게 당권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까닭은, 윤상현이 말했듯이 그걸 '잊어주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문수가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려진 것은 보수 지지층 내에서도 꽤나 동요를 일으키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요해도 어쩌겠습니까? 이재명과 한덕수가 맞붙으면 또 새까맣게 다 잊어주고 좋다고 한덕수 뽑아줄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친윤계가 당원들을, TK 주민들을 두려워하겠습니까? 국민의힘이 망한 것은 박근혜의 최순실 사태도, 윤석열의 계엄 사태 때문도 아닙니다. 자칭 보수라는 인간들이 덮어놓고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대한민국 보수 정당이 여기까지 추락한 것입니다.


불가능하리라는 건 알지만, 제가 살고 있는 TK 주민들에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국민의힘에서도 대선을 포기한 거, 아예 압도적 표차로 이재명을 당선시켜 버리는 겁니다. 한덕수가 본선에서 10% 안쪽으로 빌빌 대면 아무리 친윤계가 막가파라지만 정치적 책임을 안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게 장기적으로는 국민의힘을 살리는 길입니다. 다음에 당권을 잡는 게 나경원이 됐든, 안철수가 됐든, 한동훈이 됐든, 일단 이 친윤계부터 치우고 봐야 합니다.




결론


한국의 정당은 아직까지 '보스 정치'의 티를 벗지 못했습니다. 모든 정치가 대권 후보급 인물의 계파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에는 이제 그 대권 후보마저 몽땅 사라졌습니다. 지지율이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꼴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권력 공백의 틈을 윤석열 없는 친윤석열계가 메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이제 국민의힘에서는 두 가지가 불가능합니다. 첫째, 야망과 비전 있는 사람이 내부에서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사람이 성장한다면 당내 기득권을 밀어내려고 할 것이므로 철저하게 밟아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야망과 비전 있는 사람이 외부에서 입당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사람이 입당한다면 윤석열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당내 기득권을 밀어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국민의힘은 대권을 노릴 야망도 없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더 나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비전도 없는 정당이 된 셈입니다. 정치적 사망선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리더십과 구심점을 잃고 기회주의자들만 들끓는 정당은 사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TK와 일부 지역을 비롯한 한 줌도 안 되는 땅에서 지방 토호처럼 군림하다가 그마저도 70대 이상 고령층이 떠나는 대로 지역구 통폐합과 함께 사라질 예정인 것입니다. '호주 보수당은 이제 망할까' 게시글에서도 언급했듯이 2026년 지방선거가 그 예고편, 2028년 총선이 그 본편의 첫 방송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재명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지고 민주당 내에서 풍비박산이 나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과반을 한 번도 넘지 못하는 그 방송 말입니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7화신속한 파기환송, 사법부 엘리트의 이재명 탄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