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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

by 삼중전공생

참고 문헌


제가 언급하고도 각주를 달지 않은 수치들은 대체로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이재명 득표율은 47%를 넘길 수 있는가?


이재명이 당선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준석은 자신이 김문수와 단일화를 하는 것이 정치적 자살 행위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하기 때문에 단일화를 할 일도 없겠지만,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김문수가 이재명을 이길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이 이상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재명이 과연 몇 %로 이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현재와 유사하게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은 41.08%를 득표했습니다. 홍준표는 24.03%, 안철수는 21.41%, 유승민은 6.76%, 심상정은 6.17%를 각각 득표했습니다. 이걸 5월 22일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며 고려해 보면 유의미한 시사점이 꽤나 도출됩니다.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이재명 지지율은 45%인데, 이는 문재인+심상정의 득표율인 47.25%와 비교했을 때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약간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 제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이 47.83%를 득표했으니 대선 국면에서 범진보 세력이 총집결할 수 있는 최대치가 47% 수준이라고 본다면, 이재명은 이번 21대 대선에서 반드시 이 47%대는 넘겨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어쨌거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마당인 데다 민주당 내에 이재명에 반기를 들만한 세력도 없으니, 설령 현재 지지율 그대로 45%대로 당선된다고 한들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무려 '계엄 선포' 사태 이후에 치러진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범진보 집결을 최대치인 47% 선까지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호사가들에게는 이재명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릴 수 있는 일이라고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주목을 받는 것은 이준석과 개혁신당일 것입니다. 20대 대선에서 47% 성적을 거둔 이재명의 득표 중 거의 2%를 자신의 몫으로 뺏어온 셈이기에, '민주당 지지층에게도 이준석이 소구력을 갖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실증한 사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불씨를 잘 살린다는 전제 하에, 2028년 총선에서 소프트한 민주당 지지층의 비례대표 표심을 일부 가져오는 일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샤이 이준석'은 투표장에 나올까?


'샤이 이준석' 지지층은 여론조사를 통해 존재는 확인됩니다. 이재명과 김문수 지지자는 평소 정치 이야기를 주변에 잘하지 않는다고 말한 비율이 각각 51%와 52%입니다. 그런데 이준석 지지자는 이 비율이 62%나 됩니다. 중도층이 정치 이야기를 주위에 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6% 수준인데, 이준석의 지지층 중 48%가 중도층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투표장에 실제로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세 유력후보 중 가장 약세라는 점에서 '사표론'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호의적으로 보고 실제로 투표를 하진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투표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이준석 지지자 중에서는 53% 밖에 되지 않고, 42%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재명 지지자의 89%가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극히 대조적입니다.


또 이준석의 주된 지지층의 특성도 이들이 실제 투표장에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준석 지지층의 키워드는 20대, 남성, 학생입니다.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18~29세 중 29%는 이준석을 지지하는데, 이는 18%인 김문수 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또 이준석 지지층 중 여성보다 남성이 2.3배 더 많은 것도 자료에서 확인됩니다. 그리고 직업별 지지도 조사를 보면 '학생' 중 36%가 이준석을 지지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재명 22%, 김문수 19% 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나 20대, 남성, 학생의 카테고리가 이준석에게는 중요한데, 우연찮게도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계층들이기도 합니다. 18~29세 응답자 중 31%는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응답해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여줬습니다. 또 '학생' 중 32%는 마찬가지로 투표를 통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 직업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미세하게 투표에 더 부정적인 입장인 점까지도 모두 여론조사 자료를 통해 확인됩니다.


따라서 이준석의 관건은 지지층 반경을 확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소위 '이대남'으로 축약되는 본인의 핵심 지지층을 실제 투표장에 얼마나 turn-out 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선거 전략 구상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현재 달성한 10%대의 지지율에 못 미치는 한 자릿수 득표율을 얻는다면, 선거비 보전 이슈를 차치하고서도 개혁신당은 당분간 김 빠진 상태로 남을 것이고 향후 '이대남'들의 투표 참여 열기도 식은 채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석 지지층이 실제 투표장에서 이준석에게 표를 던질지는 부분적으로 김문수가 이재명의 지지율을 얼마나 더 따라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내일 발표될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3~5% 미만으로 좁혀질 경우, 이준석 지지층 중 이재명 비토 성향이 강한 일부는 이재명을 현실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김문수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문수가 이재명을 위협할 수 있으려면 중도층으로의 확장 이전에 우선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은 모두 자기 지지층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 중 단지 65%만이 김문수를 지지하고, 18%는 이재명, 11%는 이준석을 지지한다고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 중 83%가 이재명을 확실히 밀어주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 상황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기도 옹색할 정도로 상당히 개판입니다. 지지율이 한 줌조차 안 되었던 후보들이, 안철수를 제외하고는 그마저도 모두 다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유승민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한동훈은 연일 친윤 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홍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대놓고 이준석 지지 선언까지 한 마당입니다. 모두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힘을 모아 김문수를 밀어줘도 모자랄 판에 자중지란에 빠진 것입니다(선당후사라기엔 홍준표는 더 이상 국민의힘 당원도 아니지만). 이 상태로는 중도 확장은커녕 보수 집결조차 온전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21대 대선에서 이준석이 '샤이 이준석'을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온전히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동탄 모델'을 언급하는 것을 보아하니 선거 전략도 참모진이 아니라 주로 본인 머리에서 나오는 듯한데, '이대남 turn-out'이 목표인 선거라면 이런 모습이 아직까지는 문제가 되진 않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이준석이 보여준 한계(늘 지적되던 '오만하고 싸가지가 없는' 태도)는 사실 '이대남'에게는 그다지 이슈로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고, 이준석이 가진 장점(디지털 리터러시 등)은 이대남에게 좋은 소구 포인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3. TK에서 김문수의 득표수는 얼마나 줄었을까?


언론은 TK에서의 이재명 지지율을 더 조망하던데, 물론 그게 상징적인 의미는 있으니까 주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의미로는 김문수의 득표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탄핵 정국 때 열린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이 대구에서 34만표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 20대 대선 때 이재명이 대구에서 또 34만표를 받았습니다. 즉 TK는 보수층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면 이재명 득표율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고, 투표장에 안 나오면 이재명 득표율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일어날 뿐인 동네입니다. TK에서는 보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힘에 실망하면 투표장에 안 나왔으면 안 나오지 이재명을 찍는 일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TK에서 이재명이 유의미하게 상징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TK의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최대한 안 나와야 합니다. 사실 길게 보면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긴 합니다. 현재 TK 강성 보수층의 계층 구성을 보면 대체로 70대 이상 고령층입니다. 80대 이후로는 건강 등의 이유로 투표율이 급감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대략 10년 후에는 구미, 경산, 포항, 경주 등 그나마 청년층 인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정당 출신이 아닌 후보의 득표율이 30%를 넘는 일이 꽤 빈번하게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20대 대선 이후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TK의 인구 구성 비율이 유의미하게 변했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유승민, 홍준표, 한동훈 등 TK에 소구력이 있는 유력 후보들이 뿔뿔이 흩어져 김문수 후보의 선거 운동을 제대로 돕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차라리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올리는데 주효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국민의힘 내의 자중지란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TK 내 득표수는 분명 20대 대선에 비해 줄었으면 줄었지 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TK 내 김문수의 득표수가 얼마큼 빠졌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계엄령 선포'로 인한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 대세론이 굳건하고,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모든 개판을 다 치면서 선거를 망치면 과연 어디까지 TK의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을 것인지 지표로 확인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대략 상하한 선을 유추해 보자면, 19대 대선 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가 71만표(45.36%)를 받았고, 20대 대선 때 윤석열이 127만표(72%)를 받았으니 그 중간 어딘가가 될 텐데, 지금 그 수준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겠습니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TK에서 김문수 지지율이 60%가 나오고는 있지만, 이들이 전부 투표장에 갈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재명이 TK에서 득표율이 40%를 넘는다면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이 대구에서 34만표를 득표한다고 전제한다면, 득표율이 40%를 넘기 위해선 투표율이 약 42%대까지 주저앉아야 됩니다. 현재 TK에서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5% 수준이니, 이들이 모두 투표하고 대구에서 34만표를 얻는다면 이재명은 대구에서 26%를 득표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도 종전 선거들에 비해서는 성장한 것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수치입니다.


다만 이재명이 안동 출신이기 때문에 연고를 중시하는 경북 북부에서 표가 좀 나올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은 경북에서 36만표를 얻는데 그쳤지만, 이재명은 41만표를 얻었습니다. 이런 추가적인 득표를 다소 감안한다면 경북에서는 대구보다는 약간 높은 약 28%의 득표율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TK의 투표율이 여론조사 대로 65% 수준이라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여전히 성과라고 보기에는 미진한 수치입니다.




결론


당분간 대통령은 어차피 이재명입니다. 다른 후보들은 이 선거에서 본인이 정말로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전략을 짜면 안 됩니다. 물론 지지자들은 정말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길 거라고 믿어야 투표장에 나올 테니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쇼맨십은 보여줘야겠지만, 정치를 길게 할 거라면 김문수와 이준석에게 중요한 건 이 선거에서 '당선' 외에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김문수 캠프 측은 이준석과 단일화만 하면 김문수가 정말로 이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김문수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문수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대선 패배는 기정사실화 하고 향후 있을 당권 다툼에서 친윤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을 들씌울 궁리를 이미 하고 있을 것입니다. 초유의 '한밤중 후보 교체 사태'로 친윤이 명분은 충분히 줬기 때문에 김문수는 당내 강성 지지층이 여전히 윤석열의 영향 아래 있더라도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이준석이 선거비를 전액 보전받기 위해서는 득표율이 15%를 넘겨야 합니다.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 10%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샤이 이준석 지지층 turn-out은커녕 현재 집계된 10%의 이들조차 온전히 투표장에 모두 나와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만에 하나 10% 미만의 득표로 전국 단위 선거의 선거비를 몽땅 덮어쓰게 된다면 당비로 쌓아둔 재산도 없는 신생 정당 입장에서는 재무적 재앙이 들이닥친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준석은 이대남을 어르고 달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표장에 끌고 나와 15% 혹은 최소한 10%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해 선거비를 보전받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어느 정당의 누구를 뽑든 곧 있을 투표일에 투표 참여하여서 민주 시민의 권리를 꼭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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