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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세제개편안에 증시 개미들이 분노한 이유

이재명의 '코스피 5000'은 사기였나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정부가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시장의 큰 기대가 있어왔고,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등 관련주들도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상승세를 탔었습니다. 이런 종목들이 2~5%가량 큰 낙폭을 기록했다는 것은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이 기대와 달리 소극적인 수준인 데에 대한 시장의 실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한 종목에 대해 50억 이상의 주식 가치를 보유한 것에서 10억 이상 보유한 것으로 하향 조정한 부분이었습니다. 원래 10억이었던 이 기준은 윤석열 정부 들어 50억으로 상향 조정되었었는데, 이를 다시 10억으로 원상복귀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간 양도소득세는 한국 증시에 계절성 낙폭을 가져온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에만 한 종목당 10억 미만을 보유하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 구간에 걸쳐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10월경부터 대량으로 매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은 사실상 '10억 보유 금지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존재합니다.




진성준 정책위원장의 처참한 문해력


앞서 민생지원금 세부 내용 설계과 관련해 깊게 관여한 것으로 보였던 진성준 정책위원장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년에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대주주 요건을 50억에 10억으로 내려도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안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언론들이 해당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해 본 결과 보고서의 내용은 전혀 딴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12월에 주식을 팔았다가 1월에 다시 사들이는 패턴이 관측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개인투자자의 보유 비중이 더 큰 코스닥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했고, 윤석열 정부가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상향하면서 12월과 1월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를 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러한 현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정부안 대로 대주주 요건을 10억으로 하향하는 조치가 그대로 통과된다면 한국 증시는 다시금 계절성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은 세금대로 걷지 못하고, 증시에는 불필요한 변동성을 유발하는 정책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졌던 '부자감세'에 대해 원상복귀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로 들리지만, 이런 맥락 때문에 코스피가 3.56%나 주저앉는 등 시장의 반응도 냉담한 상황입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바보 같은 더 큰 이유


한국 증시가 실적에 비해 주가가 유난히 낮은 현상을 지칭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반 주주의 이익보다는 '재벌'을 위시한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사회가 운영되는 지배구조의 취약성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액 주주에게 불리한 기업의 분할과 합병이 빈번하고 상속세 회피 등의 이유로 배당 등의 주주환원을 통한 주가 부양에 인색한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사회 내에서 대주주를 견제할 세력을 만들고 회사가 모든 주주를 위해 경영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오너 일가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슈퍼개미들이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늘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10억 이상 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까닭에 이런 슈퍼개미들이 과세 기준일인 연말 이전에 주식을 매도하여 주주총회 의결권을 상실하게 되면 이사회 내에 '진정한 대주주'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사회 내에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시키겠다는 지난번의 상법 개정안의 취지와 거꾸로 오너 일가 입장에서 성가신 일반 주주들을 자동으로 '치워주는' 효과를 낳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의 한심한 정책 전문성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결론


장기적으로는 양도소득세를 금융투자소득세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건 한국 기업 구조의 고질적 병폐인 오너 일가 대주주 위주의 기업 경영 문화에서 탈피한 이후에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배임에 가까운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한 기업 경영 하에서는 개미들이나 외국인들로 하여금 꾸준한 장기 우상향을 보여주는 미국 증시를 놔두고 국내 증권 시장에 투자할 이유를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고착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도외시하고 성급하게 조세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부자 증세 등을 실시하는 것은 이제 갓 7세가 된 아이보고 "이제 너도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나가서 돈 벌어와라"라고 말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수출의존도가 높아 경제가 세계 경기에 극도로 취약한 데다 기업 지배 구조가 후진적이라 증시가 장기 우상향하지도 않는데, 거기다 과세까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 개인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코스피·코스닥 엑소더스'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번 세제개편안은 한동안 잘 나가던 한국 증시에 찬물을 확 끼얹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제까지의 증시 상승세는 이재명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의지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 정책 전문성이 한심한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와중에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민생지원금 때부터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전에도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고, 정치 라인을 잘 타서 승승장구한 사람으로 생각되긴 했지만 여하간 이런 사람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영향력을 쥔 것은 국가적 불행입니다. 이런 사람을 한직으로 밀어내지 않고 계속 기용하고 있는 이재명의 진의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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