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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er

단골 미용실

by Space station Mar 21. 2025



19th Feb


컷트가 끝나면 매번 오늘은 어디 가시냐 묻는 사장님께 매번 집이요라고 답한다. 그날은 그럼 집에 가서 뭐 하실 거예요? 물으셔서 글을 쓸 것 같다 하니 다음에 오실 때 보여달라고 하셨고,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Aeer를 썼다.




내가 아에르에 처음 가게 된 것은 2022년, 당시 영등포구로 이사 후 여의도로 출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다니던 미용실이 멀어져 번거로웠지만 새로운 장소를 의연하게 가지 못하는 여러 이유들로 다니던 미용실을 꾸준히 갔었다. 점점 거리, 예약 시간 맞추기 등이 번거로워져 회사 동료들에게 근처 괜찮은 미용실 추천을 묻고 다녔었고, 당시 과장님이 ‘아에르라고 검색하면 정선생과 비슷한 사장님이 있다’며 알려줬었다. 그녀가 어떤 미용실에서 일하다가 내부 분란으로 직원들과 함께 퇴사 후 아에르를 차렸다는 tmi를 가타부타 덧붙이며 설명을 해주셨었다.

나는 다 필요 없고 ‘나랑 비슷하다고?’에 현혹되어 검색을 했었다. 사진 속 그녀를 보니 어쩐지 따듯하지만은 않은 분위기와 짧은 머리, 유니섹스 스타일로 깨나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것을 제외하곤 나와 비슷하다 했던 이유를 뭔가 알 것 같긴 했었다.

나는 바로 예약을 했었다. 당시 파격적인 수퍼컬리 헤어가 하고 싶어 했기에 은근히 스타일의 이해도가 높을 것 같은 미용사를 찾기도 했었고, 그녀가 적합하다 판단했었다.

미용실에 도착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 어색함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시 그곳은 나에게 마실 것을 드시겠냐 물었던 것 같고 사양하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 사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착석 후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자 잠시 고민을 하시고는 작업을 시작했었고 수 시간 조용하고 편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하게 기억하는 부분이다.

이후 미친 여자 같은 머리가 완성되었고 나는 만족하고 떠났었다. 그러던 중 교제하던 분과의 결별을 겪으며 마음의 병이 중해져 무성히 자라나는 머릿털을 질끈 묶고 일만 하며 지냈는데 나 또한 내부적 문제로 이직을 하게 되었었다.

전셋집 이슈 등으로 골치가 아프던 때에 뒤통수 우측하부에 500원 크기의 원형탈모가 생겼고 한동안 다시 이발하지 못했었다. 맨들맨들한 두피에서 배냇머리 같은 모발이 다시 자라날 때쯤 올리브영에서 9900원짜리 매직약을 사서 ‘느낌 있는 타잔 머리’로 바꿔보겠다며 술을 마시고 친구와 머리를 폈었다.

결과는 이로 말할 수 없이 처참했었고, 대책이 시급했는데 당시 갈 수 있을 미용실은 아에르뿐이라 다시 예약을 하고 갔었다.

특별한 기대없이 오랜만에 방문했던 아에르에 원장님은 엄청 오랜만에 오셨네요 라고 말하시며 원하는 걸 물었고 나는 민망해하며 어영부영 상황을 설명했었다.

그녀는 상태를 살피더니 케어시술을 하면 비단 머릿결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 대신 시간이 들겠지만 같이 해결해 보자고 말을 했었다.

그 말 한마디로 늘 시간을 내서 자양에서 여의도로 머리를 깎으러 간다.

거의 달마다 보는 그녀는 항상 바빴지만 친절했다. 몇 번 봤다고 자연스레 묻게 되는 안부는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최근 겪은 사건들을 낄낄거리며 서로 말하는 것도 같다.

저번 방문 때 그녀에게 ‘언제부터 일을 잘한다고 느꼈는가‘에 대해 물었었다. 그녀는 웃더니 잘한다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말 끝을 흐리며 리더로서의 난해한 부분을 속삭였었다.

자리를 감당하며 다양한 상처들이 지나갔음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피와 땀으로 찾은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리를 지켜내며 성장하는 방법을 배운 듯 느껴졌고, 앞으로도 그녀가 구성원들에게 지혜롭고 진취적인 리더가 되어줄 것이라 믿고 늘 그래왔듯 조용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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