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March
꽃샘추위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근하는 길 그녀가 보고 싶다. 날이 따듯하면 따듯해서, 기침이 나면 기침 핑계를 대겠지만.
나는 언제나 그랬듯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내고 있다. 얼굴을 붉히는 대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을 눈으로 하고, 여전히 의존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의존하며 살아남고 있다.
곧 엄마와 아저씨의 생신인데 오빠와 쿵짝이 맞지 않아 아직 선물을 고르지 못했고, 오토바이 개시를 위해 주문한 관련 장비 및 에어로졸 등이 오면 새차 및 셀프 정비도 해야 하고(라이딩 보다 큰 즐거움), 이번 주엔 세미나가 있고 다음 달엔 컨퍼런스도 있다. 정신없는 춘계를 보내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는 듯 느껴지지만 넘실대는 그리움은 조금만 움찔거려도 조금씩 흘러넘쳐 닦지 못한 일상에 끈적하게 메말라 남아있는 기분이다.
이 또한 지나감을 알고 갈 길이 멀지만 천천히 때론 빠르게 열심히 지나가고 있다. 아직은 얼마나 왔는지 뒤돌아 볼 용기는 없다. 조금 더 나아간 후 돌아보며 꽤 왔네를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건강하진 않지만 안정된 루틴에선 벗어나지 않은 하지만 은은하게 엉망이 된 부분도 있다. 전보다 잠을 못 잔다던지 때문에 야식에 과음이라던지 근무 중 의식의 흐름에 자주 빠진다던지..
컨퍼런스가 다가오면 그럴 리 없겠지만서도 전 남자친구를 마주치게 될까를 한 번은 상상한다.
마주쳐도 전혀 상관없고 별에 별 누구들을 마주쳐도 봤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괜시리 이래저래 마음이 물 먹은 솜 같은 패이즈이다.
특별하게 쓰고 싶던 말이 있어서 시작한 글이 아닌 의식의 흐름이 시작이었지만 제목은 그녀가 보고 싶다가 될 것 같다. 그리곤 곧 감춰버리겠지
언어엔 재능도 훈련된 부분도 전무해 글이라 하기도 민망한 일기 글들을 매번 쓸 때마다 어렵다.
와인을 사러 가는 전통시장 속 마트가 하나 있는데 그곳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공간이 있다.
집에서 1분 거리의 그곳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이런 운명적인 곳을! 발견해 너무 궁금해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해 몇 번이고 근처를 서성이며 몰래 안을 들여다보다 집으로 갔었다.
이번 주 데이오프엔 그곳을 꼭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얼렁뚱땅 글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