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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학은 보스턴으로

30억을 바다에 뿌리는 화끈한 도시 

by 빅초이 Mar 21. 2025

  


*야구팬의 성지순례

10대 시절의 나는 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가기 전 보스턴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를 꼭 성지순례하고 싶었다.

나의 성지순례,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 파크나의 성지순례,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 파크



*베이브 루스의 별명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루스는 1914년 보스턴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당시 팬들은 베이브루스를 Bambino(밤비노)라고 불렀다.

이탈리아어로 Bambino는 ‘아기, 아이’다. 

베이브루스는 덩치는 크지만, 아이처럼 천진난만했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베이브 루스


*아니 왜 형을 팔아 (밤비노의 저주)

1920년, 보스턴 구단주 헤리 프레이지가 베이브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급하게 팔아버린다. 

구단주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을 위해서 개인적인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성기의 국민타자 이승엽을 걸그룹 기획사 만들 돈이 필요하다며 기아타이거즈로 판 것과 같다. 


뉴욕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를 얻자마자 리그 최강팀이 되었고,

반대로 보스턴은 약체팀이 되어 1918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86년 동안 우승을 못 했다.

팬들은 이 암흑기를 베이브루스를 팔아서 우승을 못 했다고 생각하여 ‘밤비노의 저주’라고 부른다.

86년만 괴롭힐게 (실제로 보스턴은 46년, 75년, 86년 세 번이나 우승문턱까지 갔지만 귀신 들린 것처럼 패배했다)86년만 괴롭힐게 (실제로 보스턴은 46년, 75년, 86년 세 번이나 우승문턱까지 갔지만 귀신 들린 것처럼 패배했다)


*Reverse the Curse (저주를 꺾어라)

Storrow Drive (스토로우 드라이브)는 보스턴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다.

그 도로는 찰스강을 따라 보스턴 시내로 이어주는 길인데, 

한강을 끼고 달리는 올림픽대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찰스강 맞은편 동네는 Cambridge(케임브리지)이며 바로 여기에 하버드와 MIT가 있다.

보스턴 전경. 도로 왼쪽에 펜웨이파크, 오른쪽으로 찰스강이 보인다. 보스턴 전경. 도로 왼쪽에 펜웨이파크, 오른쪽으로 찰스강이 보인다. 


이 고속도로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꺾이는 연속 커브길 있는데,

‘Reverse Curve(리버스 커브)’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방향이 반대로 꺾이는 커브’라는 말이다.


Reverse(리버스: 바꾸다, 뒤집다, 반대의)의 어원은 re(뒤로)+vert(뒤집다)이다.

라틴어 vertere(뒤집다, 돌리다)에서 유래하여 -vert, -verse가 들어가는 단어는 

‘뒤집다, 돌리다’라는 뜻을 가진다.


*Convert(컨버트)

= con(서로)+vert(뒤집다) 종교를 다른 종교로 돌리다=개종하다


*Advertising(애드버타이징)

= ad(-쪽으로)+vert(돌리다)=이쪽으로 관심을 돌리다=광고


*Diverse(다이버스)

=di/dis(따로)+verse(돌리다)=여러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음=다양성


Reverse는 동전이나 종이처럼 물건을뒤집는 뜻 외에도
‘생각을 바꾸다, 승패를 뒤집다’로도 쓰일 수 있다. 

그래서 ‘운명, 불운, 저주를 깨다’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


이런 뜻으로 보스턴 팬들은 ‘Reverse the Curse! (저주를 깨라)’라고 86년을 빌었다.

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어떤 팬이
Reverse Curve 표지판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Reverse the Curse(저주를 깨라)라고 낙서를 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 꺾이는 저주.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 꺾이는 저주. 


표지판에 낙서하는 것은 공공기물 훼손인데, 보스턴시 정부는 이걸 보고도 처벌도, 철거도 하지 않았다. 

표지판에 낙서가 된 건 70년대인데, 무려 30년이 넘도록 그대로 두었다. 

그러면 정부는 언제 이것을 뗐을까?


바로 2004년, 보스턴이 86년 만에 우승하고 곧바로 철거했다.

고3 수험생들이 수능 끝나고 미련없이 문제집을 다 버리듯이.


우승하고 표지판을 떼는 밋 롬니 주지사. 이때부터 인지도를 쌓고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한다. (결과는 오바마에게 패배)우승하고 표지판을 떼는 밋 롬니 주지사. 이때부터 인지도를 쌓고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한다. (결과는 오바마에게 패배)


*Reverse the Curse! -> Reversed the Curse. 

그리고 저주를 깨고 20년이 지난 2024년, 

보스턴이 속한 주 메사추세츠 주의 주지사는 우승멤버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 표지판을 배경으로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때 표지판을 보니 또 한번 낙서로 글씨를 바꿔놓았다. 

Reverse the Curse! (저주를 깨라!)에서

The Reversed Curse (저주는 깨짐)로.

2024에 다시 모인 당시 우승 멤버와 가족들. 뒤에 표지판에 The Reversed Curse라고 적혀있다. 2024에 다시 모인 당시 우승 멤버와 가족들. 뒤에 표지판에 The Reversed Curse라고 적혀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2013년 4월 13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27,000명의 참가자가 달렸다.

관중들로 가득 찬 골인 지점 근처 건물에서 폭탄이 터졌고 5명이 죽고 500명이 넘는 사람이 다쳤다.


보스턴 마라톤은 축제에서 아비규환이 됐는데, 여기서 시민들은 도망가지 않고 서로를 도왔다. 

결승지점을 갓 통과한 참가자들은 탈진 상태인데도 다시 달려가서 부상자들을 도왔다.

몇몇 선수들은 마라톤 셔츠를 찢어서 부상자를 지혈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두 번째 폭탄이 터지는 순간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두 번째 폭탄이 터지는 순간


이후에 분노한 보스턴 시민들은 경찰의 수사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눈에 불을 켜고 범인을 찾았고, 결국 범인은 한 시민의 보트에 숨어있다가 붙잡혔다.


이때 보스턴 시민들은 다양한 자선활동으로 1,0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얼마 후에 보스턴 레드삭스 2004년 우승 멤버인 데이비드 오티즈는

연설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This is our city.
(이 도시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Nobody is going to dictate our freedom.
(아무도 우리 자유를 뺏지 못합니다)

Stay strong.’ (강해집시다, 보스턴)


Stay Strong, Boston (사실 오티즈는 This is our f***ing city라고 했고, 지역채널은 그걸 삐- 소리로 가리지 않고 생으로 내보냈다. 뜨거운 보스턴Stay Strong, Boston (사실 오티즈는 This is our f***ing city라고 했고, 지역채널은 그걸 삐- 소리로 가리지 않고 생으로 내보냈다. 뜨거운 보스턴


미국의 도시는 테러가 발생하면 그 지역을 한동안 폐쇄하고 행사를 취소한다.

하지만 보스턴은 다음 해 2014년에 보란 듯이 보스턴 마라톤을 더 크게 개최한다.

참가자들도 2013년보다 만 명이 더 늘어서 무려 36,000명이 보스턴을 달렸다.


보스턴 폭탄 테러 추모현장. 마라톤대회동안에 일어난 일이라 러너들이 러닝화를 수천 켤레 쌓아놓고 추모했다.  보스턴 폭탄 테러 추모현장. 마라톤대회동안에 일어난 일이라 러너들이 러닝화를 수천 켤레 쌓아놓고 추모했다.  


*다리가 잘려도

2013년 테러 때 신혼부부 패트릭 다운스와 제시카 켄스키는 러너들을 응원하다가 다리를 잃었다.

남편 패트릭은 한쪽 다리를, 부인 제시카는 두 다리를 모두 절단했다.

불과 1년 뒤, 2014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이 둘은 핸드 사이클 부문에 출전해 완주했다.


제시카는 보스턴 근처 병원 간호사였다. 그런데 폭발 테러로 두 다리를 잃고 나서 환자를 돌보던 입장에서 

수많은 수술을 견디고 돌봄을 받아야하는 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다리가 없어서 남들에게 도움받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이 되고 나서 삶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용기와 어려움에 적응하는 법, 그리고 아픔을 견디는 자세들을 연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에 시구자로 초대된 테러 생존자, 제시카와 패트릭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에 시구자로 초대된 테러 생존자, 제시카와 패트릭


*마, 뜨겁나 보스턴 

보스턴은 미국의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도시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의 발상지이고

1775년 독립전쟁이 일어나고 처음으로 민병대가 영국군과 맞서 싸운 곳도 보스턴이다.

1800년대 중반부터는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이민자들이 보스턴에 와서 정착했다. 

출신도 언어도 서로 다르지만 보스턴사람들은 독립전쟁의 발상지답게 공동체의 자유를 위해선 뭉치는 단합력 하나는 최고였다. 


보스턴 차 사건. 이때 던진 차가 무려 30억치다. 보스턴 차 사건. 이때 던진 차가 무려 30억치다. 

그리고 보스턴은 하버드와 MIT를 필두로 지적인 가치를 중요하고 아는 대로 실천하는 도시가 되었다.

실제로 19세기 노예제 찬반이 격렬하게 갈릴 때 보스턴은 노예제를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주다. 

이후에도 시민운동이 있을 때마다 보스턴은 활발하게 그들 편에 서서 함께 싸웠다. 


똘똘뭉치는 것을 잘 하는 사람들답게 보스턴은 미국 3대 스포츠(미식축구, 농구, 야구)의 팬덤이 센 곳이다. 

보스턴의 미식축구팀 패트리어츠, 농구팀 셀틱스, 야구팀 레드삭스, 그리고 아이스하키팀 브루인스는 팀이 우승을 하든 꼴찌를 하든 팬들의 충성도는 최고다.

의사: 13년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다니 기적입니다! / 환자: 그동안 보스턴 브루인스는 몇 번 우승했죠? / 의사: 아 그게... / 환자: 응 다시 잘게.  의사: 13년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다니 기적입니다! / 환자: 그동안 보스턴 브루인스는 몇 번 우승했죠? / 의사: 아 그게... / 환자: 응 다시 잘게.  


*최고의 칼리지 타운

Boston의 어원은 7세기에 성자인 Botolph(보톨프)의 이름을 따서 

Botolph’s town이라고 한데서 유래했다.


보스턴은 이미 영국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었다. 

영국의 1630년대 초, 청교도들이 영국에서 건너와 미국 도시를 개척할 때

영국에서 자기네들이 살던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쓰곤 했는데,

영국 링컨셔지방 Boston에서 온 사람들이 미국에 정착한 마을 이름을 Boston이라고 그대로 지었다.


미국에서 College Town(컬리지타운)이란 대학교가 그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다.

하버드, MIT, 보스턴 유니버시티, 보스턴 칼리지 등 쟁쟁한 학교를 가진 보스턴은

지역사회와 대학이 팀플레이를 잘 하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칼리지 타운이다.

내가 뉴욕을 동부 최고로 뽑지 않은 이유는 맨해튼은 도시와 대학의 팀플레이가 보스턴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뉴욕대 출신 긁는 법: '너희 학교는 캠퍼스가 없다며? 잔디밭 없어? 진짜야?'뉴욕대 출신 긁는 법: '너희 학교는 캠퍼스가 없다며? 잔디밭 없어? 진짜야?'


여기서 College(칼리지: 대학)의 어원을 먼저 살펴보면

Col(함께)+Legare(모으다)가 만난 단어다.

즉 사람들이 함께 모인 장소가 College라는 뜻이다.


학교가 잘 성장하려면 학생과 교수의 모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잘 모이고 어울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학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도시가 대학을 서포트해 주는

보스턴은 동부에서 대학 다니기 좋은 동네 중 하나다.


하버드 캠퍼스. 하버드 총면적은 축구장 900개의 넓이다. 하버드 캠퍼스. 하버드 총면적은 축구장 900개의 넓이다. 

여기서 College의 어원 Legare(모으다)는
lig- 나 leg-로 변하여 (모으다, 묶다) 뜻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다음 단어들은 모두 '묶다, 모으다'의 뉘앙스를 가진다. 

- League(리그: 같은 목적끼리 모인=리그, 연합)

- Legal(리걸: 규칙을 묶어 놓은 = 법의, 합법적인)

- Obligation(Ob 강조+lig 묶여있음 = 할 일에 묶여있음 = 의무)


서로 연대, 묶여있다는 college의 어원처럼

College Town 보스턴은 그 지역사회와 학교가 서로 팀이 되어 협력하는 도시다. 


나는 뉴욕에 살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도 있고 Boston Strong 정신도 멋진

칼리지 타운, 보스턴에 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보스턴사람: Bostonian (보스터니안)

미국 내에서 보스터니안들의 이미지는 어떨까?

첫째, 독특한 억양. 

보스턴 억양은 R을 빼고 발음한다.  
‘Park the car’을 
‘팤더캏-’라고한다. 

R 누가 훔쳐감? R 누가 훔쳐감? 


둘째, 추위와 던킨. 

혹독한 보스턴의 겨울, 아침 러닝을 하고 따뜻한 던킨 커피 한 잔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스턴은 겨울이 춥고 긴데, 이곳 사람들은 영하 10도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을 한다.  

그리고 던킨도넛츠가 보스턴에서 온 브랜드라 유난히 던킨 커피를 많이 마신다. 

혹한기 아침 러닝을 하고 따뜻한 던킨 커피 한잔을 하는 보스턴 사람들을 많이 봤다. 



셋째, 핸들만 잡으면 Asshole

성격이 급한 만큼 운전도 험하다. 

‘매사추세츠(보스턴이 속한 주)의 Asshole([욕설] 재수 없는 놈)이라고 하여 

도로에서는 Masshole이라는 심한말로 불리기도 한다. 

Use tha Blinkah (Use the Blinker) 예? 깜빡이좀 야물딱지게 켜보이소Use tha Blinkah (Use the Blinker) 예? 깜빡이좀 야물딱지게 켜보이소


하지만 보스터니안들이 누구인가.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키며 혁명을 시작한 사람들이고

민병대를 꾸려 독립전쟁의 첫 전투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보스턴 사람들은 자유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 

비록 같이 싸울 동료가 뉴욕 양키스 팬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보스턴과 뉴욕은 100년이 넘는 유구한 앙숙의 역사를 자랑한다)(보스턴과 뉴욕은 100년이 넘는 유구한 앙숙의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도 나의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보스턴에 있는 학교로 지원한다. 

폭탄 테러범을 잡아내고 야구공 하나에 울고 웃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도시에서

자유의 가치와 진리를 배우고 실천하며 보스턴을 누리길 바란다. 


(학교 순위가 아닌 동네를 보고 가라고 했는데
하버드와 MIT 등 명문대만 가득한 도시네...)


다음엔 미국에서 뜨겁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 텍사스의 이야기를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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