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07. 안티구아, 과테말라
화산 아래 시간이 멈춘 도시, 안티구아
안티구아는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 건설된 과테말라의 옛 수도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다.
세 개의 화산(아구아, 피에고, 아카테낭고)에 둘러싸인 고원 도시. 고풍스러운 콜로니얼 건축과 아르누보풍 성당, 알록달록한 벽과 자갈길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그림처럼 만들었다.
‘Antigua’라는 이름은 ‘늙은, 오래된’이라는 뜻. 영어의 앤티크(Antique)와 뿌리를 같이 한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고개만 살짝 들어도 보이는 거대한 화산,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있는 도시, 안티구아!
플로레스에서 안티구아까지 직행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플로레스에서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까지 이동한 후 버스를 갈아타고 안티구아로 이동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전날 저녁 8시 즈음 출발한 버스는 새벽 5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에 과테말라시티 터미널에 도착했다.
과테말라시티는 치안이 안 좋기로 악명이 높았다.
터미널도 작고 어수선한데, 동도 트기 전인 새벽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대로 된 플랫폼은 당연히 없어서 우리를 안티구아로 데려다줄 봉고차가 도대체 어디로 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배낭을 사수한 체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엄마 아빠가 긴장을 하든 말든, 이든이는 뽑기 기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지갑을 꺼낼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는데 곁에서 이든이를 지켜보고 있던 한 아주머니께서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동전을 주셨다. 생각지도 못했던 친절에 감동❤️
우리가 너무 벌벌 떨고 있었던 것 아닐까?
터미널에서 30분 정도 대기하고 있으니 드디어 우리를 안티구아로 데려다 줄 작은 봉고차가 왔다.
그렇게 다시 2시간 가까이 달려 아침 7시를 조금 넘겨 안티구아 중앙 광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원의 차갑고 맑은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 공기만으로도 이 도시가 좋아졌다.
사람도 그렇듯이,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좋은 곳이 있나 보다.
Cafe Condesa
숙소 얼리체크인이 되지 않아, 일단 아침 일찍 문을 연 카페에 들어섰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곳은 안티구아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였다. 이렇게 얻어걸리다니, 럭키비키!
두근두근, 처음 현지에서 맛본 과테말라 커피는 산미가 꽤 강했다.
평소 산미가 있는 커피를 즐기지 않는데도, 신기하게도 맛있게 느껴졌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지역은 높은 고도와 화산 토양 덕분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커피 산지라고 한다.
과테말라 있는 동안 맛있는 커피 마실 생각에 신이 났다.
잔이 비면 다시 카피를 리필해주는 덕분에 느긋하게 카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Wifi를 이용해 여행 정보도 찾으며 한 참을 머물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빠까야 화산 투어를 예약한 여행사에 배낭을 맡겨두고 가벼운 몸으로 안티구아 요기조기를 걸어 다니다가
익숙한 스타벅스 심볼을 발견했다.
"여기 스타벅스 인가 본데?"
"아! 안티구아 스타벅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고 본것같아!"
그렇게 들어가게 된 스타벅스
오늘은 뒷걸음치다가 계속 잭팟이다. 유후~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니 바로 중정이 우리를 맞이했다.
"와~ 너무 예쁘다!"
8세기 콜로니얼 양식 건물을 개조한 매장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카페라기보단 작은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카페 곳곳에 안티구아를 표현하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서 그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여유롭고, 커피는 맛있고, 향기도 좋고, 파란 하늘과 초록 나무, 알록달록 꽃들까지.
'매일 이 스타벅스에 올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커피도 마시고, 이든이와 셀카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근 3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안티구아에서 한 달 살기 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이 스타벅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럴만하다! :-)
고개만 살짝 들어도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구아 화산
활화산이 이렇게 보기 쉬운 거였나?
오래된 담벼락도 이 도시와 너무 잘 어울렸다. 울퉁불퉁 자갈길마저도 완전 내 스타일
병풍처럼 펼쳐진 화산에 둘러쌓인 도시..
카푸치나스 수도원
안티구아에는 오래된 수도원들이 많다. 그중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 카푸치나스 수도원이다.
1736년 카푸친 수녀들을 위해 세워졌지만 1773년 대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럼에도 건물은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을 만들어 냈다.
한적한 수도원에 들어서는 순간 빈티지한 이 공간이 단번에 맘에 들었다.
햇살이 돌기둥 사이사이로 스며들고, 빈 회랑에는 오래된 기도의 흔적처럼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구석구석을 거닐며 아이와 '이곳은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유럽의 화려한 수도원들과 달리, 저렴한 입장료에 관광객도 적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너무 멋진 곳에서 오랜만에 사진욕심도 폭발하여 수십 장을 찍어댔다.
안티구아 여행 온다면 한 번쯤 들러보길 추천한다. 좋은건 나눠야지.
정감 있고 꾸밈없은 이 모습이 참 좋았다.
카사 산 도밍고 호텔
과거 중남미에서 가장 큰 수도원이었으나 지진으로 파괴된었고 이를 복구하여 현재는 5성급 호텔 및 박물관 그리고 미술관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
안티구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도 있다.
이 맥도널드는 매장 안쪽의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넓은 정원에 분수와 꽃 그리고 뒤로 펼쳐진 화산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우리가 갔을 때는 하필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다시 한번 안티구아에 가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지?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낡고 오래되었을지 몰라도 그 모습이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여, 이 도시만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비하지만 또 너무나 자연스러운 느낌의 도시 안티구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