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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하첼의 한국카페_카페 로꼬(Cafe Loco)

23. 08. 파나하첼, 과테말라

by 이미호

날씨도 화창한 오늘!

언제 그리 퍼부었나 싶게 뽀송뽀송한 날씨다.


우리는 아티틀란 호수를 둘러싼 마을 중 가장 번화한 마을, 파나하첼로 향한다.

여행자들이 모이고, 교통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

하지만 우리가 그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한국 청년들이 약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카페, 페 로꼬(Cafe Loco)가 있기 때문이다.

이 머나먼 중미의 작은 나라 과테말라, 그중에서도 호수마을 파나하첼에 이 청년들은 어떻게 오게 됐을까?

KBS <인간극장>에도 소개됐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마을들을 이동하는 수단은 '란차(Lancha)'라고 불리는 작은 모터보트이다.

정해진 시간표는 없고 인원이 어느 정도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뱃머리에 앉은 남편과 이든이는 호수를 가르는 바람을 맞으며 신나 했고

실내에 앉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꾸벅꾸벅 졸았다.





산 페드로를 출발한 란차는 산 후안, 산 마르코스, 산타크루즈 등을 거쳐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려 파나하첼에 도착했다.





호수에서 카페 로꼬로 향하는 길목엔 알록달록한 기념품 가게와 과테말라 전통 직물들이 매달려 있고,

거리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그 사이로 커피 향이 은근하게 흘러나오는 곳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카페 로꼬(Café Loco).





한국인의 카페_카페 로꼬(cafe Loco) - 사람, 이야기, 커피

카페 로꼬 안으로 들어서자 코끝에 커피 향이 다가왔다. 이든이는 한국말이 들린다며 신나 했다.

내부는 소박했다. 별도의 테이블이 없고 긴 바(bar) 석이 있을 뿐이었다.

마침 그 자리가 비어있어 우리 셋이 쪼르륵 앉았다.





반가운 한글

어떤 커피가 맛있을지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했다.

남편은 드립 따뜻한 거, 나는 차가운 거, 그리고 이든이는 커피를 빼고 초코를 올린 아포가토

남편은 블렌딩 되지 않은 과테말라 원두의 순수한 맛에 감탄했고,

나도 커알못이지만 고소하고 부드러운 향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내일 아침용 콜드브루 원액까지 한 병 샀다.

“숙소를 파나하첼에 잡을 걸 그랬다.”

매일 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할 것 같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10년 전, 커피에 미친 청년 다섯이 과테말라에 정착해 문을 연 카페.

이젠 청년이라 부르기엔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로꼬(Loco)’라는 이름 그대로

좋아하는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벽에는 커피 포스터와 원두 자루, 그리고 소소한 소품들이 장식처럼 붙어있었다.

천장에는 세계 각국의 지폐들이 매달려 있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자 이 카페의 역사였다.

2015년에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과테말라 베스트 카페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단다.

체게바라도 혁명을 그만두고 쉬고 싶게 했다는 이 평화로운 아티틀란 호수에서

그 청년들은 자신들의 속도로, 자신들의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지 사람과 여행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 카페가 괜스레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국뽕 한껏 차올라! :-)




파나하첼 메인거리에 딱!

10년째 커피값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카페 로꼬, 10년이면 커피값 올려도 되지 않을까요?

그들의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계속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다른 분들께 자리를 내주었다.





카페 로꼬를 나와 파나하첼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뭐니 뭐니 해도 시장 구경이 최고다.





남편은 10년 전에 쿠바에서 마셨던 '쿠바 리브레'를 떠올리며 길거리 칵테일바에서 한 잔 주문했다.

“그 맛은 아닌데…” 하며 웃었다.

쿠바 리브레의 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상황이 변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기억의 오류인지...

10년 전 그때는 참 맛있었었다. :-)





산 페드로에는 없는 큰 마트에 들어가 한껏 장을 봤다. 마음이 너무 풍요롭다.





산 페드로로 돌아갈 란차를 기다리며 아티틀란 호수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왠지 조금은 체 게바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이 호수에서 잠시 모든 걸 멈추고 싶었는지. 너무 아름답다.





그렇게 도착한 산 페드로

이틀 지냈다고 고향에 온 것 같이 마음이 편하다. 파나하첼이 너무 좋다 할 땐 언제고...







‘미쳤다는 건, 어쩌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뜻일지도 몰라.’

나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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