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나는 지금... 거지다.

- 무너진 남자, 연결된 마음 -

by Woo seo

뛰었다.

그녀를 향해.


차들이 미친 듯이 달리는 도로,

위험한 소리, 빵빵 울리는 경적 사이를 뚫고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저기요—!!!”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네?”

숨이 미친 듯이 찼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다른 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그 자리에서

허리를 숙여 숨을 고르며

나는 중얼거렸다.


“진짜… 미쳤나보다…”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 밤,

잠이 든 게 아니었다.

기절했다.


눈을 떴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몇 시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오후 2시.

“…미쳤네.

루틴… 내가 평생 지켜온 루틴이 …”

나 아픈가?


그 순간,

동석이가 전화가 왔다.


“준혁! 어제 잘 들어갔냐?”
“…어, 이제 일어났어.”
“…뭐!? 지금!? 정말?
니 러닝은? 주식은? 아무것도 안하고?
지금 일어났다고?
“그래 임마!”
너 준혁이 맞냐!?
이건 뭐 귀신… 빙의라도 된 거 아냐!?”
“…진짜 그런 것 같아. 나 어제…”

나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대충 이야기했다.


한참을 듣고 있던 동석이,

잠시 정적 끝에 말했다.

“야.
내가 도와줄게.
그 여자 찾는 거.”
“…ㅋㅋ 왜 오늘도 편의점 앞에서 근무서게?”

동석이는 진지한 목소리로...

“준혁아 이건 내가 보기엔
준혁이 너 인간 만들기 위한
신의 선물이자 숙제다.”
“…하...미친놈아. 끊어!”

나는 전화를 끊었다.


샤워를 하고 배달을 시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 오늘은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어야겠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땐, 나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준혁 니가 그럼 그렇지....”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분명 집을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그 편의점 앞.

“…하, 나 진짜 미쳤나보다.”

한숨을 쉬면서 나는 그대로 편의점에 들어갔다.

컵라면, 삼각김밥, 핫바를 먹고 있었다.


몰골은 엉망이었다.

츄리닝 바지, 덥수룩한 머리,

운동 후 그대로인 땀 냄새까지.

거지였다. 내 기준에서, 분명히.


바깥에선 대학생 무리가

편의점 앞에 세워진 G바겐을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우와… 쩐다. 내 드림카…”

편의점으로 들어온 그들이 나를 쳐다보며 속삭였다.


나는 의식됐지만, 모른 척하며 조용히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괜히 테이블에 차 키를 올려뒀다.

…내가 생각해도 유치했다.


그중 한 명이 속삭였다.

“야, 저 G바겐 저 사람 거 아니야? 저기 G바겐 차 키 아냐?”

다른 친구가 대답했다.

“미친놈아.
말 되는 소릴 해.
저런 싸구려 츄리닝에
컵라면 먹는 사람이
저런 차를 어떻게 타.”
“…그… 그런가?”
“그래 그리고 저 차키, 저거 가짜야.
있어보일라고 올려놓은 거지 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 들린다, 이놈들아.”


그때였다.

그녀가 지나갔다.


0.1초.

아니, 0.01초 만에 알아봤다.


이번엔 착각이 아니었다.

확신했다.


나는 자리에서 튀어올라

미친 듯이 달려갔다.


“저기요!!!”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 표정. 향기.

맞다.

이번엔 진짜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말,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반했습니다.”
“다음에…
저와 식사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조금 멈칫했다.

그리고,


“네!”

가벼운 미소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나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눌러줬다.


나는 그대로 저장했다.

그녀는 가볍게 인사하며 돌아섰다.


그 순간—

“오—!!!!!”
“야,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이 웅성거렸다.

나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다.


대학생들.

아까 그 무리.

내 G바겐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뭐야, 뭐야,

진짜 찐이야?”


“…하…”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미칠 듯이 기뻤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너무 좋았다.


나는 대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고마워요!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제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중 한 명이 말했다.

“혹시… 진짜로
G바겐 주인이세요?”

나는 일부러 놀란 듯 말했다.

“아, 네. 제 차예요.”

아까 나를 무시하던 친구가 의심스럽게 말했다.

“진짜요?
그럼 차 구경 좀 시켜주실 수 있어요?”
“…좋습니다.”


나는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편의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하…거지다.”

츄리닝, 땀범벅, 헝클어진 머리.


그런데도—

지금도,

그녀만 생각난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드디어 그녀와 식사를,

그리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