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내가 아픈 걸까?, 고장 난 걸까?

- 감정이 먼저 운직인 날 -

by Woo seo

“너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동석의 말이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 골목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하지만—

몇 시간을 기다려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동석이 말했던 이태원의 바로 이동했다.


오늘은 이상하게,

위스키가 생각나는 날이다.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바텐더는 아무 말 없이 병을 꺼냈다.


얼음 위로 위스키가 넘치듯 흐르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잔을 들이켰다.


한 병을 거의 비워갈 무렵,

동석이 웃으며 말했다.


“준혁아, 너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네가 이렇게 행동할 줄 전혀 몰랐거든.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들 보면서 바보 같다, 멍청하다’ 그리고
네가 그걸 가장 싫어했잖아.”
“근데 오늘 넌… 그 바보 같고 멍청한 짓을 하고 있네?ㅋㅋ”
“너 미친 거 아냐?”


나는 말없이 웃었다.

아니, 웃은 게 아니라

얼굴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동석은 다시 말했다.

“내가 너 안 지 10년이 넘었는데,
진짜 처음 봐, 이런 너.”

그 말엔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았다.

그저,

객관적인 진단처럼.

“나도 너무 궁금하다.
그 여자…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널 이렇게 만든 거냐?”

나는 말이 막혔다.


그리고,

정말로 몰랐다.


“… 몰라.”

“뭐?!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그게 말이 돼?!”

동석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표정과 숨소리, 거리감과 말투,

심지어 그날의 조명과 온도까지 기억해

모든 걸 계산해 냈다.


사람을 읽는 능력,

그건 내 무기였다.


그 능력으로

돈을 벌었고,

사람을 움직였고,


연애도, 일도, 인생도

‘쉽게’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동석이 한테 이야기를 했다.

“나 아픈가 봐.
고장 났나?”

동석은 내 말을 듣고

웃던 놈의 얼굴은 진지함으로 변했다.


술집을 나왔다.

밤공기가 몸을 감쌌다.


동석과 짧게 인사하고,

나는 택시에 올랐다.


만취 직전.

창밖의 불빛이

조금씩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만 떠올랐다.

그날 밤의 향기,
그 눈빛,
무표정하지만 선명했던 얼굴.
온통 그녀뿐이었다.


이건 정말 이상한 감정이다.

택시는 고가도로를 타기 위해 진입 중이었다.


그 순간—

그녀가 보였다.

분명했다.

그 뒷모습, 그 걷는 자세.


나는 소리쳤다.

“기사님! 스톱! 스톱요!!!”

놀란 기사님이 급정거를 하려는 순간,

나는 수표 한 장을 꺼내 들고 말했다.

“잔돈은 괜찮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문이 열고

나는 뛰었다.


미친 듯이.

차들이 오는 도로 위였다.


빵! 빵!

경적이 울렸고,

불빛이 스쳤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뛰었다.


숨이 막히고,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른 차들을 향해 나는 소리를 쳤다.

“죄송합니다—!!”


그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꼭 방금 전까지 만취직전이던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고

공기마저 깨지는 것 같았다.


나는,

정말로

미쳐가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