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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을 천천히 건너는 습관

by 나머지새벽 Mar 12. 2025

날씨가 점점 풀리고 있어요. 이제 밖에 뜨거운 물을 둬도 빨리 얼지 않겠네요.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이유는 몰라요. 진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어요. 가설들은 있지만, 아직 정확히 입증된 것은 없다고 하네요.


저는 요즘 삶을 천천히 살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간에 쫓길 것 같은 것들은 미리 시작해서 천천히 일을 진행하고요.

글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쓰고 있습니다. 시나 소설을 쓸 때에는 빨리 쓰고 빨리 퇴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 그냥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마음이 전혀 급해지지가 않아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버티는 게 잘하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오래 버티려면 달려가면 안 되겠죠.


빨리 얼어버린 것은 부피가 더 많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천천히 얼기 시작한 것들은 부피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다고 해요.

저는 천천히 얼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천천히 저마다 가진 것들을 되도록이면 그대로 가지고 얼어가고 싶어요.


오늘 점심은 밥을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얼마 전 역류성 식도염 판정을 받은 후로 신경 써서 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고 있어요.

빨리 먹으면 체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아, 사실 음미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잘 소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닌,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식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구름을 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오더라도요.

비가 오는 날에는 구름이 이렇구나, 해도 되는 거니까요

혹은, 구름이 없더라도 그것대로 좋을 거예요.

구름이 다 녹아 없어진 거일테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끝끝내 얼지 않은 구름을 부러워하며 천천히, 흰색 블록만 밟으며 신호등을 건너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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