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풀리고 있어요. 이제 밖에 뜨거운 물을 둬도 빨리 얼지 않겠네요.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이유는 몰라요. 진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어요. 가설들은 있지만, 아직 정확히 입증된 것은 없다고 하네요.
저는 요즘 삶을 천천히 살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간에 쫓길 것 같은 것들은 미리 시작해서 천천히 일을 진행하고요.
글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쓰고 있습니다. 시나 소설을 쓸 때에는 빨리 쓰고 빨리 퇴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 그냥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마음이 전혀 급해지지가 않아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버티는 게 잘하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오래 버티려면 달려가면 안 되겠죠.
빨리 얼어버린 것은 부피가 더 많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천천히 얼기 시작한 것들은 부피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다고 해요.
저는 천천히 얼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천천히 저마다 가진 것들을 되도록이면 그대로 가지고 얼어가고 싶어요.
오늘 점심은 밥을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얼마 전 역류성 식도염 판정을 받은 후로 신경 써서 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고 있어요.
빨리 먹으면 체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아, 사실 음미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잘 소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닌,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식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구름을 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오더라도요.
비가 오는 날에는 구름이 이렇구나, 해도 되는 거니까요
혹은, 구름이 없더라도 그것대로 좋을 거예요.
구름이 다 녹아 없어진 거일테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끝끝내 얼지 않은 구름을 부러워하며 천천히, 흰색 블록만 밟으며 신호등을 건너면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