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걸음이 빠른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까 기본값의 발걸음.
뭔가 서둘러야 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그냥 기본값의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발걸음이 조금 빠르더라도 발이 아프다던가, 다리가 힘들지는 않다.
그냥 전혀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재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재촉'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내 방식대로 비유를 해 말하자면, 초밥에 들어간 와사비 같은 것이다.
있어야 하지만, 사실 없어도 되는, 있어도 좋지만, 없더라도 괜찮은.
그렇게 그냥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다.
어디를 가던, 시간이 남던, 매일 가던 곳을 가던.
그러나, 나는 웬만해서는 달리는 사람이 못 된다.
횡단보도의 보행자 초록불이 깜빡이고 있으면 천천히 걸어가 빨간불이 되기를 기다린다.
지하철이 다가온다는 소리가 들리고, 옆에 같이 걸어가던 사람들이 뛰어도, 꼭 이 열차를 타야 하는 것이 아니면 달리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나는 중고등학교를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가야 하는 거리의 학교를 다녔다.
8시 50분까지 등교였기에, 7시 40분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러나 나는 항상 7시 20분 버스를 탔다.
이유는 뛰기 싫어서였다.
버스에서 긴박하게 내려, 학교까지 땀을 내며 뛰어가면 아침부터 기진맥진해졌다.
그러면 1교시 시작부터 정신이 산만해지고 몸이 힘들어졌다.
겨울이면 추워서 더 힘들었고, 봄, 가을이면 날씨가 좋아서 버티기 힘들고, 여름이면 더워서 힘들었다.
사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나는 달리면 그렇게 됐고, 지금도 그렇게 된다. 한순간에 힘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이후에 것을 하기 위해 필요이상의 쉼을 필요로 한다.
나는 끈질기지 못한 사람이다. 아니, 끈질길 수 있지만, 끈질긴 이후에 곧바로 쉽게 끊어질 수 있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에는 내가 나약한 사람인 줄 알고 달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항상 연습을 하고 나면 더 긴 쉼을 해야 했다.
스타강사, 100억대 부자들, 1000억대 부자들이 나와 성공하는 방법을 말하는 영상들을 보면 항상 우리를 호통친다.
"걷고 있는 당신들 옆에서 누군가는 뛰고 있다"
그 영상들을 보며 생각했다
"조금 빠르게 걸으면 되는 거 아닌가?"
2년 정도 매일 글을 2편씩 적은 적이 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시절에 나는 에세이는 예술이 아니라며 시와 소설만 썼던 것 같다...)
그 후로 4년을 글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막상 4년을 펜을 잡는 일을 미뤘다.
조금만 쉬자, 조금만 쉬자 하면서.
이제는 단순하고 솔직한 글이 좋다.
그리고 글을 너무 애써 사랑하지 않으려 한다.
매일 할당량을 정해 글을 쓰지도, 보지도 않는다.
내가 쓰고 싶을 때, 읽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공책과 펜을, 책을 꺼내 읽는다.
그게 내가 글을 오래오래 사랑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천천히, 미약하게.
무리하지 않고 당신들과 오래오래 글을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