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버스 타는걸 좋아해요.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다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아서요”
이런 말을 살면서 50번은 넘게 듣거나, 작가의 인터뷰에서 본 것 같다.
심지어는 나도 몇 번 남들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버스타는 걸 좋아한다거나, 이어폰을 끼고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실제로 나는 학생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아지거나 많이 우울한 날이면 버스를 탔다. 광역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으로, 그리고 다시 종점으로 돌아왔다.
버스에서는 이어폰을 꽂고 그냥 창밖을 보며 간다.
그러면 다시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생각이 정리가 됐는지 어쩐지는 잘 기억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노래를 들으며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버스를 타면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 좋았다.
아무생각 없어도 버스는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줬다가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와 준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싶다.
창밖을 아무생각없이 바라보면서.
독립하고 난 후, 본가에 가서 맥주를 마시면 주사가 새로 생겼다.
집에 들어가 엄마한테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한다.
나의 수치스러운 흑역사부터 시작해, 최근 친구들의 연애사까지 전부 까발린다.
그렇게 술에 취해 엄마에게 모든 걸 까발리고 있다보면 예전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버스를 탔던 그 느낌이 그대로 난다.
모르는 것들을 모른 채로 놔둬도 될 것 같은.
모르는게 당연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지금 나는 어떤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아니, 가고 있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 나중에는 이것보다 완전히 모르는 것들이 더욱 생겨서
평생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모르는게 당연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울 때가 점점 자주 생긴다.
버스가 나를 데리러 오면 좋겠다.
이번주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야겠다.
엄마에게 내가 본 풍경들을 전부 까발리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