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보고 싶다”
딸만 넷인 외할아버지께서는 세 달에 한 번씩은 딸들이 보고 싶다며 문자를 보내신다.
또래 중에 유일하게 아직 할아버지가 계신 나는 할아버지의 문자를 받고 급하게 시골로 가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엄마와 똑 닮은 이모들의 뒷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사냥을 하는 분이셨다.
사냥개들을 데리고 다니며 사냥을 했다.
멧돼지를, 꿩을 잡아와 식구들을 먹였다.
70세까지 사냥을 하셨다.
70세까지 팔 굽혀 펴기 100개를 하시고 설악산을 숨 쉬듯이 오르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쇠약해지시고 딸들이 보고 싶다고 하실 때마다 할아버지가 이제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사냥도 하시지 못하고, 팔 굽혀 펴기도 하지 못하시는 할아버지가 딸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 말고 낙이 없으신가 보다 했다.
그런 줄 알았다.
엄마가 나한테 자꾸 보고 싶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독립을 하고 난 후, 엄마는 자꾸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고 한다.
처음에는 엄마가 그냥 내가 보고 싶은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날이 가면서 엄마의 보고 싶다는 말에 위로받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보고 싶다는 말이 잠시 쉬었다 가라는 말처럼 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새벽에 나가 새벽에 돌아오셨던 어렸을 때의 아버지가 기억난다.
아버지는 일요일이면 친할머니댁에 가 저녁식사를 하고 오셨다.
할머니댁에서 아버지는 우걱우걱 밥을 드셨다. 그 입 짧은 사람이 식후과일까지 모조리 드셨다.
마치 일주일 치 식량을 전부 입 안에 저장하는 햄스터처럼.
나도 햄스터처럼 일주일치 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엄마의 보고 싶다는 말을 우걱우걱 넣어놓고 싶다.
이상하게 엄마집에서 자면 중간에 깨지 않고 여덟 시간 이상을 잔다.
그렇지 않더라도, 네 시간을 자도 개운한 느낌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얼른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
엄마집에서 잠이나 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