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대량 양식의 꿈
‘제로 허브차 아이스티’ 메뉴엔 이름값을 하듯 당연히 허브가 들어간다. 적당한 길이로 자른 로즈마리를 물에 헹군 뒤 아이스티에 쏙. 커피가 맛있는 곳에서 판매하는 논커피 메뉴 중 하나이고, 물론 맛있다. 향긋한 허브향이 매력적인 음료여서 손님으로 북어위크를 방문했던 때에 자주 주문하곤 했다. 나처럼 간헐적으로 주문하는 손님들이 있어서 로즈마리 재고는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 많은 로즈마리를 매번 다 사용하진 못하는 아쉬움에 양식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주문한 허브 한 줄기를 꺼낸다. 아래 줄기 쪽 잎을 떼어내 다듬은 다음, 줄기 끝 부분을 사선으로 자른다. 준비해 놓은 물그릇에 폭 담근다. 기다린다. 끝. 뿌리가 무럭무럭 자라주길 믿고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식물 물꽂이의 매력이다. 박카스 병 같은 어둡고 빛이 안 드는 곳에 넣어 줄기의 목질화를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미적인 부분을 포기할 수 없어 작고 예쁜 투명한 병에 두었다.
그래서 그런지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단단한 줄기가 이미 목질화되어 영 뿌리가 뚫고 자랄 틈이 없어 보였다. 두 줄기나 꽂았는데 그중 어떤 것도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북북이’와 ’윅윅이‘라는 이름도 붙이고 정까지 줬는데, 가버렸다. 이제 정을 주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 시도는 달랐다. 배송된 지 얼마 안 된 로즈마리 중 싱싱해 보이는 줄기를 꺼내 다듬은 뒤 다시 물에 넣었다. 조금 처져있던 줄기가 단숨에 세워지고 하루가 다르게 생생해지더니 새 잎이 났다. 중요한 건 뿌리였다. 어떤 식물이든 뿌리가 튼튼하고 기반이 단단해야 그다음이 바로 서는 법이니까. 하루이틀 기다리니 뿌리가 뚫고 나오는 게 보였다. 감격의 순간. 매일매일 물에서 들어 올려 괴롭히며 여러 개의 뿌리가 자라나는 걸 확인했다. 대량 생산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사장님이 이름도 붙여주지 않은 로즈마리를 흙에 묻었다.
뿌리가 자랐으니 흙에서 잘 자라라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본래 식물은 물꽂이를 하고 과하다 싶을 만큼 뿌리가 자라나야 다음 단계인 흙에서도 흙몸살을 이기고 적응할 수 있다. 네 가닥 정도 연약하게 난 뿌리를 가진 로즈마리에게 흙은 차갑고 잔인한 환경이었다. 사장님의 배려 섞인 마음을 알기 때문에, 두 번째 로즈마리도 조용히 보내줬다. 아아, 갔습니다. 그는 갔습니다.
세 번째 로즈마리의 반신욕도 끝을 봤다. 처음부터 잎이 시들시들한 게 잘 자랄 것 같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는 살짝 죽었으나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네 번째 시도의 로즈마리는 오랜만에 뿌리까지 제대로 자랐다. 그대로 풍성한 뿌리를 계속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며칠 뒤 시름시름 앓더니 줄기가 그대로 고꾸라져버렸다. 작게 자라난 뿌리에 비해 잎이 너무 많아서였을까? 과하게 따뜻했던 걸까? 이유는 알 수 없다.
‘제로 허브차 아이스티‘에 직접 기른 로즈마리를 잘라 넣겠다는 꿈은 계속된다. 주변에서 그냥 완성형 로즈마리 화분을 키우는 게 낫지 않냐고 물어도 계속 시도한다. 그게 바로 낭만이니까. 실패로부터 배워 다섯 번째 로즈마리는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정은 주지 않기로 했다. 다섯 번째 ‘북북이’와 ‘윅윅이’를 찾아 오늘도 이리저리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