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네 말이 다 맞아
D와 함께 일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먼저 일한 선배. 일하기 시작할 때 할 수 있다며 나를 가장 많이 다독여 준 사람이다. 카페 경력은 길지 않지만 처음부터 나보다 카페에 알맞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감이 없는 편이라 비교가 심해 더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도 같다. 사람에게 친절하고, 바쁜 걸 좋아한다. 주문이 많이 들어올 때 신나 하는 걸 보면 산책 가는 리트리버 같다. 무엇보다 일을 즐긴다. 매일을 전전긍긍하며 근무하는 나와 달리 D는 그런 모습 하나 없이 웃는 얼굴로 일한다. 신기한 사람.
같이 일하기 전부터 그런 사람과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다른 곳에서 일하던 버릇이 그대로 있을 내가 혹시 사람 대 사람으로 실수를 하지 않을지 걱정도 많이 했다. 근무를 하다가 의견이 안 맞거나 다툼이 있으면 어떡하나 질문하며 머릿속 불안이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을 때 D는 말했다.
“그럼 네 말이 맞을 거야. 내가 바꿀게.”
혹시 성인군자?
나는 절대 하지 못할 말이었다. 나라면 그럼 네 말이 맞을지 내 말이 맞을지 확인해 봐야지,라고 대답하며 깡패 모드를 켰을 것이다. D에게 그저 고맙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직적인 분위기 하나 없이 내게 맞춘다고 하는 그에게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믿고 함께 일하는 일만 남았다.
정말이었다. D는 내게 최대한 맞췄다. 스푼을 쓰는 게 더 낫다고 말하면 스푼을 썼고, 키친타월을 쓰는 게 낫다고 하면 키친타월을 썼다. 물을 튀기지 말아 달라고 하면 조심히 물을 털었고, 스쿱을 쓰고 얼음이 남으면 버려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따라 컨디션이 많이 달라지는 편이다. 더군다나 평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의견을 잘 내지 않았는데,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 의견을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D의 모습에 덩달아 조금 더 자신 있게 내 주관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하는 팀원으로서 손발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순조로웠다. D의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믿는다. 나이, 경력 상관없이 수평적인 구조 아래에서 대화하고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타협하는 방법을 그와 북어위크에게서 배웠다. 가만히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수용 혹은 타협하기.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 점이 많아 곁눈질로 흘금 보며 닿고 싶은 사람이다.
인복이 많은 건지(사주 모름) 북어위크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북어위크의 수평적인 구조 속에서 나도 D에게, 다른 팀원들에게 모난 구석 없이 이견을 잘 품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란다. 바라는 모습은 늘 현실의 나와 다르기 마련이지만, 노력하면 조금이라도 비슷해질 테니 모난 모습의 나를 잘 다듬어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사랑하는 공간에서 평화롭게 근무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