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와 열 번째 사이

오프 더 레코드

by 해무



<일곱 번째 근무>

처음으로 오픈을 했다. 끝나고 좀 쉴 틈이 있을까 했지만 없어도 어쩔 수 없다. 하기로 한 건 해야지. 일주일 전부터 오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소금빵을 하다니. 내가 소금빵을? 시간으로는 오픈이 낫지만 하루동안 나갈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압박을 많이 받았다(아무도 압박 주지 않음). 체력이 많았으면 걱정하는데 더 소진했을 텐데 잠을 얼마 못 자고 체력도 좀 떨어지는 상태여서 비교적 신경을 덜 쓸 수 있었다. 좋은 걸까?



사장님이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다. 좀 더 빨리 올걸. 처음부터 진짜 상세히 알려주셔서 좋았다. 굉장히 든든하고 믿음이 간다고 해야 하나. 내게 사장님은 소금빵 장인.. 그런 느낌이다. 소금빵 쪽에서는 뭐든 하실 것 같다. D도 사장님도 옆에서 계량하는 것부터 하나씩 지켜봐 주셨다. 긴장도 되고, 내가 뭐라고 두 명이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건지 웃음이 나기도 했다. 지금도 좀 웃기다. D는 내가 물가에 내놓은 애 같다고 했다. 그렇게나 걱정하는 게 티가 났던 걸까. 딱히 숨긴 것 같지도 않다.



공굴리기와 올챙이 만들기 단계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사장님이 모양을 잘 잡아주셔서 소금빵이 끝까지 잘 나온 것 같다. 다 같이 한 입씩 먹을 때 칭찬을 많이 받긴 했는데 내 눈에는 되게 부족해 보인다. 다음엔 더 예쁘게 만들고 싶지만 온전히 혼자일 때 오늘처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시간도 오버돼서 다음엔 좀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할 것 같다. 익숙해질 때까지.



커피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나는 뭐든 음 맛있다~하고 먹는 편이라 커피의 미묘한 맛을 주관을 담아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차차 나아질까? 오픈은 이게 어려운 것 같다. 내 주관이 담긴 커피라니. 이전까진 상상도 못 한 영역이다.



시간은 놀랍게도 금방 갔다. 정신 차리니 8시에서 12시가 되어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정말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열심히 하긴 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을까? 일단 커피일지 쓰는 거나 제대로 하고 싶다. 자꾸 띄엄띄엄 쓰니까 흥미가 떨어지려고 한다. 어느 정도 의무감이 있는 건데 말이다.



아, 라떼 스팀은 여전히 부담이다. 아직도 부족한 게 참 많다. 언제쯤 모두 보완할 수 있을까? 얼른 익숙해지고 싶다.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암튼 퇴근은 신난다.






<여덟 번째 근무>

소금빵을 만들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사장님의 도움을 덜 받았다. 들어오기 전에 건물 안으로 날아든 참새를 사장님이 내보내 주신 해프닝이 있었다. 진짜 잘하는진 모르겠지만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진짜 춤을 추진 않았지만 더 열심히 만들었다. 아직 순서가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 복기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다음 주는 잘 모르겠음. 바로 까먹을 것 같다. 소금빵 영상 다시 보면 좋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 출근 전에 다시 봐야겠다.



오늘은 D가 옆에 없었는데 긴장은 비슷하게 했다. 그래도 어제보다 배는 덜 아팠음. 신기하게 설렘도 있었다. 어제랑은 확실히 달라서 좋았다. 결과물을 보니까 D의 소금빵보다 더 크게 나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쫄깃함이 부족한 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 뭐 때문에 크게 나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소금빵팀에 입문한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다.



친오빠가 처음으로 북어위크에 왔다. 북어라떼를 두 잔이나 마시는 동시에 한쪽에선 북어라떼 실험실도 열리는 바람에 크림을 8잔 분량이 아니라 16잔 분량으로 만들걸, 하고 후회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다. 북어라떼가 맛있긴 하지. 오빠가 원하는 샷추가와 달달함이 공존하는 음료다. 조금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일하는 시간이라 그럴 순 없었다. 둘 다 크게 아쉬워하진 않았음.



앙버터용 버터도 소분하고, 처음으로 웨이브 원두도 채워봤다. 조금 긴장됐다. 전에 일하던 곳에선 수도 없이 채우던 원두인데도. 북어위크는 설거지가 많다. 역시 테이크아웃 전문과 매장 위주는 확실히 다르다.



손님이 몰리진 않아서 한 팀씩 차근차근 칠 수 있었다. 소금빵 만들면 2시까지는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다. 오늘은 D의 짧은 대타를 하느라 전체 근무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지만 그래도 체력이 좀 차올라서 할만했다. 카페인을 마셔서 그런 걸까?



오늘 맞춘 커피 맛은 내 스타일이다. 주관이 확실히 들어갔달까. 분쇄도 8.65에 18.5g. 신맛도 잡히고 쓴맛도 없어서 좋았다.



오픈 때 혼자서 손님 받으면서 커피 맞추고 빵을 하면 마음이 급할 것 같다. 특히 빵이 늦어질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된다(미리 걱정 많이 하는 편).



게이샤 원두 핸드드립을 마셨다. 레몬그라스라고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커피 같지 않고 맛있었다. 향긋해서 좋았는데 이게 레몬그라스인 걸까?



어쩐지 일을 오래 한다. 꽤 힘들긴 하지만 아직까진 이 자체적인 연장근무가 억울하진 않다. 아, D가 이른 저녁으로 앙버터 소금빵을 만들어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역시 북어위크 앙버터가 최고야(광고 아님). 푹 빠질 것 같다.






<열 번째 근무>

슬슬 몇 번째 근무인지 세는 게 어렵다. 매일 쓰면 상관없는데 생각날 때만 적고 있으니. 어제는 다른 생각이 너무 많아서 차마 커피일지까지는 적지 못했다. 그물노트 쓰기에 바빴음.



주말이라 생각보다 바빴지만 D의 타임이 정말 바빴고, 나는 그 여파만 조금 친 느낌이다. 소금빵이 다 팔려서 괜히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대신 전날 빵을 6개인지 7개인지 폐기했는데 무척 아쉬웠다. 오늘부터 빵을 오븐에 넣어놓기로 했는데 굉장히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은은하게 따뜻함이 유지돼서 손님들도 좋아할 것 같다.



블루그릭소금빵을 처음 만들어봤다. 네일아트샵 사장님이 주문하셔서 나름 열심히 만들었는데 역시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른 주문이랑 같이 들어오면 어떡하지..? 걱정은 됐다. 그래도 다 드셔서 뿌듯했다. 내가 개발한 것도 아닌데(웃음). 남은 요거트는 꿀 조금 넣어서 바나나랑 먹었는데 진짜 맛있어서 놀랐다. 이렇게 꾸덕한 그릭요거트는 오랜만에 먹는다. 역시 수제는 달라.



요거트는 아직 어떻게 나가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된다(정해져 있음). 원두 채우는 걸 잘 몰랐던 것처럼 지식에서 미묘하게 빈 부분이 생기면 그게 불안한 것 같다. 나갈 땐 항상 실전이니까. 내일이든 모레든 질문해야겠다.



북어라떼가 많이 나간다. 평소보다 많이 나가는 것 같다. 최근에 푸른 크림을 올리는 걸로 결정을 했었는데, 오늘 푸른 베이스에 하얀 크림이 너무 예뻐서 다시 바뀌었다. 얼음, 푸른 베이스, 샷, 꾸덕한 하얀 크림, 소금, 북어가루, 북어모양 치자가루까지. 굉장히 만들기 복잡해졌는데 결과물이 예뻐서 어쩔 수가 없다. 바쁠 때 들어오면 정말 슬플 것 같지만 열심히 만들어야지. 뭐든 정성이 한 스푼 더 들어가는 곳이다 북어위크는.



혼자 마감을 해냈다. 시간은 좀 오버되긴 했지만 저번에 손님들이 끝까지 있었을 때보다 많이 앞당겼다. 대신 굉장히 쉴 틈 없이 일했다. 설거지가 해도 해도 계속 생겨서 신기했음. 정신 차리면 꽤 많이 쌓여버린 잔과 그릇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엔 해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움직여서 잡생각도 안 들고 오히려 좋았다. 오전부터 논스톱으로 알차게 산 것 같다. 중간에 쉬는 시간으로 10분 정도 바깥바람을 쐬고 왔는데, 키즈 스테이션에 앉아 짧은 시간 동안 그물노트를 적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늘은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고 덕분에 유달리 문제 될 것도 없어서 좋은 하루였다.



쿠키!! 사장님이랑 쿠키 반죽한 거 빼먹을 뻔했다. D가 실온에 계란이랑 버터(소분) 놔주고 사장님과 내가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반죽을 완성했다. 버터랑 단백질이랑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단백질에 치자가루를 넣어서(짙은 청록색이 됨) 구분이 쉬웠다. 딱 봐도 얘는 버터고, 단백질이고, 초코여서 좋았음. 주말에 하는 게 살짝 막막하긴 했는데 그래도 잘 해냈다. 늘 말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결과는 더 낫고, 어떻게든 해낸다.



나머지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조금 더 길게 보면서 근무하고 싶은데 아직은 오늘 일을 쳐내는데 급급한 것 같아 아쉽다. 이건 천천히 오래 일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아직 근무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 중이다. 오늘 그래도 진짜 고생 많았다! 내가 나에게 주는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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