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는 자리로 직접 가져다 드릴게요
저가형 프랜차이즈와 개인카페는 음료를 만드는 방식부터, 매뉴얼, 주문을 완료하는 방식까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특히 개인카페는 말 그대로 ‘개인’카페여서, 내부 분위기와 일하는 양상이 천차만별이라 프랜차이즈에서 오래 근무하던 사람도 개인카페에 간다면 새로운 분위기와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회사 방침에 따라 획일화된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카페는 운영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와 분위기에 따라 매장 자체가 달라진다. 프랜차이즈의 체계화된 매뉴얼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개인카페의 자유로움,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분명히 전자였다.
아르바이트 어플에 들어가면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처럼 널리고 널린 게 카페 공고다. 그중에서도 메가커피, 더벤티, 컴포즈와 같은 저가형 프랜차이즈들. 기계 부품처럼 돌리고 고정하는 나사가 되어 들어갔다가 비교적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곳이다. 바쁜 곳이라면 음료 만들고 제공하는데 급급하고, 본사 매뉴얼에 따라 음료와 음료에 들어가는 베이스 레시피가 정해진 곳. 시도 때도 없이 신메뉴가 출시되어 실무자들의 고통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냉동 쿠키와 빵이 즐비한 곳. 그럼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 곳이다.
놀숲과 더벤티부터 시작해서 작은 프랜차이즈까지 일한 경험으로 손님의 얼굴을 기억할 필요 없이 ’번호‘를 부르거나 ‘진동벨‘을 누르면 손님이 알아서 음료를 가져가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키오스크가 아닌 직접 손님을 응대하고, 직접 자리로 음료를 가져다주는 북어위크의 방식에 영 적응을 하지 못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게 손님의 얼굴 아니었던가. 도대체 누가 누군지 어떻게 기억하는 걸까. 내가 유달리 얼굴 매치를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같이 일하는 D는 어쩜 그렇게 기억을 잘하는지 모를 일이다. 응대는 내가 하고 D에게 어떤 테이블인지 물어보는 일을 반복할 때쯤 이대로 일을 지속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바빠지면 다 까먹어버리는 직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일하는 사람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력을 보강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제는 자리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이란 걸 한다. 어디 앉았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으면 메모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노력밖에는 방법이 없다.
가끔은 손님들이 알아서 음료를 가져가는 예전이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재미가 있다. 손님들도 번호표 속 번호로 불리는 것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응대받는 것이 더 기분 좋은 일일 거라 생각한다. 트레이에 보기 좋게 음료와 디저트를 세팅하고 손님에게 갔을 때, ‘우와‘하고 나오는 작은 탄성을 듣는 일, ‘가지러 가려고 했는데, 직접 가져다주시네요?’라는 한 문장을 듣는 일, 찰칵하는 카메라의 소리를 듣는 일이 즐겁다. 아무래도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면 열심히 북어위크에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프랜차이즈든, 개인카페든 진심으로 일을 하면 누군가는 서비스를 받을 때 알아챌 거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하는 사람은 기분 좋을 때 웃는 똑같은 사람일 테니까. 결국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니, 카페의 친절함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