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여행에서
안동 여행을 왔다. 어딘가를 많이 걷고 탐방하기보다는 쉼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다 보니 계획과 계획 사이를 넉넉하게 잡아 틈이 많은 여행이다. 이곳저곳 사진도 찍고, 누군가를 찍어주는 즐거움도 누리는 여행. 먹고 눈에 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분위기를 느끼는 여행. 오랜만에 행복이라는 걸 경험했다.
좋다는 카페는 다 가고 싶었지만 정보가 없었던 내게 동행자 D의 실행력은 큰 도움이 됐다. 가고 싶었던 카페가 휴무일이면 무작정 다른 카페를 찾아보면 되는 법. 식물처럼 쑥쑥 자라라는 듯이 햇살과 빗줄기가 동시에 내리던 오후, 등줄기에 땀을 달랑달랑 달고 걷던 우리는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멋스러운 한옥의 정취가 느껴지는 카페 ‘나예누리‘. 참새가 모이를 먹기 위해 모여들고, 꽃 주위엔 벌과 나비가 서성이는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쾌적한 공기가 맞이해 주는 고마운 공간. 평일 안동은 사람이 적고 한적한 덕분에 그 넓은 카페를 전세 낸 듯이 이용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일을 하고 난 후, 특히 북어위크에서 직접적으로 카페 업무의 근간을 하나씩 함께 쌓아가면서부터 어느 카페를 가든 바 안, 직원이 일하는 곳을 유심히 보게 된다.
커피 머신은 몇 구짜리를 쓰는지, 수동인지 자동인지, 그라인더는 어떤 방식인지, 핸드드립 원두는 어떤 게 있는지, 반죽기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반죽기를 쓰는지, MD는 어떻게, 어떤 디자인으로 전시되어 있는지, 일하는 사람은 어떤 표정인지, 얼마나 일에 진심인지. 커피는 맛이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녹차라떼 맛은 어떤지, 음악 소리는 얼마나 큰지, 카페의 분위기가 조화로운지. 자연스레 모든 걸 눈에 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내가 카페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걸 문득 체감한다.
우연히 발견한 숨어있는 카페 ‘나예누리‘에서도 다름없었다. 반죽기가 있길래, 어떤 반죽기인지 유심히 살펴보고, D는 시그니처 음료를 주문해서 맛을 봤다. 둘째 날 방문한 카페 ‘땡큐커피’에서도 같았다. MD가 멋지게 전시되어 있길래 핸드폰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봤다. 이런저런 식으로 전시해 놓으면 사람들 눈에 띄겠구나, 이런 디자인이 예쁘구나. 모든 게 레퍼런스로 보였다.
문득 여행이 아니라 워크샵인가, 싶었지만 요즘 가는 카페마다 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니 그러려니 했다. 그만큼 내가 북어위크에 진심이라는 뜻이겠지. 좋은 예시를 보고, 이렇게 쌓은 경험이 언젠가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라고 믿기로 했다. 사장님들은 이런 스태프의 마음을 아실까(어필).
카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건, 그만큼 카페 업무에 마음을 쏟고 있다는 뜻 같다. 시야가 트이니 방문할 때마다 새롭게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문득 카페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졌다고 느낀다. 높아진 해상도로 선명하게 보이는 즐거움이 있으니, 그건 그거대로 즐기기로 했다. 어딜 가든 레퍼런스로 보이니, 핸드폰 갤러리가 두둑해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