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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로 나를 다시 보다: 다섯 가지 명상과 실천

왜 우리는 ‘나’를 잘 모를까? 디팩초프라, <메타휴먼>

by 기록하는 인간


우리는 보는 것을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대개 사고하기 전에 먼저 본다. 시각은 그만큼 빠르고 본능적인 감각이다. 그래서 인간은 종종 시각적인 정보에 쉽게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착시효과, 유튜브 쇼츠중독, 언론사의 편향적 기사들은 인간이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강화하며, 판단의 오류를 유발하기 쉽다. 이러한 착각과 편견은 이성과 과학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더불어 뇌과학과 명상에 대한 관심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사회적 피로함을 해소하고픈 욕구에 기인한다. 그러나 관심이 있는 것과 별개로 명상을 하는 과정과 방법에 굉장히 서툴다. 왜일까?


우리는 내적인 정보보다 외적인 정보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 뉴스, 광고 속에서 끊임없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다. 이 습관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낯설게 만든다.
명상은 이른바 내면을 살펴보는 행위인데, ‘보이지 않는’ 내면의 ‘어떤 것’을 바라본 다는 행위 자체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디팩 초프라는 <메타휴먼>에서 인간 사고의 오류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인간의 인식과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 더 깊고 확장된 의식 상태에 도달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타휴먼은 기존의 자아와 현실의 틀을 넘어선 존재를 말한다. 그는 우리가 믿는 현실이 사실 제한된 인식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틀을 깨야만 더 깊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현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형성된다. 우리는 ‘나’라는 자아에 갇혀있지만, ‘의식’은 훨씬 더 넓고 자유롭다. 즉 외부 세계보다 ‘내면의 의식 상태’가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메타휴먼: 의식의 전환

현실은 하나의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상태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메타휴먼은 이 가능성을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존재다. 그는 ‘존재가 곧 의식’이라 표현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자연이, 우리가 어떻게 질문하는가에 따라 적절한 현상을 내보여 준다고 했다. 다시 말해, 시간, 공간, 물질 그리고 에너지라는 특질을 양자장으로부터 뽑아내는 것은 다름 아닌 관찰자라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보고자 원하는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메타휴먼>중 발췌-

우리는 그동안 익숙했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자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명상, 호흡, 관찰을 통해 연습할 수 있다. 디팩초프라에 따르면, 메타휴먼은 깨어있는 삶, 즉 ‘존재 그 자체’에 머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메타휴먼이 된다는 것은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를 얻는 것이고, 이는 자아의 틀을 초월할 때 발현된다.

메타휴먼 명상법 요약


1. 몸을 느낀다.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낀다.


2. 몸 안의 활동을 지각한다.
호흡을 관찰하고,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며 조절해 본다. 심장 박동을 느껴보고, 몸의 다른 부위(손끝, 이마 등)에서의 미세한 맥박도 느껴본다.


3. 몸을 하나의 ‘내부 공간’으로 인식한다.
의식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 내부로 이동시킨다.
각 부위를 텅 빈 공간처럼 느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의식을 경험한다.


4. 의식을 피부 밖으로 확장한다.
감각을 피부 너머로 확장시킨다.
얼굴, 귀, 두피를 느끼며, 의식을 점차 몸 밖 공간으로 확장한다. 심장 주위에서 빛이나 둥근 공을 상상하고, 숨 쉴 때마다 그 빛이나 공이 커져 방 전체를 채우는 장면을 시각화한다.


5. 전체 속에서 쉰다.
마지막으로 1,2분간 조용히 머무른다.
이 순간, 몸의 감각과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를 느껴본다.”
이 과정은 자아라는 틀에서 벗어나 의식의 자유를 체험하게 한다.

실천후기

나는 3년간 요가를 하며 명상연습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명상을 처음 할 때는 좀이 쑤셔 자세유지를 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복잡해지기도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도 인정하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태도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내 몸의 감각, 느낌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렇게 몇 개월 반복하는 순간 나와 생각을 분리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나’라는 존재가 한 몸 자체로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한 몸을 잠시 떨어져서 바라보는 조금은 생소한 느낌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정할 때, 이전에는 몰아치는 감정에 몰입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나의 감정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비롯해 객관적인 상황을 함께 생각해 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정할 때, 이전에는 몰아치는 감정에 휩쓸려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이제는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먼저 살펴보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예전 같으면 즉각적으로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그 화가 상대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내 안에서 형성된 다른 감정과 얽혀 있는지 먼저 탐색한다. 덕분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이 길러졌다. 명상에서 얻은 가장 큰 효과다.

이 변화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감정에 휩싸여 말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참았다면, 이제는 감정을 먼저 정리한 뒤, 조금 더 차분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명상을 한다고 갑자기 성인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화가 나는 일도 짜증 나는 일도 기쁜 일도 무작위로 일어난다. 하지만 그 일상을 받아들이는 나의 입장이 조금 더 너그럽고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우파니샤드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가지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 새와 같다. 한 마리가 나무 열매를 맛있게 쪼아 먹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그 모습을 사랑스러운 듯 지켜본다. 이 두 마리의 새는 모두 ‘나’다. 내가 나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명상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잠시 쉬어가며 자신을 사랑스럽게 지켜봐 줄 나를 발견하는 즐거운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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