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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그럼에도 딱지는 생긴다.

by 아를

깊은 상처, 그럼에도 딱지는 생긴다.

​긁혔을까,

찢겼을까,

쓸렸을까,

아니면 파였을까.

이따금씩 올라오는 여러 가지 상처의 흔적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 상처에 몰두하여 바라보면 해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흐르고, 오늘 하루가 그렇게 의미 없이 전부 사라진다. 나의 하루, 나의 발전은 너무나도 더디게,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흘러간다.

빨리빨리 돌아가는 사회,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경쟁의 도마 위에 올라간 나.

피해 갈 수 없는 지금 현실에 나를 채찍질을 해서인가?

나는 나를 아프게 했다.

​내가 아프지 않기 위해 나를 이해하고 내 인생의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처가 아물어가고, 내 마음의 벗겨진 자리에 새살이 돋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이 상처를 치유하려면, 나 자신을 믿고,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동안 내 안에 상처가 깊어졌던 이유는 내가 스스로를 미워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를 아끼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처는 계속 아물지 않는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때로 나는 여전히 아픈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아픔에 갇혀 있지 않다. 내가 그 아픔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아픔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제 그 아픔은 나를 강하게 만드는 하나의 과정일 뿐, 내가 삶을 살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상처가 남아 있는 자리에, 내가 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연고를 바르고, 나를 격려하는 말들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나는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회복의 첫걸음이다.

딱지가 떨어지고 새살이 돋는 것처럼, 나는 조금씩 나를 믿고 사랑해 준다. 그리고 그 믿음이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 내게 필요한 건 더 이상 남의 인정이나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믿는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 그 상처도 언젠가는 치유될 것이다. 내가 나를 믿고 나가면, 상처는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내가 가는 길은 나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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