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3명의 친구가 있었다.
17년간의 우정이었다.
나를 괴롭힌 그 애의 친구 중 하나가 있기도 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손을 먼저 내밀어 줬다.
나는 그 손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친구라는 포장 안에 방관자라는 알맹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성인이 되고서 나에게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왔다.
너무 오래되었던 터라 치료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너무 곪고 곪아서 나도 모르는 곳까지 계속 곪아 터지는 중이다.
내 병을 인지한 지 6년 후 나는 친구들에게 나의 병에 대해 고백하였다.
그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는 갑자기 아팠다.
섬유 근육통과 우울증은
정말 설명할 수 없이 아픈 병이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늘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다.
그러나 그들은 1년이라는 시간이 좀 지났을까
나의 뒤에서 나를 험담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쟤 왜 개선이 안돼? 이쯤 되면 나아져야 되는 거 아니야? ”
“일본 여행 간다 해놓고 갑자기 못 간 데 장난하나 ”
“쟤가 나한테 뭐라고 보냈는 줄 알아? 갑자기 왜 이래?
뭐라 답해야 해? ”
(이것은 친구에게 지난날의 힘듦과 고통을 토로하고 잘 지내보자는 진심의 편지였다. 그것을 마음대로 공유하였다. )
이중 한 명은 내가 없는 단톡방에 오가는 이야기를 캡처해서 알려줬다. 굳이 내게 그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널 다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지."
나는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그저, 내 아픔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길 바랐다.
그들은 여전히 밤새 술을 마신다. 나는 예전처럼 밤을 새울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다섯 시간만 움직여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데, 아무도 그 고통을 모른다. 그래서 더 외롭다.
그래서 내가 먼저 그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나는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썩은 꽃잎일 뿐이었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썩어가고 있는 관계였다
그날의 상처가 모든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게끔
또 의심과 경계가 들게끔 불안과 자책이 찾아오게끔
만들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늘 어떤 상황에 있어도 내 곁에 그대로 대하여주고
있어주는 사람아 고맙다.
이제는, 썩지 않을 꽃잎 같은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다.
진짜 향기를 가진 사람들과.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 한 명쯤 있을 것이다.
비록 내 마음에 쏙 들지는 않더라도
내가 움직이는 발길에 꼭 맞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