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이후, 사라진 동기를 찾아서
이것이 언제 연재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운동 관련 글 몇 개를 쓰기 시작한 참이다. 다음 날 유럽여행이 예정되어 있어, 처음에는 노트북을 들고 가서 유럽에서 글을 써서 연재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짐이 될 것 같고, 계획을 세우다 보니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여행 가기 전날, 내가 노션에 적어둔 여러 개의 제목 중 요즘 나의 상태와 비슷해 보이는 '운태기'를 선택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이 글을 다음 주에 연재할지는 되어봐야 알 것 같다.
앞서 헬스나 운동, 바디프로필에 관련된 글을 쓰긴 시작했지만 완성한 글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런 연결고리 없이 바로 '운태기'에 대한 글을 쓴다면 차후에 이미 어느 정도 작성해 놓은 관련 글과 연관성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단 쓰고자 한다.
우선 '운태기'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소개하고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운태기'란 방금 ChatGPT에게 물어보니 '운동 슬럼프'라는 의미로 '운동 + 권태기'의 합성어라고 정의한다. 즉, 운동을 좋아하고 꾸준히 하던 사람이 일정 기간 운동에 흥미를 잃고 의욕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이 흔히 '운태기'라고 해서 나도 자주 사용하는데, 정의를 알아보니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좁은 의미로는 운태기로 정의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름 열심히 했으니 그러려니 하고 운태기라고 주장하면서 글을 써야겠다.
나에게도 이런 운태기가 온 이유는 바디프로필을 찍어본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같은 상황인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7월 20일,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서울 유명한 스튜디오에서 바디프로필 촬영'을 달성했다. '러스틱'이라는 스튜디오였고, 3월 1일에 예약했는데, 내 기억으로는 7월 주말 예약을 원했는데 내가 촬영한 시간 외에는 다 마감이었다. 정말 다들 부지런하다고 생각했고, 서울은 역시 다르구나 싶었던 서울 2년 차의 나였다.
3번째 촬영이라 나는 굳이 PT를 받지 않고 혼자 해보기로 했다. 4개월 넘게 남아있었고, 헬스도 나름 어느 정도 오래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한 달에 2-3kg 감량을 목표로 잡았다. 그래서 나는 거의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었고, 유산소도 거의 촬영하기 몇 주 전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준비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너처럼 편하게 바디프로필 촬영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술도 마셨고,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류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면 다들 어떻게 그렇게 준비할 수 있냐는 말에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바디프로필을 찍었을 때 적당한 나의 몸무게와 내가 가장 뚱뚱했을 때의 몸무게 차이가 거의 10kg 내외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 그 중간지점 혹은 그 중간보다 더 나간다. 그러니 나는 솔직히 3개월에 2-3kg만 빼면 충분한데,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주에 0.5kg 정도만 감량하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답변하면 "재수없다", "부럽다"라는 말을 듣는데, 솔직히 부럽고 재수없을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평소에도 꾸준히 관리했다. 살이 조금 쪘다고 느끼면 알아서 먹는 양을 줄였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잘하든 못하든 헬스는 꾸준히 했다. 그 결실이 지금의 나 상태인데, 어찌 단편적인 과정으로만 보고 그렇게 나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속마음으로나 진짜 친한 분들한테는 "남들 먹을 때 난 안 먹고, 남들 운동 안 할 때 나는 운동했다. 불만 있으면 나처럼 살아 ^^"라고 말한다.
운태기 이야기하다가 또 다른 길로 빠져버렸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저렇게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다가 목표를 성취하고 나서 '목표 상실'의 시기가 나에게 온 것이다. 전에는 다이어트, 바디프로필 등의 이유와 목적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했다면, 그것들이 끝나고 난 상태는 마치 '아노미' 상태처럼 모든 것이 마비되듯 운동을 안 가게 되고, 결국 나태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몸에서 쉬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좀 쉬면 다시 동기부여를 찾아 해야 하는데, 나에겐 지금 바디프로필을 찍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약간 나태해졌는지, 아니면 바빠져서 그런 건지 아직도 목적의식이 사라졌다.
그래서 사실 올해 초인 2025년에도 바디프로필을 찍을까 생각해봤다. 단순한 이유는 '헬스장 가기'였다. 바디프로필을 예약했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어떻게든 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충 스튜디오만 찾아보고 그 이후 진전이 없었고, 그렇게 벌써 6월이 지났다.
그래도 헬스장은 일주일에 3-4번은 가지만 가서도 깨작깨작하는 것 같다. 한창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헬스장 원정도 다니면서 다양한 헬스장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요즘은 더욱 내향적 인간이 되어가는지 집에만 들어오면 아무 곳으로도 나가기 싫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에 헬스장을 새로 옮겼고, 시설은 많이 좁지만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헬스장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도 저녁에 퇴근하고 친한 형의 피아노 연주회를 감상한 후 집에 가서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빨리 자서 새벽에 일어나서 헬스장에 갈지 고민하고 있다. 오늘도 안 가면 월요일부터 다음 주 목요일까지 헬스장을 못 가기 때문에 10일 이상 헬스장에 가지 않게 되니까 오늘은 어떻게든 가야 할 것 같다. 물론 여행 가서 많이 걸을 거라서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지만, 빵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가서 디저트류를 미친 듯이 먹어서 살이 찔까 봐 다소 걱정이 되긴 한다…
처음에 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동네를 러닝해볼까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마 안 할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러닝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가 봐야 할 것 같다. 안 하더라도 잠옷 대용으로 입으면 되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운태기에 대해서 말하듯이 글을 썼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이 있다면 많은 공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달 전에 읽었던 『아비투스』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독일 사회학자 폴라 아이린 빌라(Paula-Irene Villa)는 지위를 드러내는 마법의 암호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각자의 몸에서 최적화된 의지와 적절함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날씬하지만 마르지 않았다. 몸을 단련하지만 광적이지 않다. 건강하게 살지만 강박적이지 않다. 자기 관리에 신경 쓰지만 그것 때문에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나의 운동 및 건강에 대한 좌우명으로 삼았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에게 질책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자존감을 떨어뜨릴 정도로 하는 것은 나쁘지만, 적절히 하는 것은 동기부여의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적으로 운동에 집착'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적절히, 적당히' 하는 것이 몸이든 건강이든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번 주는 여행 가기 전 한 번의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여행을 하고 돌아온다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늦었지만 여름을 대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며 관리하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