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또다시 오니깐
나이가 들어가며 부쩍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진다.
지인들의 조부모상, 빙부모상, 부모친상 등등
장례식을 갈 때면
내 인생의 태엽을 잠시 당기어 그대로 멈추어 본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삶의 속도가 빠르진 않은지, 방향이 틀리진 않은지 되돌아 본다.
그리곤 다시 생각한다.
빠르지 않아도 된다. 방향이 틀려도 된다.
건강이 참 우선이구나...
그와 동시에 대비되는 삶의 출발과 해마다 다가오는 생일에 대해 생각한다.
생일하면 떠오르는 설렘, 기쁨, 선물
죽음하면 떠오르는 두려움, 슬픔, 눈물
그리고 이 프레임을 바꿔가는 과정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생일은 해가 지나며 어차피 내년에 또 올건데 뭐... 하며 그 의미가 희미해지는 반면 너무나 두려웠던 죽음에 대해선 어차피 모든 사람은 죽고 언젠가 나도 죽을 것을 생각하며 죽음에 대해 점차 담담해지려 한다.
요즘의 화두인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그렇다. 우리 모두는 죽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 잘 살지에 대해 그토록 고뇌하지만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선 비교적 그 생각들을 외면하곤 한다.
두려우니깐. 무서우니깐. 그리고 당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깐.
그럼에도 우리의 죽음은 온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것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되는 밤이다.
두려움과 무서움, 슬픔과 눈물의 죽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연기대상 수상자가 수상되기 직전 호명되는 본인의 이름을 들으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내 차례가 왔구나!하듯이....
나의 죽음을 자랑스레 그리고 반기며 맞이할 것인가.
앞으로 여러 번의 생일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지만 그와 동시에 단 한번의 죽음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나 또한 나에게 외쳐야한다.
"메멘토모리!"
어떻게 잘 살지? 에 대한 관심에서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 에 대한 관심으로
그 무게의 중심 추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기억하자.
나도 죽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