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연애 고수 vs 하수

제4장 연애와 결혼

by 제임스


연애, 마음을 심는 법


어린 시절 화분에 씨앗을 심고 매일 물을 주던 기억이 난다.

싹이 트지 않아 초조해하자,

어머니는 "너무 들여다보면 뿌리가 숨을 쉴 수 없어"라 말씀하셨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란 유리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들판의 나무처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며 자라야 하는 법이다.



꽃보다 뿌리를 보는 사람들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말보다 침묵을 읽는다.

그들은 "오늘 힘들었어"라는 말에 꽃다발을 건네기보다

땅속에 내린 뿌리의 상처를 찾아낸다.


카페에서 커피 잔을 들이미는 순간,

상대방이 유리컵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는 섬세함.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QR 코드를 찍어주는 예측력.

이 모든 것은 상대의 세계관을 관찰하는 데서 나온다.


반면 사랑에 서툰 이들은 자신의 감정만을 일기예보처럼 쏟아낸다.

"나는 네가 ○○할 때 가장 행복해"라고 말하며

상대를 자신의 이상형 틀에 끼워 맞추려 한다.

마치 모래성에 파도 소리를 듣지 않고 조개껍질만 덧붙이는 아이처럼.



사계절을 함께 거닐기


진정한 연애의 고수들은 계절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봄의 설렘,

여름의 열정,

가을의 잔잔함,

겨울의 침묵까지 모두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화창한 날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기울여주고,

눈이 내리면 목도리 끝을 나눠 매주는 법을 안다.


이와 달리 연애 초보자들은 관계의 겨울을 참지 못한다.

잠시 침묵이 흘러가면

"왜 말이 없어? 나에게 실망했어?"라며 허둥대고,

상대의 우울을 자신의 탓으로 오해한다.

마치 가을 낙엽을 쓸어버리고 인조잔디를 깔려는 사람들처럼.




정원사가 되는 법


첫째, '관찰일기'를 써보자.

상대방의 무의식적 습관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기록하라.

커피에 설탕을 몇 스푼 넣는지,

비 오는 날 창문 밖을 얼마나 바라보는지.

이 작은 노트가 위기 때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둘째, '감정의 숨 고르기'를 연습하라.

말싸움이 일면 심호흡 세 번 후 상대의 주장 속에 숨은 두려움을 찾아내라.

"네가 늦어서 화났다"는 말속에는

"내가 중요하지 않아 져서 불안했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셋째, '사랑의 지층'을 만들어라.

데이트 코스보다 중요한 건 공유된 기억의 층위다.

동네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추억의 만화책,

빗길에 함께 읽은 간판 광고문구.

이런 사소한 층위들이 쌓여 사랑의 지반이 된다.



사랑은 동사다


어느 노부부가 산책길에서 주운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았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강가에서 돌을 주워 60개의 작은 석탑을 쌓았다고 한다.

연애를 잘하는 비결은

화려한 제단을 쌓는 게 아니라 매일 작은 돌을 나르는 데 있다.


사랑이란 동사다.

마음속에 피어난 꽃을 넘어 상대의 발걸음에 핀 이끼를 보는 연습.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의 문법에서 '나'가 아닌 '우리'의 시제를 배우게 된다.


연애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우주를 존중하며 자신의 은하를 확장해 가는 여정인 것이다.


wallpaperbetter.com_1920x1080 (7).jpg


keyword
이전 05화#5. 좋은 여자와 나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