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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육아의 어려움, 그리움이 되다

제4장 연애와 결혼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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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시간은 달콤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시간은 단지 사랑의 연장이 아니었다.

작고 여린 생명이 태어난 순간,

우리의 세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컸고,

환희보다 혼란이 먼저 찾아왔다.

우리가 마주한 육아는 마치 처음 타보는 배처럼 흔들리고,

물에 젖은 날개처럼 무거웠다.


밤낮이 바뀐 삶


한밤중,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우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겨우 잠든 채로 출근한 날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 졸기 일쑤였다.


어느 날은 아이가 이유 없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

새벽녘 119를 부르기도 했다.

구급차의 붉은 불빛 아래에서,

우리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쥐고 눈빛으로만 말을 나눴다.

그 작은 울음 하나가 온 세상을 흔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동시에 우리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데운 시간이었다.

아이가 처음으로 아장아장 두 발로 걸어오던 날,




그 짧은 걸음이 세상을 다 건너온 것 같았다.

어눌하게 “아…빠…” 하고 입을 뗀 날,

나는 그 소리 하나에 가슴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우리는 수없이 지쳤지만,

또 수없이 웃었다.


낮엔 젖병을 씻고,

밤엔 이불 위에서 잠든 아이의 손을 꼭 쥐었다.

살아간다는 건 이런 거였구나,

사랑이란 건 고단함 속에서도

서로의 눈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이구나.

그렇게 인생을 배워갔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우리 부부 인생의 봄이었다.

찬란하고 벅차고,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고통이라 여겼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니

모두 사랑의 증거가 되어 돌아왔다.



육아의 고단함은, 지나고 나니 그리움이 되었고,

잠 못 이루던 밤은 지금의 따뜻한 기억이 되었다.


우리는 안다.

완벽한 부모는 아니었지만,

그 작은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 그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평온한 시간 속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육아의 어려움은,

사실

인생이 건네는 가장 진한 선물이었다.


그 무게를 감당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모’가 되었고,

사랑이 자라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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