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서 과도하게 신뢰하면 안 되는 이유
오늘은 기업 가치 분석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이 오해받는 지표인 EBITDA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투자자나 금융권 실무자들이 EBITDA를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BITDA는 그 자체로 완결된 지표가 아니며,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활용할 경우 위험한 착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EBITDA의 개념, 구성 요소, 실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까지 단계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나아가 M&A와 인수금융 실무에서 EBITDA가 어떻게 쓰이고, 어떤 한계를 갖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기업이 감가상각·무형자산 상각·이자·세금 등을 제외하고 벌어들이는 영업활동 이익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의 핵심 영업 활동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기업 간 비교를 쉽게 하거나, 비현금성 항목의 왜곡을 제거한 이익 지표로 널리 사용됩니다. 특히 산업마다 감가상각 규모나 세금 구조가 상이하므로, EBITDA는 표면적으로 기업 간 수익성 비교를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한 툴입니다.
그러나 EBITDA가 본질적으로 ‘회계상의 가공’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실현된 현금흐름이 아니며, 이자와 세금, 설비투자 필요성 등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요소들을 무시하기 때문에, 과신할 경우 오히려 실무 판단을 흐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EBITDA는 유용하지만,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하는 수치입니다.
EBITDA는 일반적으로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에 감가상각비(Depreciation)와 무형자산상각비(Amortization)를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IFRS 기준 손익계산서에서는 감가상각비가 매출원가나 판관비 등에 포함되어 나타나므로, 정확한 EBITDA 계산을 위해서는 주석이나 별도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시적인 조정 항목을 반영하면 EBITDA가 인위적으로 부풀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 비용이나 일회성 손실을 ‘조정 EBITDA’ 항목에서 제외하며 실적을 과도하게 좋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특히 사모펀드(PE) 거래에서는 Adjusted EBITDA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여기에는 정상화 조정 항목(normalization items)이라는 이름 아래 거의 모든 손익 영향 항목을 제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조정 항목의 합리성을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조정이 과도하면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력을 오히려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EBITDA는 M&A에서 거래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EV(Enterprise Value)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EV/EBITDA 배수는 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밸류에이션 기준이며, 산업 특성에 따라 적정 배수를 산정하고 이를 EBITDA에 곱해 기업가치를 추정합니다. 또한 인수금융에서는 EBITDA를 기준으로 차입 여력을 판단하며, Net Debt/EBITDA 배수는 주요한 부채 상환능력 지표로 활용됩니다.
실제로 어떤 제조기업이 연간 EBITDA 300억 원을 창출하고 있다면, PE 투자자는 산업 평균 6배의 배수를 적용해 EV를 1,800억 원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인수금융 측면에서는 통상 Net Debt/EBITDA 4~6배 수준까지 차입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약 1,200~1,800억 원 수준의 인수금융 조달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EBITDA는 단순한 회계 지표를 넘어 거래 구조와 자금조달 한도까지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EBITDA를 과신한 결과’입니다. 예컨대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기업이 감가상각비와 재고자산 증가분을 통해 EBITDA를 부풀렸을 경우, 실제 FCF(Free Cash Flow)는 매우 빈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무리 EV/EBITDA 밸류에이션이 타당해 보여도, 실질적인 자금 상환은 불가능에 가깝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인수자나 대주단은 항상 EBITDA뿐 아니라 현금흐름표, 운전자본, CAPEX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EBITDA는 분명히 유용한 분석 지표입니다. 산업 간 비교를 용이하게 하고, 비현금성 항목의 영향을 제거하여 기업의 영업 성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회계 정책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고,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기 쉬운 만큼, 실무에서는 항상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보고서나 분석을 작성할 때도 EBITDA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정 내역의 타당성과 재현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LBO, 인수금융, 기업가치 평가와 같은 고레버리지 구조에서는 ‘현금이 실제로 창출되는가’에 대한 검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의 글이 단순한 수치 해석을 넘어, 구조와 맥락을 읽는 실무 분석의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