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나를 알아주는 너에게만, 미소의 세상

by 진주

사실 어린 시절에 이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건 '슈가슈가룬', '캐릭캐릭체인지', '달빛천사'처럼 우아함, 반짝반짝 효과, 별을 박은 듯한 모의 캐릭터다.


주인공 노미소

반면 미소는 3등신이고 웃을 때 눈이 송충이같고 짧은 칼단발에, 이름 '노미소' 그 자체처럼 잘 웃지 않으며 애교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또래보다 잘 해내는 역할이었지만 사실 그다지 정이 안 갔다.

왠지 불편하기도 했다. 만화 주인공들은 웃기고 귀엽고 예뻐야 하는데, 미소는 웃기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 캐릭터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왜 이제야 진가를 느끼게 됐을까?


번째, 미소는 당차다. 소녀가 주인공인 다른 만화들도 씩씩하고 꿈 많은 성격을 내밀며 인기몰이를 하지만, 미소는 당참의 수준 자체가 다르다. 기죽지도 않고 무표정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수준급으로 해내는 모습에 어른들이 식은땀을 흘리게 만든다.


두 번째, <너에게만>이라는 노래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사실 미소라는 캐릭터는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인데, 겉으로는 표정도 없고 말도 없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시크함에 다가가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속은 제철열매처럼 실속있고 효심이 깊으며 다방면에 재능도 있다. 탐욕스럽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안다.


<너에게만> 노래를 듣고 나면 미소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난 가끔은 어른스럽게 굴지만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울 때도 있지. 난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오해하는 얘기들은 신경 안써. 나를 알아주는 너에게만 내 소중한 것들을 공유할 거야. 난 내 갈 길을 간다. My way.
- 노미소



<너에게만> 오프닝 곡 가사 발췌


때론 무뚝뚝하다고 오해도 많지만
나를 모르는 얘긴 신경 안 써
남들이 모르는 소중한 꿈들은
언제나 내 맘 속에~

가끔은 어른스럽게 또 조심스럽게
내가 느낀 감정들을 말해볼지
아무도 알지 못하게 또 볼 수도 없게
숨겨왔던 내 마음을 너에게만

가끔은 어른스럽게 또 조심스럽게
내가 느낀 감정들을 말해볼지
아무도 알지 못하게 또 볼 수도 없게
숨겨왔던 내 마음을 너에게만
누구보다 나를 알아주는 너에게만



얼마나 자주 오해받고 또 오해하며 살아가는 세상인가. 해명은 변명처럼 들리는 데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을 타이밍도 마땅치 않다.


오해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소모가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이불속으로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존재한다.


바로 너, 나를 알아주는 너에게만 내가 소중히 지켜왔던 마음을 열어줄 거야. 그거면 충분해.

<미소의 세상>에서 얻은 하나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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