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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2005~2016)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by 함수규 Mar 07. 2025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 중에 한 구절이다.



7년 전까지 11년 키우던 개의 이름이다.  불테리어이지만  겁이 많은 녀석이었다.


2004년으로 돌아가 처음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이다.


대기업 다니던 친구가 회사를 나와서 개인사업을


애견 용품 사이트 사업을 하겠다고 사이트에 올라가는 사진 좀 촬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3일 정도 걸려서 많은 양의 촬영을 해주고 나니, 돈대신 강아지 한 마리를 주겠다고 했다.


어이없기도 했지만 골든 레트리버라는 


대형견은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고 이미지가 왠지 순할 거 같아서 그러라고 했다.


얼마 후 태어난 지 2달 정도 되는 골든 레트리버 한 마리를 데려왔다. 


누군가 좋아하는 음식 이름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고 해서  만두로 지었다.


그리고 필요한 용품은 오픈 개시 선물로 구입하라면서 잔뜩 들고 왔다.


하여간 예쁜 집도 만들고 이것저것 자식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물품들이


가득 채워졌다. 한 달쯤 지났을까 자꾸 잠만 자는 거 같아 친구한테 물어보니 새끼들은 원래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다 해외 출장이 잡힌 전날,  증상이 심한 거  같아서  스튜디오 근처 동물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출국을 하게 됐다. 급하게 가느라 로밍도 못하고 일주일 뒤 돌아와 보니 상태가 많이 심각했다.


농장에서부터 폐렴이 걸려서 어려울 거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해외에 있어 연락이 안 돼서 병원비가 당시 비용으로 300만 원이나 나왔었다.


결국 힘들다는 의사말에  안락사를 결정하고  보내주었다.


그 당시는 딸아이도 어리고 일도 너무 바쁘고 하다 보니 


사실 조금은 무덤덤하게 보내 주었던 거 같다. 


사실 정들기에도 같이 보낸 시곈들이 너무 짧은 시간들이어서...






두 번째 만두, 다시 한번 불테리어로





서너 달 때쯤 지났을까... 스튜디오 한편에 놓여있는 애견용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버리기는 아깝고....


이번엔 단순한 생각으로  아프지 않고 튼튼하고 건강한 견종 위주로 찾다 보니 바우 와우라고 불리는 불테리어 종이 있다는 걸 찾았다.


먼가 짓궂은 모습이 특이하고,  여느 개랑은 다른 것도 털도 짧아서 여러모로 내가 찾던 종이 었다.


그래서 안성에 위치한 유진 켄넬이라는 곳까지 찾아갔다.


당시는 불테리어 종이 적다 보니 전문 브리더가 전국에 몇 군데 없었다.


그래서 건강하고 똘똘해 보이는 수놈을 한 마리 데리고 왔다.



튼튼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깨닫게 되었다.   


온통 성한 게 없을 정도로 스튜디오 용품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원래 종이  투견일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서 지치게 하지 않으면


사고뭉치 끝판왕 종인 것이다. 레트리버랑은 태생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또한 먹는 거에 집착도 엄청 강해 먹을 거만 주면 아무나 다 따라간다.


결국 2달도 안돼 집을 나갔다. 아니 누군가를 따라 나갔을 수도 있다.


흔치 않은 종이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동네방네 전단지를 붙이고 찾아다녔지만...


결국 못 찾게 되었다.


이렇게 두 번째 만두도 곁에서 떠났다.






세 번째 만두, 다시 한번 불테리어캔디로





찾기를 포기할 시점. 우울한 맘에 데리고 온 켄넬에 견주 게시판에 몇 글자 남겼더니 대표님이 전화를 하셨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견중이 한 마리인데  겁이 많아서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한번 키워보겠냐고 하셨다.


집도 부수어서 버린 후라 고민이 되었다.


며칠 동안 대표님이 영상이랑 사진을 계속 보내주셨다.


마치 미운 자식 떠미는 거처럼..



그렇게 두 번째 불테리어 식구를 맞이하였다. 이번엔 암컷이기도 하고 해서 이름을 캔디로 지었다.


종의 특성은 그대로라 사고 치는 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스튜디오 문밖으론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겁이 너무 많아 큰소리만 나도 꼬리를 감추고 구석으로 숨곤 했다.


그렇게 11년이라는 세월을 삼성동 9-25 승화 빌딩 지하 구스 반스 스튜디오에서


나와 함께 살게 되었던 녀석이다.



특이한 외모와 겁이 많아선지 클라이언트의 이쁨과 관심도 꽤 받았다.


그러나 주말엔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에 두고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아침에 동물농장을 보다 보면 사무실에 혼자 있을 캔디 생각에 사무실로 가곤 했다.


한창 스튜디오도 성장하고 직원들도 늘면서 일이 바쁘다 보니 관심대신 


미안함에 좀 더 좋은 사료, 간식으로 보상해 주곤 했다.






그 겨울, 캔디의 병과… 시간의 흐름





어느 겨울 입히던 옷이 너무 헐렁해서 보니 너무 말라져 있었다.


바로 병원에 가보니 비장임이라고 위암 같은 종류의 병이 있었다.


사료만 먹어야 하는데 스튜디오 생활과 식탐이 강한 불테리어 종 특성 때문에


온갖 것을 먹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수술을 하려고 열었으나 결국 다시 봉합하게 되었다.


남은 기간 동안 안 아프게 하는 방법밖에 남은 게 없었다. 


당시 와이프는 일본 유학 중이고 회사도 합병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길 시점이었다.


이제야 많은 시간을 좀 더 같이 보낼 수 있는데  보내줘야 하게 되었다.


그러게 2달 정도 진통제와 좋아하는 것을 주면서 지켜봤는데,,


소화를 못 시키고 토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문득 너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하게 되었다.



지금도 보내주는 마지막 날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난다.


주변에 몇몇 지인이 캔디를 너무 이뻐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들려서 인사를 나누고 보내주었다.


몇 달을 슬픔 속에 보냈던 거 같다.


나이가 먹고 처음 헤어짐의 슬픔이라는 것을 크게 느꼈던 거 같다.


뭐랄까? 같이 있을 때 좀 더 잘해줄걸,, 좀 더 시간을 보낼걸... 미안함이 젤 컸던 거 같다.



인생의 타이밍: 언제나 뒤늦은 후회



캔디를 보내면서 인생의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몇 달을 슬픔 속에 보냈던 거 같다.


나이가 먹고 처음 헤어짐의 슬픔이라는 것을 크게 느꼈던 거 같다.


뭐랄까? 같이 있을 때 좀 더 잘해줄걸,, 좀 더 시간을 보낼걸... 미안함이 젤 컸던 거 같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 모든 것은 그때그때의 선택에 달려 있고,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 


그런 미안함과 후회가 가슴을 찌른다.



결국, 얻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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