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하다는 촉을 무시하지 말자
*김양민 교수님의 조직구조전략 수업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조별과제 빌런으로 고생하는 모든 조장들에게 바칩니다.
먼저 망한 팀플을 정의해보자.
망한 팀플이란 무엇인가?
바로 "술자리에서 풀 썰이 하나 더 생기는 팀플"을 말한다.
팀플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인간군상을 마주하게 된다.
왜 내 팀플에는 빌런이 존재하는걸까?
왜 내 팀플은 항상 망하는걸까?
내가 잘못 대처한걸까?
상대방에게 대화를 더 시도했어야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팀플에서 빌런을 만났다면 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해야한다.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망한다.(내 멘탈 포함)
내가 그 사람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본인은 바쁘다 해도 ‘할 거 같은데?’ 싶은 사람은 끝까지 열심히 참여하고,
본인이 열심히 할 거라고 자부해도 ‘얜 안 할 거 같은데...’ 싶은 사람은 별 핑계를 대면서 끝까지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팀플이
가능할까?
여기서 조별과제를 조직으로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해보겠다.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조직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조직 통합을 위해선 “통합기제”가 필요하다. 통합기제(Integration Mechanism)란 조직 내 다양한 부서, 팀, 혹은 개인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조정하는 장치나 방법을 의미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각 부서는 개별적인 목표를 가지게 되며, 이로 인해 부서 간의 조정이 어려워지고 정보 공유가 제한될 수 있다. 세세하게는 조직원 사이의 갈등, 경쟁, 직무유기 등이 있겠다.
어느 조직이나 비슷한 문제가 일어난다. 그리고 통합기제는 조직 내 상호작용을 촉진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다면 통합기제를 통해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자는 건가? 너무 이론적인 이야기 아닌가?
우선, 통합기제 자체가 망한 팀플을 되돌릴 방법이 아니다.
그전에 짚고 넘어갈 부분 있다.
통합기제, 절대평가와 같은 모든 유토피아적인 제도들은 인간이 “선한 존재”임을 가정하고 만들어진다. 선한 인간만을 채용한다면 우리가 고민하는 분화, 사일로현상, 무임승차 문제들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조직 통합을 저해하는 악한 사람들을 걸러내기는 어렵다. 확률적인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채용 시에는 그 사람이 준비해 온 모습을 보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에 있어서 누구나 절실하기에 회사에 맞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숨기기도, 자아를 갈아 끼우기도 한다. 그렇기에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 적합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2010년도에 압박면접이 유행했던 것 같기도...)
그래서 어느 기업의 면접관은 ‘나는 당신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동안 살아온 당신들의 인생으로 당신을 평가하겠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처음엔 불공평하다고 느꼈는데, 좀 더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사람들을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판단들은 꽤 합리적이다.
인간의 '감'은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의 빅데이터이다. '쎄하다'라는 기분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당신이 느낀 기분이 무조건 맞다. 인공지능(AI)도 인간처럼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통합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인간도 비슷한 구조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나의 경험, 가치관, 주변인들의 말 등을 통합해서 내린 의사결정들의 합이 나의 감이다. 기업에서 감을 문서화시키기 어려워 명확한 평가기준이 될 수 없을 뿐이지, 가능하다면 이상적인 조직 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타고난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으니, 애초에 조직에 적합한 '선한' 사람들만 뽑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악한 사람은 피하면 된다.
조금 돌아왔지만 정리하자면 내 팀플이 망하는 이유는 확률적으로 빌런을 걸러낼 수 없어서이다.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팀플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 빌런이 잘못된건지 아닌지 여부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빌런을 “비공식적으로” 배제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빌런에게도 역할을 분담해야한다.
그래야 팀플이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쎄하다는 촉을 절대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
‘아, 저사람 일 안할것 같은데…’
안할것이다.
당신의 감이 무조건 맞다.
(선빵필승)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