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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N 03화

고독하고, 고립된 시간을 견디는 겨울의 나무처럼.

Album track 2_겨울의 나무다.

by 박효진

겨울의 나무다

Winter tree


고독하고, 고립된 시간을 견디는 겨울의 나무처럼.

Like a winter tree, alone, holding on quietly and hoping for spring.




겨울나무를 바라본다.

온몸이 앙상하다.


가지 끝 마른 잎새들은 이미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고,

오랜 세월 하늘을 향해 뻗었던 가지는 겨울 전지 작업으로 툭, 툭 잘려나갔다.


그렇게 살점이 떨어져 나가면,

겨울나무는 잎이 무성했을 때 보이지 않던 상처투성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영광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겨울나무는 긴 침묵의 시간을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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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가 침묵하는 시간


차가운 바람이 사방을 휘감는 어느 날, 나는 겨울나무의 침묵을 들여다보았다.

다 잘려나가 바닥을 뒹구는 나뭇가지와 힘없이 떨어진 잎들은 길을 헤매고 있었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서러웠을까.

괜히 마음이 시큰거렸다.


나 역시, 종종 길을 헤맨다.

익숙한 길 위에서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잃어버리곤 한다.


한참 동안 내 안에는 의심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나의 호기심까지 의심했고, 열정을 억누르려 했다.


2023년 겨울은 유난히 비틀거렸다.

심리적 굴곡을 겪으며 방황하고, 나 자신에게서 소외되어 있었다.

그 겨울, 나는 겨울나무에게서 왠지 모를 처량함과

나 혼자 잊혀가는 고독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겨울나무는 처량하다.

겨울나무는 고독하다.

그리고 견고하다.

그리고 강인하다.



다시 겨울나무를 바라본다.

깊게 뿌리내린 겨울나무는 흔들림이 없었다.


날카로운 바람에 벌거벗겨진 모습에서는

오히려 당당함이 느껴졌다.


모두 내려놓은 듯, 자기 존재가 지워져가면서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켰다.



겨울나무는 무성한 여름의 푸르름과

가을날의 붉은 열정을 품고,

새싹이 피어나는 봄날을 기다린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과 고독함을 버티고,

상처와 추위를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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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겨울나무처럼, 다시 피어날 용기


겨울나무 아래는 따뜻했다.


지저분했던 가지로 가려져 있던 햇살이

나무 아래 닿아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뼈 속까지 시린 공기였지만

내리쬐는 햇볕이 나를 녹였다.


어린 가지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났고,

연둣빛 새 잎도 빠르게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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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나무처럼 고독하고 고립된 시간을 견뎌본다.

오래되고 복잡한 가지가지를 정리하면서 더 큰 채움을 준비해 본다.


힘을 빼고, 비워낸다. 그리고 용기를 낸다.


나는 겨울의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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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Hyojin Park

ALBUM | 人 (IN) https://linktr.ee/4thAlbum

RELEASE DATE | May 30. 2025

PRODUCTION COMPANY | Parkhyojin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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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Instagram_https://www.instagram.com/hyojin.stage

Artwork Instagram_https://www.instagram.com/parkhyojin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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